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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꽁냥꽁냥

  • 하율은 갑자기 자신이 먹보가 되고 있다는 걸 발견하였다. 그러고는 얼른 답례로 닭 다리를 집어 사도운의 그릇에 놓아주었다.
  • “그쪽도 드세요.”
  • 사도운은 더 해맑게 웃기 시작했다.
  • 사도운의 웃음을 본 사도한은 하율과 사도운의 열정적인 소통에 밥맛이 떨어졌다. 사도한은 젓가락을 소리 나게 식탁 위에 내려놓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어리둥절한 하율과 얍삽하게 웃고 있는 사도운을 남겨두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 “네 형이 갑자기 왜 저러는지 알아?”
  • 사도운은 수프를 한 스푼 뜨더니 하율의 입에 갖다 대며 아무 일 아닌 것처럼 말했다.
  • “어쩌면 회사일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서 갱년기가 일찍 왔나 보지. 신경 쓰지 마. 우리끼리 먹자.”
  • 하율은 사도운의 말에 정신이 팔려 사도운이 떠준 수프에 반응 못했다. 사도운이 준 수프를 무의식적으로 입에 넣은 후에야 정신을 차려 스푼을 받아들고서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 “고마워, 나 혼자 먹을 수 있어.”
  • 사도운은 한 손으로 턱을 괴더니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 “하율, 얼굴 빨개진 거 왜 이렇게 귀여워?”
  • “….”
  • 사도운의 말을 들은 하율의 얼굴은 더 빨개지기 시작했다. 하율은 마음속으로 사도운이 연애고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세 마디에 사도운의 바람둥이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했으니.
  • 사도운은 젓가락으로 하율의 팔을 찌르며 물었다.
  • “진짜로 궁금해서 그러는데, 하율은 우리 형이랑 무슨 사이야? 혹시 연인 사이인 건 아니지?”
  • “켁켁.”
  • 하율은 사도운의 말에 사레가 들렸다. 하율은 다급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 “아니야, 우리 아무런 사이도 아니야! 난 그냥 며칠 동안 얹혀사는 거야. 최대한 빨리 나갈 거고.”
  • 사도운은 마치 반려견를 어루만지는 것처럼 하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아니라니 다행이네. 절대 우리 형을 좋아해서는 안돼! 우리 형 이미 좋아하는 사람 있어, 그래서 다른 여자들이 우리 형 좋아하면 새드엔딩일 수밖에 없거든.”
  • 하율은 국그릇을 들고 눈을 깜빡이며 생각했다. 사도한이 좋아하는 여자가 아마도 그날 밤 사도한의 입에서 나온 윤진이라는 사람인 것 같았다.
  • 사도한은 화가 났다. 사도한은 하율이 이렇게나 빨리 사도운과 친해진 걸 보며 수단이 높다고 생각했다.
  • 사도한은 두 사람이 식탁 위에서 꽁냥거리는 걸 생각하면 어이가 없었다.
  • 사도한은 보름 후에 하율이 임신하지 않은 걸 확인하면 당장 집에서 쫓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 사도한이 방 안에서 답답해하며 화내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하율이 국그릇을 들고 조심조심 걸어들어오더니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
  • “아까 보니 별로 먹지 않은 거 같아서 국이라도 마셔, 아니면 나중에 배고플 거야.”
  • 사도한은 하예서를 한번 흘기더니 그녀를 무시했다.
  • “저기….”
  • 사도한이 무시하자 하율은 민망했지만 꿋꿋이 국그릇을 책상 위에 놓고서는 우물쭈물해 있었다. 그러자 사도한이 차갑게 물었다.
  • “또 볼 일 있어?”
  • 사도한이 드디어 대꾸를 해주었다.
  • 하율은 얼른 사도한의 맞은켠에 앉아 이야기하기 편한 자세를 취했다.
  • “만약 내가 임신했다고 하면 어쩔 거야?”
  • 사도한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말했다.
  • “지워.”
  • 하율은 숨을 들이마셨다. 비록 이런 결과일 줄은 알았지만 조금의 희망이라도 쟁취하려고 비위를 맞추며 물었다.
  • “남겨두면 안 될까? 내가 절대 너한테 영향 없도록 할게! 나 일 그만두고 여기 뜰게!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키울게!”
  • 하율은 열정적으로 말했다.
  • “그냥 네가 인심 베풀어서 정자 기증했다 생각하면 돼! 부담 가질 필요 없어!”
  • 사도한은 한심하게 하율을 보며 말했다.
  • “넌 내가 세 살짜리 애로 보여? 내가 그렇게 잘 속아 넘어갈 거 같아?”
  • 사도운은 마음속으로 윤진이 외엔 모든 여자가 다 자신의 돈과 지위를 위해서 자기한테 접근한다고 생각했다. 하율이 아무리 좋게 말하여도 아이를 낳으면 자신을 협박할 거라고 생각했다.
  • 하율은 다급하게 맹세했다.
  • “내가 말한 거 다 진심이야. 만약 믿지 못하겠다면 내가 맹세할게, 만약 내 말속에 거짓말 하나라도 있다면 나 벼락 맞아 죽을 거야! 그래도 안 믿으면 우리 계약서 쓰자, 내가 아이를 낳은 후에 여길 떠난다고! 영원히 너한테 피해 안 준다고!”
  • 사도한이 깊은 눈빛으로 하율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율의 긴장감과 기대감을 사도한 눈치챘다. 한참 후에 사도한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비웃으며 말했다.
  • “너의 연기 실력은 내가 인정할게!”
  • 하율은 어이가 없어 버럭 하며 말했다.
  • “너 혹시 모든 여자가 널 접근하는 게 돈 때문이라고 생각해? 너 피해망상증 엄중한 거 같으니 빨리 병원 가서 치료받아!”
  • 사도한은 그녀를 응시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 “정반대의 계략으로 날 꼬시겠다. 그딴 심리전 전술 나한테는 아무 효과 없어.”
  • 하율은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고집 센 사람의 무서움을 보았다. 사도한은 자신이 하는 말을 전혀 믿지 않고 있다.
  • “내가 어떻게 하면 믿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