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천의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했고 그의 전화는 도무지 걸리지 않아서 나는 그를 찾아 회사에 올수 밖에 없었다.
그의 아리따운 여비서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가로 막았다.
"소아가씨, 미안하지만 잠시 기다려 주세요. 저희 사장님이 지금 만나주실 사정이 못됩니다."
"그 사람 지금 목욕하고 있어요?"
아마 서경천이 시킨거겠지. 분명 결혼한 사인데 그의 아랫 사람들은 줄곧 나를 소아가씨라고 부르고 있다.
할머니께서 갑자기 심장병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근데 누구도 만나려고 하지 않고 서경천만 보고 싶어 하는데 내가 저 사람을 찾아 오지 않으면 어떡하겠는가?
예쁜 여비서를 밀어 젖히고 문을 두드릴 새도 없이 곧장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따라 들어 오는 여비서가 다급하게 말한다.
"소아가씨, 사장님, 저......."
여비서의 반응이 너무 컸다.
‘서경천이 사무실에서 무슨 떳떳지 못한 짓을 할 수 있겠어.’
라고 생각을 했는데…
앞에 소파에서 일어나고 있는 장면을 본 순간 나는 뱉은 말을 다시 삼켰다.
내가 본 것은 참으로 놀랍고도 괴상한 화면이다.
소파위에 몸매가 늘씬한 두 남자가 겹겹이 둘러 싸인채 소파 위에 엎드려 있었다.
서경천은 홀딱 벗은채 밑에 누워 있었고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근육선을 자랑하고 있었다. 바지는 모자이크를 해야 할 부위까지 내려갔으며 좌측 엉덩이 문신을 다 드러내놓고 있었다. 문신에 새긴 것이 무슨 그림인지 정확히 보지는 못했는데 좌측 엉덩이를 쓰다 듬고 있는 손 하나는 확실히 봤다. 또한 그의 위에 누워 있는 사람이 바로 청아하고 의젓하며 희고 뽀얀 피부를 가진 개인 비서 백우인 것 또한 알아차렸다.
헐, 대박. 나 지금 뭔가 대단한 것을 발견한 것 같다.
소파에 있던 두 사람은 소리를 듣자 재빨리 소파에서 일어났다.
나를 본 백우는 얼굴부터 시작해서 목, 머리 끝까지 빨개졌다.
서경천도 소파에서 일어나 바지를 올려 입고는 의자 등받이에 걸쳐둔 셔츠를 입었다. 그는 머리카락 사이로 나를 곁눈질하며 보았다.
순간 다리가 떨릴 만큼 두려웠다. 분명 그의 비밀을 알아차린 사람은 난데 내가 무슨 켕기는 게 있다고.
"사장님, 막을 수가 없었어요.."
여비서는 울먹였고 백우는 빨개진 얼굴로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시국을 잘 파악하는 사람이 똑똑한 놈이라고, 나도 황급히 몸을 돌려 그들을 따라 도망칠 생각을 했다.
그러나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는 한 손으로 내 손목을 잡고 미세한 힘으로 나를 자기의 품 속으로 잡아 당겼다.
빵처럼 빵빵하고 딱딱한 그의 가슴 근육에 부딪치는 순간 내 심장은 당장 튀어 나올 것만 같았다.
나의 언어 시스템은 완전히 마비 되었고 말이 전혀 이어지지가 않았다.
"난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요. 말하지 않을게요. 당신의 비밀을 꼭 지켜 줄게요."
갑자기 그의 손이 내 허리를 감쌌다. 손바닥은 열기로 타올랐다. 마치 다리미처럼 뜨거워서 내 살갗이 화상입을 것만 같았다.
"무슨 비밀?"
그가 웃으니 하얀 이가 빽빽하게 보였다.
“아, 그니까 난 당신을 차별하지 않아요. 성적 취향이라든지 남자를 좋아하든 여자를 좋아하든 다 괜찮다구요. …"
내 몸이 갑자기 공중에 떠오르더니 그에 의해 소파 속으로 던져졌다.
그는 내 몸을 내리 눌렀고 나는 방금 백우가 그를 내리 누르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셔츠는 아직 단추를 채우지 않아 옹골진 가슴 근육 뿐만 아니라 섹시한 복근도 보였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수 일수가 있지?”
나는 내가 그냥 생각만 한 줄 알았는데 어리석게도 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보아하니 정말 당신의 입을 막아야 겠군."
뭐라고?
내 머리는 사고를 멈췄다. 서경천의 얼굴은 나를 향해 눌려졌고 그는 나에게 입을 맞추었다.
저질 스웨터를 입은 듯한 정전기 같은 촉감이 나를 후려쳤고 내 머리는 멍해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옅은 술냄새를 풍기는 혀가 내 입 안에서 낼름거렸다.
‘뭐야 이거? ‘
‘게이 아니었어? 수 아니었냐고? 왜 나한테 이러지?’
결혼한지 반년이나 됐지만 그는 나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제와서, 내가 그의 비밀을 알게 된 이제야 와서 오히려 나한테 …
찌익하는 소리와 함께 나의 레이스 스웨터가 완전히 찢어졌고 내 어깨 위에서 흘러 내렸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서경천의 잘생겼지만 빙산처럼 싸늘한 얼굴을 보고 갑자기 깨달았다.
이건 벌이다.
내가 제멋대로, 노크도 하지 않은채 사무실로 쳐들어가서 그의 비밀스러운 장면을 목격한 대가였던 것이다.
"서경천."
나는 그의 밑에서 꿈틀거리며 말했다.
"놓아 줘요. 고의적으로 본 게 아니잖아요. "
"움직이지 마. 움직일수록 난 더 흥분돼."
살짝 가빠진 숨소리가 내 귓가에 맴돌았다.
나의 목소리는 목구멍에서 쥐어짜듯이 나왔다.
"당신 게이인데 여자한테도 흥분돼요? "
"맞춰봐."
그는 손으로 내 브래지어를 움켜 집더니 힘껏 잡아 당겼다. 브래지어의 어깨끈이 내 어깨 위에서 찢어져 어깨쪽의 살갗이 벗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