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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큰일이 벌어지다

  • 반 시간 뒤.
  • 사도한은 정찬성이 수집한 증거자료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고, 얼굴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 “네 뜻은, 그녀의 신분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야?”
  • 정찬성은 양손을 펴 보이고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그냥 회식 자리라는 것만 알아, 어느 회사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몰라.”
  • 그리고는 눈썹을 치켜들고 말했다.
  • “어떡할 거야? 혹시라도 네 자식이 생겼다면?”
  • 사도한은 어릴 적부터 그와 함께 자란 정찬성을 내던지고 싶었지만, 꾹 참고 말했다.
  • “도시에 수배령을 내려!”
  • 사도한은 평소 괴팍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편이라 정찬성은 놀라지 않고 말했다.
  • “그녀를 찾으면 어떡하려고?”
  • 만약 정찬성의 말대로, 그녀가 어제저녁 방으로 들어갔을 때 술이 깬 상태이고, 방안에 불빛이 없어 잘 보이지 않았으며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방에 남는 것이 아니라 떠났어야 했다.
  • 생각해보니, 그 여자는 점잖은 여자가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제 발로 찾아와 몸을 내주는 여자를 수없이 많이 봤고, 혐오스러웠으며 그런 여자와 엮이는 것조차도 싫었다. 처녀면 어때, 잘못된 사람한테 몸을 내줬는데!
  • 사도한은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냉소를 지었다.
  • “오늘 점심 전까지, 모든 라디오와 신문에 수배령을 내려!”
  • 하율은 초췌한 모습으로 회사에 갈 수도 없고 하운이 놀랄까 봐 집으로 갈 수도 없어 예서진의 집으로 갔다.
  • 예서진은 하율의 몰골을 보고 깜짝 놀랐다.
  • “너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왜 남자 옷을 입고 있어?”
  • 아침부터 숨 돌릴 새 없이 뛰어다닌 하율은 너무 힘들고 지쳤다.
  • “이따가 알려줄게, 일단 욕실 좀 빌려 쓰자, 위조영은? 출근했지?”
  • 예서진은 깨끗한 수건을 건네주며 말했다.
  • “방금 나갔어, 일단 씻고 있어, 난 콩콩이 보러 갈게.”
  • 하율이 씻고 나오니, 예서진은 한 살이 되어가는 콩콩이를 품에 안고 말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 하율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예서진의 옆에 앉아 콩콩이를 놀아주자 콩콩이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 “이모, 안, 안아줘.”
  • “콩콩아, 이모 금방 샤워했어, 엄마가 안아줄게.”
  • 예서진은 콩콩이를 달래고 진지한 표정으로 하율을 보며 물었다.
  • “말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 하율은 콩콩의 귀여운 얼굴을 살짝 꼬집고 말했다.
  • “별일 아니야, 아기 갖고 싶어서 술집에서 일하는 남자랑 잤어. 이 옷도 그 사람 옷이야.”
  • 하율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지만 예서진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 “네가 다른 사람이랑 잤다고?”
  • “맞아!”
  • “아기 갖고 싶다고?”
  • “그래!”
  • 예서진은 갑자기 눈을 부릅뜨고 하율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내려쳤다.
  • “미쳤어? 결혼은 하기싫다면서 아기는 왜 갖고 싶은데, 혼자 키우려고? 네가 스스로 네 인생 망치는 거 알아 몰라?”
  • 하율은 피하지 못하고 정통으로 맞았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그녀는 예서진이 말은 험하게 하지만 사실은 그녀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 하율은 웃으며 대답했다.
  • “서진아, 내 이모가 예전부터 결혼하고 아기 가지라고 재촉했어. 난 이모를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이번 생에 다시는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래서 아기라도 가져 이모의 소원을 절반이라도 이루어 줬으면 해.”
  • 예서진은 하율과 십여년지기 친구다. 그녀가 평소 털털한 성격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마음이 여리고 또 그녀가 아직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그녀가 걱정스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여서 할 말이 많았지만 깊은 생각 끝에 한마디 말만 했다.
  • “네가 이미 결정을 내렸다면, 난 너를 지지해줄게.”
  • “서진아, 고마워.”
  • 이때,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은 하율은 멈칫하고 텔레비전에 집중했고, 하율은 자기도 모르게 점점 심하게 몸을 떨었다.
  • 수, 수배령? 그녀가 술집에서 귀한 손님의 물건을 훔쳤다고 인터뷰한다고?
  • 그저 술집에서 일하는 남자의 옷을 잠깐 빌런 것뿐인데? 이런 망신을 준다니!
  • 하율은 화를 참지 못했다! 그녀는 바로 택배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 그날 점심, 정찬성은 하율이 보낸 택배를 받았고, 택배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을 보니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사도한이 이 택배를 받을 때 표정이 너무도 기대되어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사도한의 회사로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