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3화 원하지 않아

  • 그녀는 원하지 않았다, 전혀!
  • 하율은 입구까지 걸어오다가 갑자기 멈춰 섰다. 지금 이 꼴로 돌아간다면 비웃음만 살 것이 뻔했다. 아니면 그냥 아무 데서나 잘까? 소파에서 자도 되는데.
  • 달빛을 빌려 그녀는 전화기의 위치를 확인하고 목소리를 낮게 깔며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 “이모, 나예요, 율. 나 오늘 밤에 서진이네 집에서 자고 갈게요. 얼른 쉬세요.”
  • “율아, 이 씨 아주머니가 좋은 신랑감 하나를 소개해 줬어. 내일 자주 가던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늦지 마.”
  • 하율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 “이모, 제가 분명히 말했잖아요, 저 소개팅 안 해요. 결혼은 더더욱 안 하고요. 저 좀 내버려 두세요!”
  • “그렇게 내버려 둘 순 없지. 여자한테는 가정을 이루는 것이 제일 중요한 법이야. 너 이젠 어리지 않아, 연애할 나이라고! 네 엄마가 살아 있다면 네가 하루빨리 결혼해서 아기 낳고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을 거야.”
  • “네네, 알겠어요. 저 이만 잘게요.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해서요.”
  • “점심 약속 잊지 말고!”
  • “알았어요!”
  • 하율이 건성으로 두어 마디 대답하고는 서둘러 전화를 내려놓았다.
  • 소개팅? 당연히 안 가지!
  • 소개팅의 목표가 결혼이랑 아기를 낳는 건가? 하지만 그녀는 조금도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다만 아기라면, 고려할 여지가 있었다. 하율은 예서진이 낳은 귀여운 아기를 떠올렸다. 통통한 볼살이며 포동포동한 팔다리, 그녀는 아기의 웃는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 그때, 하율은 대담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러면 아기는 낳자!
  • 하율은 생각할수록 이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날짜를 계산해보니 오늘이 배란기였다. 그와중에 침대에는 떡하니 남자가 누워있고… 비록 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호스트 치고는 못생긴 사람이 없으니 이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 이건 하늘이 내린 기회야.
  • 하율은 먼저 샤워를 하고 이상하리만큼 큰 침대에 올랐다. 그리고 두 다리로 사도한 몸을 가로탔다. 남자는 자세가 불편했는지 이마를 찌푸리며 옅은 소리를 냈다.
  • 하율은 두 손을 모으고 작은 소리로 빌었다.
  • “선생님, 저는 단지 그쪽 씨가 필요한 것 뿐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당신이 곤란한 일은 만들지 않을 게요. 제가 우리 가족을 대표해서 당신에게 감사드려요.”
  • 그녀가 그의 허리춤에 있는 벨트를 풀었다. 그 덕분에 그가 입고 있던 흰색의 샤워가운이 양 켠으로 벌어지고 은은한 달빛 아래 그의 떡 벌어진 가슴이 드러났다. 떨리는 두 손이 그의 가슴 앞을 방황하고 뜨거운 감정이 손끝을 따라 전해왔다. 하율은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다. 24년이래 그녀가 남자와 이토록 가까이 닿긴 처음이었다. 마음의 준비를 마쳤지만 그래도 떨리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 다음에는 뭘 해야 하는 거지? 내 옷을 벗어야 하나? 이럴 줄 알았다면 섬나라 영상이라도 많이 보는 건데.
  • 대담하기로 소문이 난 하율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얼굴이 자신도 모르게 뜨거워 났다. 그녀는 다시 마음을 먹고 사도한의 입술을 덮쳤다. 손은 그의 가슴 위를 지분거렸다.
  • 그녀의 키스는 급하고 난잡했다. 키스는 사도한의 얼굴부터 목까지 그리고 쇄골, 가슴까지 이어졌다. 그의 몸 어딘가가 일어나 그녀를 자극했다. 심장이 더욱 빨리 뛰었다.
  • “윤진아….”
  • 술에 취한 사도한이 이마를 찌푸렸다. 몸의 긴장감과 뜨거움이 그를 자기도 모르게 숨을 내뱉게 했다. 여자의 작은 자극으로는 만족이 안된 그가 몸을 재빨리 뒤집어 하율이 아래로 향하게 했다.
  • 그는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고 이건 그의 골반 아래 어딘가에서 더욱 큰 불길이 치솟게 했다. 그리고 그의 혀가 그녀의 입속을 헤집고 그의 리드하에 두 입술이 엉켰다.
  • “윤진아…. 사랑해…. 나랑 할래?”
  • 취기가 잔뜩 오른 사도한이 하율의 귓불을 지그시 깨물며 말했다. 한 손으로는 그녀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어루만지며 다른 한 손은 자연스럽게 다리 사이로 향했다.
  • 하율은 그가 자신을 다른 사람이라고 착각한 것을 알아채고 부끄러운 소리를 이 악물고 참았다. 온몸이 그를 따라 흔들리고 그의 뜨거운 손은 그녀의 다리 사이를 부드럽게 터치했다. 그의 육체는 언제든지 폭발할 준비가 되었지만 그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않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 하율은 그가 윤진에 대한 절절한 사랑에 감동이 되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 그가 다음날 아침 깨어나 모르는 사람이랑 잔 걸 알면 속상해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됐어. 이 사람 직업이 호스트인데 뭘 그렇게 걱정하는 거야.
  • 하율은 그의 목에 손을 감고 가까이 다가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