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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누구인지 알아야겠어

  • “어르신, 잠깐만요.”
  • 통화를 마친 뒤 곧바로 따라 나갔다.
  • “강시연 학생, 저희가 받겠습니다.”
  • 교장의 태도는 180도로 바뀌어있었다.
  • 강진국같이 풍파를 많이 겪어 본 사람도 교장이 왜 생각을 바꾼 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 “교장 선생님,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 강진국이 확인을 받으려는 듯 다시 물었다.
  • “어르신, 잘못 들으신 거 아닙니다. 지금 바로 강시연 학생에게 반을 배정해주겠습니다.”
  • 교장은 곧바로 교감에게 전화를 걸어 강시연의 입학을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 강시연은 거절하지 않았지만, 그녀도 이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 교감은 강시연을 성적이 제일 떨어지는 반으로 배정했고, 그녀에게 교복을 준 뒤 3학년 8반의 담임에게 그녀를 넘겨주었다.
  • “하 선생님, 저희 시연이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네, 어르신. 얼른 들어가 보세요! 전 시연이를 데리고 반에 가볼게요.”
  • 하 선생님은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
  • 이 학교의 학부모 중 거물이 아닌 사람이 없기에 그들 같은 선생님들은 감히 밉보일 수가 없었다.
  • 3교시 수업이 마침 하 선생님의 수업이라 하 선생님은 강시연을 데리고 3학년 8반으로 향했다.
  • “얘들아, 오늘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어. 자, 전학생은 자기소개하자. 다들 박수!”
  • 교탁으로 간 강시연은 칠판에 강시연 세 글자를 커다랗게 적었다.
  • “안녕, 난 강시연이라고 해.”
  • 강시연? 그 이름을 들은 학생들은 수군대기 시작했다.
  • “5년 전에 학교에서 퇴학당한 그 강시연?”
  • “맞는 것 같은데? 전에 나랑 같은 반이었어!”
  • “소문에 중학생일 때 낙태도 했다던데, 진짜야?”
  • “진짜야, 그때…”
  • “…”
  • “그만, 다들 조용. 강시연, 마지막 줄에 자리 있으니까 거기에 앉아.”
  • 하 선생님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 마지막 줄에 앉은 강시연은 혐오 가득한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 3학년 8반은 나름 서과고에서 평범한 반이었고 이 반에는 권세가 있는 집안 자식이 많았다.
  • 하나같이 두려울 게 없는 사람들이라 3교시가 끝난 뒤, 서이슬은 강시연의 앞으로 다가왔다.
  • “강시연, 진짜로 너야? 서울에 돌아올 낯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네. 내가 너였으면…”
  • 서이슬은 강지연의 들러리로 예전부터 강지연을 도와 강시연을 괴롭혔었다.
  • “서이슬, 그 망할 입 닥쳐.”
  • 강시연은 잠자리를 가리는 타입이라 어젯밤 내내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지금 머리가 아팠다.
  • “강시연, 여긴 대부도가 아니야. 넌 네가 서울에서 뭐라도 될 줄 아나 보지?”
  • 서이슬은 강시연이 조금도 무섭지 않아 강시연의 손을 덥석 잡았다. 아직도 강시연이 예전처럼 만만한 어린 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강시연은 예쁘게 생긴 두 눈을 위험하게 흘겨 떴다.
  • 그런 뒤 관성을 이용해 역으로 서이슬의 손을 잡은 뒤 뒤로 꺾었다.
  • “아…”
  • 서이슬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 다른 사람들은 강시연이 두 눈을 사납게 뜨고 있는 것을 보자 감히 말리지도 못했다.
  • “내가 말했지, 사고 치고 싶지 않다고. 그런데 그렇다고 겁내지는 않아. 서이슬, 똑똑히 들어. 난 이미 5년 전의 그 강시연이 아니야. 그 누구도 내 머리 위로 못 올라와. 그리고 5년 전에 너희가 무슨 짓을 했는지 너도 기억하고 있겠지! 내가 겪었던 모든 것들 하나하나씩 천천히 너희들에게 돌려줄게.”
  • 강시연은 문득 돌아온 것이 너무나 정확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말을 마친 강시연이 서이슬을 세게 밀치자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 서이슬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 지금의 강시연은 사람을 두렵게 했다.
  • 절대로 강시연이 계속해서 서울에 있게 해서는 안 됐다. 강시연을 반드시 철저히 무너트려야 한다.
  • 마지막 두 교시 동안 강시연은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했고 수업이 끝난 뒤 그녀는 가방을 메고 밖으로 향했다.
  • 교문을 나섰을 때 김무열이라는 남자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 강시연은 교장이 생각을 바꾼 것이 저 사람들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김무열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강시연은 이미 그를 밀치고 옆에 있는 차에 탔다.
  • 멘트를 준비했던 김무열은 강시연의 앞에서 무려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 “유지훈이라고 했죠? 지난번에는 제가 당신을 구해줬고 이번에는 당신이 절 도와줬네요. 앞으로는 서로 빚진 거 없으니까 더는 찾아오지 마세요.”
  • 강시연의 예쁜 두 눈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이 두 사람은 만만치 않은 인물이라 그녀는 그들과 어떻게든 엮이고 싶지 않았다.
  • “내 목숨은 아주 비싸.”
  • 그는 오늘 김무열에게 전화 한 통 하라고 한 게 전부였다. 강시연이 한 것에 비해서는 털끝만치도 되지 않았다.
  • “나는 유성 재단의 유지훈이야. 난 네가 필요해.”
  • 유지훈의 말을 듣자 김무열은 철저히 당황했다.
  • 유성 재단에 없는 인재가 없는데 그는 도무지 유지훈이 왜 이렇게까지 강시연을 손에 넣으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전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불량 학생이에요. 저에게서 원하는 게 뭔데요?”
  • 강시연은 덤덤하게 유지훈을 쳐다봤다.
  • 감히 이렇게 유지훈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
  • 역시, 이 소녀는 남달랐다.
  • “의술.”
  • “의술이요? 장난해요? 전 18살 난 고3 학생이에요. 제가 무슨 의술을 할 수 있겠어요. 제가 말했었잖아요. 제가 당신 총알을 제거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운이 좋았던 거라고. 운이 나빴으면 당신은 이미 죽었어요.”
  • “강시연, 난 농담이 아니야. 진지하게 생각해 봐.”
  • 유성 재단, 그것은 레전드였다. 서울의 명망 있는 사람들이 가장 교류하고 싶어 하는 재단이었지만 눈앞의 여자애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 강시연은 더 이상 쓸데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하든, 저들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 “유 사장, 쟤랑 자고 싶은 거면 솔직하게 말해! 저 봐봐, 그 핑계를 쟨 믿지도 않잖아.”
  • 유지훈은 멀어지는 강시연을 쳐다봤다. 저 여자애는 딱 그의 취향이었다.
  • 차에서 내리자 강시연의 휴대폰이 울렸다.
  • 잠금을 풀고 걸려 온 번호를 본 그녀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 하지만 상대는 포기를 모르는 듯 연달아 수십 통의 전화를 걸었다.
  • 끝내 강시연은 전화를 받았다.
  • “용건이나 빨리 말해, 나 지금 기분이 무지하게 안 좋아.”
  • “혼, 넌 여전히 성질이 불같아. 언제 돌아와?”
  • 혼의 불같은 성질을 검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 “할 말이나 해.”
  • “그래! 일이 들어왔는데, 받을래?”
  • 검은 혼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일을 받을지 말지는 순전히 기분에 따랐지만 일단 일을 받으면 반드시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 “안 받아.”
  • 빛의 날개에서 가장 어리지만 가장 실력이 좋은 해커인 혼은 순전히 기분에 따라 일을 받았다.
  • “혼, 이번 일은 한국의 네트워크 보안과 연관되어 있어서 난 개인적으로 그래도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해.”
  • 다른 일이었다면 검도 이렇게 전화를 걸지 않았을 것이다.
  • “네트워크 보안?”
  • 강시연은 드디어 조금 흥미가 생겼다.
  • “알았어, 자료 보내줘.”
  • 말을 마친 강시연은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 검은 뭐라고 더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 곧바로 자료를 보냈다.
  • 그리고 이쪽 유성 재단의 유지훈은 진혁의 전화를 받은 뒤 곧바로 그쪽으로 향했다.
  • “유 사장, 혼이 나타났어.”
  • 진혁은 감격에 차 말했다.
  • 자신의 우상이 드디어 나타나자 진혁은 흥분에 겨워 어쩔 줄 몰라 했다.
  • “재단의 모든 사람들을 소집해. 이번에는 혼이 도대체 누구인지 반드시 알아내야겠어.”
  • 혼은 역사상 가장 뛰어난 해커에 신출귀몰한 탓에 그 누구도 그의 성별을 모르는 전설 같은 존재였다.
  • 모든 글로벌 재단이 가장 포섭하고 싶어 하는 인물이었다. 그녀를 손에 넣는다는 것은 온 네트워크의 보안을 가진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