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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서비스가 너무 좋아

  • “왜지? 그녀의 마음이 변한 걸까?”
  • 사도한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왜 내 마음이 변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
  • 정찬성은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 “네 마음이 변했다고 믿을 바엔 차라리 내일이 지구 종말이라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너 같이 단순한 사람 마음이 변한다고?”
  • 사도한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 “너마저도 내 마음이 변했다고는 믿지 않으니 그녀도 내가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
  • “기다린다고?”
  • 사도한은 술 한 잔을 더 주문하며 말했다.
  • “영국 황실 발레단에서 영국으로 와달라고 요청을 보냈어. 그리고 비행기 오르기 직전에 나한테 말하더라. 5년만 기다리라고. 너무 잔인한 거 아니냐?”
  • 사도한은 머리를 들어 정찬성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예리하면서도 차가웠다. 하지만 정찬성은 그의 눈빛에서 슬픔을 읽어냈다. 사도한과 조윤진은 소꿉친구였고 연애를 시작 한 지는 1년 여 되는 커플이었다. 정찬성은 자신의 친구가 조윤진에게 청혼하기 위해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친구에게 돌아온 건 조윤진의 출국 소식이라니, 정찬성 또한 믿을 수 없었다.
  • “윤진이 말은 그만하고 우리 술이나 마시자. 우리 둘이 술 안 마신 지 너무 오래되지 않았냐?”
  • 정찬성이 바텐더에게 손짓하자 그가 아껴왔던 와인 한 병이 그들의 테이블에 올라왔다.
  • 사도한은 술잔을 들고는 다 마셔버렸다.
  • 정찬성은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 “술 마실 때에는 그래도 이쁜 여자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 저 여자 봐봐. 괜찮지 않냐?”
  • 사도한의 시선이 정찬성의 손가락 끝에 머물렀다. 그는 금방 자리에 앉은 하율을 보았다. 하율은 이미 다른 남자의 부축을 받으며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그 남자의 손이 그녀의 가슴 앞에 머물렀다. 그 남자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사도한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 “난 윤진이 말고 다른 여자한테는 관심 없어.”
  • 정찬성은 음흉한 눈빛으로 그의 몸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 “조윤진 영국에 5년 있어야 한다며. 너 5년 동안 부처로 지낼 거야? 너는 참을 수 있을지 몰라도 거기는 참을 수 있대?”
  • 사도한은 미간을 좁혔다. 그가 입을 떼려던 그때, “짝!”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의 주인공은 하율이었다. 하율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신의 몸에 손을 댄 그 남자한테 사정없이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 “미친놈. 어딜 만져? 너 오늘 죽었어!”
  • 정찬성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순한 양인 줄 알았더니 뭐 앙칼진 고양이였네? 재밌네.”
  • 사도한은 천천히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는 별 관심이 없는듯했다.
  • 정찬성은 사도한에게 심심함을 달래줄 여자를 찾아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 반응 없는 사도한을 보며 그는 왠지 아쉬웠다. 정찬성은 계속해서 취해서 비틀거리는 하율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그때,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 사도한은 몇 잔 마시지 않은 채 취해버렸고 정찬성은 그를 VIP 룸에 데려갔다.
  • 그러고는 구석에 앉아 이마에 손을 얹고 술을 깨고 있는 하율에게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 “아가씨, 저희 가게에서 매일 저녁마다 행운의 당첨자를 한 분씩 뽑아서 호텔 룸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드리는데 오늘 아가씨께서 그 주인공이 되셨습니다.”
  • 하율은 술이 좀 깬듯 했다. 자리로 돌아가 동료를 찾으려던 그녀는 오늘 그 행운의 당첨자가 되었다는 말에 멍해있더니 말했다.
  • “난생처음이네요. 이런 이벤트에 당첨되는 거… 고맙긴 하지만 필요 없어요. 제 친구들이 다 188번 방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거든요. 저 돌아가야 해요.”
  • “제 생각에는 지금 같은 상황이면 먼저 호텔 룸에 들어가서 쉬시다가 다시 돌아가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 하율은 이제야 정신이 좀 들었다. 조금 전 취해있을 때 자신이 어떤 사고를 쳤었는지 떠올랐다. 지금 이 헝클어진 머리와 옷차림으로 돌아간다면 이상한 소문이 돌 수도 있었다.
  • “그래요. 그럼 저 대신 가서 말씀 좀 해주실래요?”
  • 정찬성은 웃으며 승낙했다. 그리고 VIP 룸의 마스터키를 주며 말했다.
  • “아름다운 아가씨, 즐거운 밤 보내세요.”
  • “감사합니다.”
  • 하율은 그의 서비스에 감탄하며 정찬성의 음흉한 속내를 눈치채지 못했다.
  • 하율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갔다. 방 안의 전등은 고장이 났는지 아무리 스위치를 눌러봐도 불이 켜지지 않았다. 하지만 공짜로 누리는 거라는 생각에 그녀도 그냥 신경을 쓰지 않았다.
  • 그녀는 어둠 속에서 천천히 신발을 벗고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트리스의 부드러운 촉감 대신 딱딱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 그녀는 천천히 그 딱딱한 것을 만지며 그 촉감을 느꼈다. 그녀의 손에 닿은 건 사람의 가슴팍 같았다. 심지어 살짝 튀어나온 듯한 그 두 개의…. 하율은 깜짝 놀라 침대에서 내려갔다. 이게 무슨 일일까? 침대 위에는 한 남자가 누워있었다!
  • 하율은 너무 놀란 탓에 한순간에 술이 다 깨버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와인바의 서비스는 과도하게 친절했다. 당첨자를 위해 호스트까지 제공해 주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