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내가 누구한테 원한을 사지 않는 날이 있었어?
- 강시연은 자료를 뒤져보았다. 알고 보니 미국 해커들이 한국의 사이버 망을 공격하고 있었다.
- 만약 그들이 성공한다면 한국의 국가기밀을 빼돌리게 되고 그때가 되면 한국 전체는 큰 위기에 빠지게 된다.
- 강시연은 자료를 삭제하고 택시를 타고 강 씨 저택으로 돌아왔다.
- “시연아, 어렵게 서과고에 들어갔는데, 엄마는 네가 더 이상 사고 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제 언니랑 같은 학교에 다니니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언니한테 물어봐.”
- 아무리 치가 떨려도 필경 자신의 딸이 아닌가? 더구나 지금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그녀가 바라는 건 강시연이 강지연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이다.
- “엄마, 걱정하지 마. 시연이 예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내가 잘 돌볼게.”
- 5년 전, 그녀가 강시연을 패가망신시킬 수 있었다면, 5년이 지난 지금 강시연은 더 이상 그녀의 원수가 아니었을 것이다.
- “둘 다 연기 그만하시지? 너무 역겹게 만들지 말아 줄래? 내가 뭘 하든 그건 내 일이야. 당신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어. 이렇게 연기를 좋아하면 왜 배우 하지 그래?”
- 강시연은 말을 끝내고 그 둘을 쳐다보지도 않고 윗 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 “쟤 태도 좀 봐, 자기가 뭐 대단한 줄 아나 봐, 그런 짓을 해놓고 어떻게 여태까지 전혀 반성을 안 할 수가 있어.”
- 양나리는 딸 때문에 기가 막혀 죽을 지경이다.
- 강지연은 불쾌했지만 얼굴에는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 “엄마, 화내지 마, 내가 있잖아, 나는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게.”
- “그래!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넌 한 번도 엄마를 실망시킨 적이 없어. 지연아, 너도 우리 집 상황 잘 알잖아, 절대로 엄마를 실망시켜서는 안 돼.”
- 강지연이 재벌 가문에 시집만 가면 강 씨 가문은 희망이 있다.
- 강시연은 두 사람을 무시한 채 방으로 돌아가 노트북을 꺼냈다.
- 평범해 보이는 국산 노트북 전원 버튼을 눌렀다.
- 하지만 운행속도는 미국의 애플보다 훨씬 빨라 전원 버튼을 누른 지 3초도 안 돼서 노트북은 작동되었다.
- 노트북 화면도 다른 노트북에 비해 다를 건 없었다.
- 강시연은 침대에 앉아 노트북을 다리에 올려놓은 채 키보드를 두드려 빠르게 코드를 입력했다.
- “이놈이다!”
- 미국의 해커와 교전한지 일분도 채 안 됐는데 강시연은 벌써 감 잡았다.
- “겁도 없이.”
- 감히 한국을 넘보다니,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아주 한국을 무시하겠다.
-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니 코드 한 줄 한 줄이 노트북 화면에 나타났다.
- ……
- 미국.
- “어떻게 됐어? 손에 넣었어?”
- 그들은 한국의 군사기밀을 훔치려고 한창 준비 중이다.
- “씨발.”
- 손에 넣을 듯했는데 상대편에서 공격을 막아냈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에 아예 공격이 불가능한 방화벽을 설치해버렸다.
- “어떻게 된 거야?”
- “망했어.”
- 미국의 해커가 상대방이 뭘 하려는지 파악했을 때 이미 미국의 방화벽은 공격당했고, 암호화하려고 하니 그의 컴퓨터는 10초 동안이나 먹통이 되어버렸다. 그 10초 동안에 미국의 기밀문서는 이미 해킹 당했다.
- “무슨 일이야?”
- “우리 기밀문서들이 해킹 당했어.”
- “대체 누구야? 네가 세계 탑이라고 했잖아?”
- “분명 빛의 날개의 혼일 거야. 그녀 말고 나를 상대할 사람은 없어.”
- “기밀문서들 모두 중대한 사안들이야, 어떻게 대통령님께 보고드릴 지나 생각해!”
- “혼, 너 딱 기다려.”
- ……
- 다른 한편, 강시연은 모든 자료를 검에게 넘기고 코드 몇 줄을 입력해 모든 흔적을 깨끗이 지우고 나서 컴퓨터를 껐다.
- 컴퓨터를 끄자마자 검한테서 전화가 왔다.
- “역시 네가 나서면 문제없을 줄 알고 있었어, 근데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의 기밀까지 빼내올 줄은 생각 못 했어. 진짜 넌 아무도 카피 불가능한 레전드야. 이 세상에서 아무도 널 못 이겨.”
- “더 할 얘기 없으면 끊을게.”
- 이런 칭찬에 그녀는 이미 면역력이 생겼을 정도다.
- “알겠어, 돈은 예전의 계좌에 입금하면 되지?”
- “응.”
- 검의 말을 마저 듣지도 않고 강시연은 전화를 끊었다.
- …
- 까맣게 된 화면을 보고 있는 진혁의 머리도 함께 다운되었다.
- “씨, 내 컴퓨터도 해킹 당했어.”
- 그는 혼을 잡으려고 했지만 영문도 모른 채 해킹 당했다.
- “진혁아, 겨우 이 정도 실력이야?”
- 무열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 “혼이야. 그 사람 말고는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다른 사람의 컴퓨터를 해킹하고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사람은 그뿐이다.
- “다른 단서는 없어?”
- 드디어 침묵을 지키던 유지훈이 입을 열었다.
- “단 하나, 혼이 지금 서울에 있다는 것 밖에 알 수 없어.”
- 이렇게 오랫동안 그가 추적해낸 유용한 정보는 이것뿐이다.
- “뭐? 혼이 서울에 있다니.”
- “빛의 날개에 연락할 방법을 찾아.”
- 빛의 날개는 전설적인 해커조직이다.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멤버들은 하나같이 실력이 뛰어나고 그중에서 가장 실력이 있는 멤버가 혼이다.
- 유지훈은 사무실로 돌아왔다. 대부도에 가 있는 동안 많은 일들이 밀려 지금 처리해야 한다.
- ……
- 임무를 완성한 강시연은 침대에 앉아 게임을 계속했다.
- 이때, 누군가의 노크 소리에 강시연은 몸을 일으켰다.
- “시연아, 할아버지다.”
- 할아버지 목소리를 듣고 시연은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었다.
- “할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 강시연은 할아버지를 부축하여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 “5년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할아버지한테 얘기해 봐, 넌 내 손녀야, 할아버지는 잘못을 저지른 이들이 벌을 받게 할 거다.”
- “할아버지, 그 일은 신경 안 쓰셔도 돼요.”
- 할아버지는 나이도 많으신데 굳이 그녀의 일 때문에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 “할아버지는 건강만 신경 쓰면 돼요.”
- “할아버지는 네가 억울한 일을 당한 걸 알아, 5년 전에 내가 집에 없어서 널 보호하지 못했어. 이제 할아버지가 있으니 누구도 너를 괴롭히지 못할 거다. 공부만 열심히 하고 다른 건 신경 안 써도 돼.”
- “여기 카드 받거라.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알아서 사고, 모자라면 할아버지가 더 줄게. 혼자 속상해 말고, 알았지?”
- 이 나이의 여자애들은 원래 자신을 예쁘게 꾸미는데 신경을 쓰곤 한다. 하지만 강 씨 가문에서 제일 사랑받았던 어린 공주 강시연은 이렇게 변해버렸다.
- 오랜만에 느낀 온정에 그녀처럼 강한 사람도 목이 메었다.
- “할아버지 고마워요.”
- 어르신의 호의를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 오후가 되어서야 강시연은 학교에 도착했는데 귀찮게 또 검에게서 연락이 왔다.
- 강시연은 아무도 없는 구석에서 전화를 받았다.
- “혼아, 너 요즘 누구한테 원한을 산 적이 있어?”
- “내가 누구한테 원한을 사지 않았던 날이 있었어?”
- 그녀가 다른 사람을 건드리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건드리니 그녀라고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 “유성 그룹 알아? 거기서 널 뒷조사하고 있어.”
- 빛의 날개를 속일 수 있는 일은 없다.
- “유성 그룹? 알겠어.”
- 강시연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 “너 조심해, 유성 그룹은 쉬운 상대가 아니야.”
- 서울에서 유성 그룹과 맞설 수 있는 상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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