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은 강시연을 성적이 제일 떨어지는 반으로 배정했고, 그녀에게 교복을 준 뒤 3학년 8반의 담임에게 그녀를 넘겨주었다.
“하 선생님, 저희 시연이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어르신. 얼른 들어가 보세요! 전 시연이를 데리고 반에 가볼게요.”
하 선생님은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
이 학교의 학부모 중 거물이 아닌 사람이 없기에 그들 같은 선생님들은 감히 밉보일 수가 없었다.
3교시 수업이 마침 하 선생님의 수업이라 하 선생님은 강시연을 데리고 3학년 8반으로 향했다.
“얘들아, 오늘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어. 자, 전학생은 자기소개하자. 다들 박수!”
교탁으로 간 강시연은 칠판에 강시연 세 글자를 커다랗게 적었다.
“안녕, 난 강시연이라고 해.”
강시연? 그 이름을 들은 학생들은 수군대기 시작했다.
“5년 전에 학교에서 퇴학당한 그 강시연?”
“맞는 것 같은데? 전에 나랑 같은 반이었어!”
“소문에 중학생일 때 낙태도 했다던데, 진짜야?”
“진짜야, 그때…”
“…”
“그만, 다들 조용. 강시연, 마지막 줄에 자리 있으니까 거기에 앉아.”
하 선생님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 줄에 앉은 강시연은 혐오 가득한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3학년 8반은 나름 서과고에서 평범한 반이었고 이 반에는 권세가 있는 집안 자식이 많았다.
하나같이 두려울 게 없는 사람들이라 3교시가 끝난 뒤, 서이슬은 강시연의 앞으로 다가왔다.
“강시연, 진짜로 너야? 서울에 돌아올 낯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네. 내가 너였으면…”
서이슬은 강지연의 들러리로 예전부터 강지연을 도와 강시연을 괴롭혔었다.
“서이슬, 그 망할 입 닥쳐.”
강시연은 잠자리를 가리는 타입이라 어젯밤 내내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지금 머리가 아팠다.
“강시연, 여긴 대부도가 아니야. 넌 네가 서울에서 뭐라도 될 줄 아나 보지?”
서이슬은 강시연이 조금도 무섭지 않아 강시연의 손을 덥석 잡았다. 아직도 강시연이 예전처럼 만만한 어린 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강시연은 예쁘게 생긴 두 눈을 위험하게 흘겨 떴다.
그런 뒤 관성을 이용해 역으로 서이슬의 손을 잡은 뒤 뒤로 꺾었다.
“아…”
서이슬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다른 사람들은 강시연이 두 눈을 사납게 뜨고 있는 것을 보자 감히 말리지도 못했다.
“내가 말했지, 사고 치고 싶지 않다고. 그런데 그렇다고 겁내지는 않아. 서이슬, 똑똑히 들어. 난 이미 5년 전의 그 강시연이 아니야. 그 누구도 내 머리 위로 못 올라와. 그리고 5년 전에 너희가 무슨 짓을 했는지 너도 기억하고 있겠지! 내가 겪었던 모든 것들 하나하나씩 천천히 너희들에게 돌려줄게.”
강시연은 문득 돌아온 것이 너무나 정확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마친 강시연이 서이슬을 세게 밀치자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서이슬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지금의 강시연은 사람을 두렵게 했다.
절대로 강시연이 계속해서 서울에 있게 해서는 안 됐다. 강시연을 반드시 철저히 무너트려야 한다.
마지막 두 교시 동안 강시연은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했고 수업이 끝난 뒤 그녀는 가방을 메고 밖으로 향했다.
교문을 나섰을 때 김무열이라는 남자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강시연은 교장이 생각을 바꾼 것이 저 사람들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무열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강시연은 이미 그를 밀치고 옆에 있는 차에 탔다.
멘트를 준비했던 김무열은 강시연의 앞에서 무려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유지훈이라고 했죠? 지난번에는 제가 당신을 구해줬고 이번에는 당신이 절 도와줬네요. 앞으로는 서로 빚진 거 없으니까 더는 찾아오지 마세요.”
강시연의 예쁜 두 눈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이 두 사람은 만만치 않은 인물이라 그녀는 그들과 어떻게든 엮이고 싶지 않았다.
“내 목숨은 아주 비싸.”
그는 오늘 김무열에게 전화 한 통 하라고 한 게 전부였다. 강시연이 한 것에 비해서는 털끝만치도 되지 않았다.
“나는 유성 재단의 유지훈이야. 난 네가 필요해.”
유지훈의 말을 듣자 김무열은 철저히 당황했다.
유성 재단에 없는 인재가 없는데 그는 도무지 유지훈이 왜 이렇게까지 강시연을 손에 넣으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불량 학생이에요. 저에게서 원하는 게 뭔데요?”
강시연은 덤덤하게 유지훈을 쳐다봤다.
감히 이렇게 유지훈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
역시, 이 소녀는 남달랐다.
“의술.”
“의술이요? 장난해요? 전 18살 난 고3 학생이에요. 제가 무슨 의술을 할 수 있겠어요. 제가 말했었잖아요. 제가 당신 총알을 제거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운이 좋았던 거라고. 운이 나빴으면 당신은 이미 죽었어요.”
“강시연, 난 농담이 아니야. 진지하게 생각해 봐.”
유성 재단, 그것은 레전드였다. 서울의 명망 있는 사람들이 가장 교류하고 싶어 하는 재단이었지만 눈앞의 여자애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강시연은 더 이상 쓸데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하든, 저들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유 사장, 쟤랑 자고 싶은 거면 솔직하게 말해! 저 봐봐, 그 핑계를 쟨 믿지도 않잖아.”
유지훈은 멀어지는 강시연을 쳐다봤다. 저 여자애는 딱 그의 취향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강시연의 휴대폰이 울렸다.
잠금을 풀고 걸려 온 번호를 본 그녀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상대는 포기를 모르는 듯 연달아 수십 통의 전화를 걸었다.
끝내 강시연은 전화를 받았다.
“용건이나 빨리 말해, 나 지금 기분이 무지하게 안 좋아.”
“혼, 넌 여전히 성질이 불같아. 언제 돌아와?”
혼의 불같은 성질을 검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할 말이나 해.”
“그래! 일이 들어왔는데, 받을래?”
검은 혼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일을 받을지 말지는 순전히 기분에 따랐지만 일단 일을 받으면 반드시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안 받아.”
빛의 날개에서 가장 어리지만 가장 실력이 좋은 해커인 혼은 순전히 기분에 따라 일을 받았다.
“혼, 이번 일은 한국의 네트워크 보안과 연관되어 있어서 난 개인적으로 그래도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해.”
다른 일이었다면 검도 이렇게 전화를 걸지 않았을 것이다.
“네트워크 보안?”
강시연은 드디어 조금 흥미가 생겼다.
“알았어, 자료 보내줘.”
말을 마친 강시연은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검은 뭐라고 더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 곧바로 자료를 보냈다.
그리고 이쪽 유성 재단의 유지훈은 진혁의 전화를 받은 뒤 곧바로 그쪽으로 향했다.
“유 사장, 혼이 나타났어.”
진혁은 감격에 차 말했다.
자신의 우상이 드디어 나타나자 진혁은 흥분에 겨워 어쩔 줄 몰라 했다.
“재단의 모든 사람들을 소집해. 이번에는 혼이 도대체 누구인지 반드시 알아내야겠어.”
혼은 역사상 가장 뛰어난 해커에 신출귀몰한 탓에 그 누구도 그의 성별을 모르는 전설 같은 존재였다.
모든 글로벌 재단이 가장 포섭하고 싶어 하는 인물이었다. 그녀를 손에 넣는다는 것은 온 네트워크의 보안을 가진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