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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이번에 쫓겨날 사람은 내가 아니다

  • “미안해…… 내가 너무 늦게 돌아왔어. 아니, 애초에 다리 치료한다고 해외에 나가는게 아니었어. 네 곁을 지켰어야 했는데.”
  • 구란은 괴로운 표정으로 말을 잇다가, 고개를 숙여 조심스럽게 서연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 '으악, 진짜…… 변태는 아니겠지?'
  • 다행히 구란은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구란은 정성스럽게 서연에게 깨끗한 옷을 입혀 주고, 휠체어에 앉혀 2층 통유리 앞으로 데려갔다. 그곳은 생전 구란이 늘 앉아 서가를 바라보던 바로 그 자리였다. 이제는 그 자리에 서연이 앉아 창밖을 향했다.
  • "연연아, 여기서 지켜봐. 내가 네 대신 서가를 무너뜨릴 거야. 널 상처 입힌 사람은 누구 하나 빠짐없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
  • 좋아.
  • 서연은 속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끝내 서씨 가문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녀의 영혼이 그전에 흩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서연은 자신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도 서재우가 자신을 데리러 찾아온 바로 그날로!
  • "언니…… 나 린은이야."
  • "오늘 언니한테 부탁하고 싶었던 게 있어서 왔어. 집으로 돌아가더라도 제발 나를 쫓아내지 말아줘. 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오빠들을 정말 좋아해. 떠나기 싫어. 설령 서가에서 하녀로 살아도 좋으니까…… 제발 부탁이야."
  • 서린은은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며 가련한 연기를 펼쳤다.
  • 전생의 서연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 잘해주는 여동생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서린은은 일부러 계단에서 굴러떨어졌고, 마침 서연을 데리러 온 서재우가 그 모습을 목격했다.
  • 서린은은 울먹이며 서연이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겨 계단에서 밀어버렸다고 거짓말했다.
  • 서재우는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달려와 서연의 뺨을 후려쳤고, 다시는 서연 같은 악독한 여동생을 동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 “언니…… 내가 싫어서 그러는 거야?”
  • 서연은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 눈앞의 가식적인 여동생을 차갑게 바라봤다.
  • “대답 안 한 건 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어느 발로 널 걷어찰까 고민하고 있었거든.”
  • “뭐?”
  • 서린은이 어리둥절해하는 순간, 그녀의 몸이 그대로 걷어차 날아갔다.
  • “꺄악—!”
  • 서린은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이마가 찢어지며 선명한 핏자국이 바닥으로 번졌다. 서연은 솔직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왕이면 저 여우 같은 것이 죽어버렸어야 했다.
  • "린은아!"
  • 서재우는 도착하자마자 금지옥엽처럼 아끼던 여동생이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황급히 달려갔다. 그는 서린은을 품에 안아 들었다.
  • “오빠…… 너무 아파…….”
  • 서린은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금방이라도 기절할 듯 보였다. 아프다고? 고작 이 정도로 엄살이라니. 서연은 속으로 비웃었다. 전생에서 자신이 겪은 고통에 비하면 이건 시작도 아니었다. 이번 생에는 그 모든 고통을 훨씬 더 가혹하게 되돌려줄 작정이었다.
  • "서연! 네가 밀었지?!"
  • 서재우가 짐승처럼 포효했다. 서연은 여유롭게 입꼬리를 올렸다.
  • "밀긴. 발로 찼어." "왜……? 언니가 내가 싫다면 내가 집에서 나갈게……."
  • “난 아빠, 엄마도 오빠들도 정말 좋지만…… 언니가 내가 떠나길 원한다면…… 떠날게.”
  • 서린은은 온몸을 서재우의 품에 웅크린 채, 마치 몸도 마음도 상처 입은 토끼처럼 가녀리게 떨었다.
  • ‘쯧, 저렇게까지 다쳐 놓고도 여전히 청순한 척은 하네.’
  • "좋아. 그럼 지금 당장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마. 서가 사람 누구도 만나지 말고."
  • 서연의 담담한 요구에 서재우가 고함을 쳤다.
  • "그만해! 너 같은 잡종이 무슨 권리로 린은이를 가라 마라 하는 거야!" "나는 서씨 가문의 친딸이고, 저 애는 가짜잖아. 재벌 집안이라면서 진짜와 가짜도 구분 못 해?"
  • 서린은은 눈물을 머금은 채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 “그만 싸워. 지금 바로 나갈게.”
  • “린은아, 쟤 말 듣지 마. 오빠가 있는 한 아무도 널 내보내지 못해.”
  • “오빠…… 친동생은 언니잖아. 내가 괜히 언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거야.”
  • 서린은은 그렇게 말하며 한 발 내딛는 척하더니, 이내 힘이 풀린 듯 쓰러지며 기절한 연기를 시작했다.
  • ”린은아!“
  • 서재우는 애가 타는 듯 서린은을 번쩍 안아 들었다. 그리고 서연을 매섭게 노려봤다.
  • "너 같은 악독한 년은 우리 집에 필요 없다. 서가에 발도 들이지 마라!"
  • 그 말을 남긴 서재우는 그대로 돌아섰다.
  • 서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 "그게 네 마음대로 될까?“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재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 전화기 너머에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서재우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결국 그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 "……네. 지금, 지금 데리고 가겠습니다."
  • 서연은 피식 비웃었다.
  • “어머, 말 바꾸는 속도 한번 빠르네.”
  • 서재우가 굳은 얼굴로 쏘아붙였다.
  • “부모님이 네가 집에 돌아오길 바라시니까 데려가는 거야. 아니었으면 나도 널 신경 쓸 생각 없었어!”
  • “나랑 같이 돌아가고 싶으면, 빌어봐.”
  • 서연이 서가에서 자신을 필요로 할 거라고 확신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서가의 다섯째 오빠가 자신의 신장을 이식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 “너……!”
  • 서재우는 이를 악물었다. 당장이라도 뒤돌아 가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다섯째 동생의 얼굴과 방금 부모님께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 “싫으면 관둬. 다음번엔 말로 부탁하는 것만으로는 안 될 테니까.”
  • 서연은 한마디 더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아, 그리고 나 아직 너희랑 같은 가족관계증명서에 올라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설마 날 억지로 끌고 가려고? 그러다간 뉴스에 나올걸?”
  • 서재우는 도발하듯 웃는 서연을 바라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
  • “서연…… 내가 부탁할게. 나랑 집에 같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