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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그냥 쟤가 꼴 보기 싫었어요

  • “알겠어.”
  • 강시연은 여전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 “요즘 나한테 연락하지 마.”
  • “왜?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거야?”
  • 일부 오더는 그녀만 처리할 수 있다.
  • “그냥, 조금 피곤해서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려고.”
  • “뭐? 피곤하다고? 설마 빛의 날개를 탈퇴하려는 건 아니지? 안 돼, 그건 내가 허락 안 해.”
  • 강시연은 웃음을 터트렸다.
  • “검아, 난 빛의 날개를 탈퇴하려는 게 아니야. 요즘 조금 바쁜 일이 있어서 잠시 오더를 받지 않으려고 해. 누구든지, 얼마를 부르든지 다 거절 부탁해!”
  • “대체 무슨 일이야? 만약 네가 해결하지 못하면 나한테 얘기해 줘, 빛의 날개 모든 멤버들이 함께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어.”
  • 빛의 날개에는 인재가 수두룩하니 누가 그녀를 건드리든 다 해결해 줄 수 있다.
  • “아니야.”
  • 강시연은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아 전화를 끊어버렸다.
  • 얘기하기 싫은 일이라면 아무리 캐물어도 대답해 주지 않는 혼의 성격을 검은 잘 알고 있다. 또한 검은 혼이 모든 문제를 잘 해결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 천재의 세계는 그녀가 모를 것이다.
  • 강시연이 교실로 돌아오자 모든 사람들은 더욱 이상한 눈길로 그녀를 보았다.
  • 강시연은 그런 시선들을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 서이슬은 강시연을 힐끗 보더니 쌀쌀하게 웃었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강시연은 사람을 짜증나게 만든다.
  • 1교시 수업이 끝나고 강시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려고 하자 그녀 앞자리의 여학생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 “강시연, 안녕, 나는 유영지야.”
  • 긴 생머리에 커다랗고 예쁜 눈을 가진 아이가 말을 걸었다.
  • 강시연은 짧게 대답하고 더 이상 얘기를 섞고 싶지 않았다.
  • “강시연, 잠깐만.”
  • 유영지는 강시연보다 키가 작고 다리도 짧아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 “더 할 얘기 있어?”
  • 그 여자애는 그녀한테 악의가 없어 보였다.
  • “강시연, 쟤들이 네가 싸우는 사진들을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걸 봤어. 너 싸우는 모습이 너무 멋있더라!”
  • 유영지는 홀딱 반한 모습이었다.
  • “무슨 사진?”
  • 유영지는 휴대폰을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 “나 앞으로 너랑 붙어 다니면 안 돼?”
  • 유영지는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 “안 돼.”
  • 강시연을 사진을 힐끗 보았다. 게시판에는 온통 강시연이 어떤 나쁜 짓을 했으며 수치스러운 줄도 모른다는 등 그녀의 과거에 대한 얘기들로 가득했다.
  • “시연아, 화내지 마. 얘네 항상 이런 식이야, 헛소문만 퍼트리고 다니잖아, 그러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
  • “너 돌아가! 알짱대지 말고.”
  • “왜! 나는 네가 너무 좋아!”
  • 유영지는 강시연의 차가움을 신경 쓰지 않았다.
  • 강시연은 유영지 같은 여자애를 상대하는 방법을 모른다. 나쁜 의도는 없어 보여 강시연은 그냥 따라다니게 내버려 뒀다.
  • “시연아, 나 싸움 가르쳐 주면 안 돼?”
  • 유영지는 진심으로 물었다.
  • “안 돼.”
  • 유영지라는 여자아이는 미워할 수가 없었다.
  • “왜?”
  • 유영지는 입술을 깨물었다.
  • “너 나 안 좋아해?”
  • “안 좋아해.”
  • “왜? 나 안 귀여워?”
  • 유영지는 강시연을 향해 애교를 부렸다.
  • 강시연은 전혀 웃지 않았지만 유영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 “괜찮아, 아직 나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래, 앞으로 나에 대해 알게 되면 안 좋아하고는 못 배길걸.”
  • 유영지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이슬아, 유영지 좀 봐봐, 강시연이랑 같이 화장실 가네.”
  • “흥, 유영지한테 본때를 보여줘야 누가 여기 서열 1위인지 알 거야.”
  • 서이슬은 분노에 찬 말투로 얘기했다.
  • 그녀는 모든 학생들이 강시연을 왕따시키고 괴롭히게 만들어 서울에서 아예 쫓아버릴 생각이다.
  • “알겠어, 강시연과 함께 다니는 게 무슨 좋은 물건이겠어?”
  • 유영지 집안 사정이 좋지 않은 게 안타까웠지만 반급 학생들은 예쁘고 성적까지 좋은 그녀를 미워하곤 했다.
  • 수업종이 울리자 유영지는 강시연을 따라 교실로 들어갔다.
  • 강시연은 제일 마지막 줄에 앉고 유영지는 키가 크지 않아 앞으로 세 번째 줄에 앉았다. 그녀가 들어올 때 누군가 발을 내밀어 유영지를 넘어뜨렸다.
  • 갑자기 넘어지는 바람에 유영지는 앞으로 엎어졌다.
  • 강시연은 인기척을 듣고 몸을 돌려 유영지를 받았고 유영지는 제대로 강시연의 품속에 안겼다.
  • “누구야?”
  • 강시연이 힐끗 훑어보자 교실 안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 유영지는 정말로 깜짝 놀랐다. 반급에서 강시연을 싫어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유영지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에 들었다.
  • 하지만 벌써 그녀한테 손을 쓸 줄은 생각 못 했다.
  • “시연아, 나 괜찮아.”
  • 유영지는 싸움이 일어날까 봐 바로 그녀를 안심시켰다.
  • 방금 발을 내민 여학생은 강시연의 눈빛에 섬뜩했지만 결국 일어섰다.
  • “유영지가 조심하지 않은 건데 나랑 무슨 상관이야. 왜, 싸우고 싶어?”
  • 강시연은 유영지를 부축하고 그제야 한 걸음 한 걸음 그 여학생에게 다가갔다.
  • “사과해.”
  • “미안.”
  • 그 여학생은 성의 없는 사과를 했다.
  • 화가 난 강시연은 그녀의 발등을 세게 밟았다.
  • 밟힌 여학생은 발등이 너무 아픈 나머지 감각이 없었다.
  • “너…”
  • 여학생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 “미안, 못 봤어.”
  • 강시연은 말을 마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 이런 모습을 보니 유영지는 더욱 그녀가 좋아졌다. 지금까지 이렇게 멋있는 여자아이를 본 적이 없다.
  • 다른 여학생들은 강시연이 이렇게 독하게 나오는 걸 보고 더 이상 아무런 얘기도 하지 못했다.
  • 서이슬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예전의 강시연은 이렇지 않았는데, 그녀는 약간 겁에 질렸다.
  • “조은비, 수업 끝나고 선생님께 말씀드려. 여긴 서과고야, 선생님도 고시연이 꺼지길 바라실 거야.”
  • 한편, 조은비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울면서 하 선생님을 찾아갔고 부모에게 연락했다.
  • “하 선생님, 제 딸 발등 좀 보세요, 이렇게 빨개졌어요. 우리 은비는 줄곧 얌전하고 말 잘 듣는 아이인데 아이를 학교에 보냈는데 걸을 수도 없게 되었으니 오늘 반드시 우리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야 돼요.”
  • 조 씨 가문도 서울에서 명망 있는 집안인데 아이가 이렇게 당하게 둘 수는 없었다.
  • 하 선생님은 눈살을 찌푸렸다.
  • “은비 어머님, 급해 마세요. 분명 오해가 있을 겁니다. 모두 열일곱, 열여덟 살짜리 아이들이잖아요.”
  • “어떻게 급하지 않을 수가 있죠? 은비야, 선생님한테 누가 그랬는지 얘기했어?”
  • 이혜원은 하 선생님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새로 전학 온 강시연이야. 엄마 내가 듣기론 강시연이 예전부터 싸움을 밥 먹듯이 하고 다른 애들 괴롭히고 양아치들이랑 동거해서 낙태까지 했었대. 난 이런 학생이랑 같은 반 다니기 싫어.”
  • 조은비는 더욱 불쌍하게 울었다.
  • 하 선생님은 들으면 들을수록 안색이 어두워졌다.
  • “은비야, 그런 얘기 어디서 들었어? 같은 반 학생끼리 근거 없는 소문을 얘기하면 안 돼.”
  • 어쨌든 간에 모두 그녀의 학생인데 이러한 소문은 여학생에게 너무 큰 상처가 된다.
  • “하 선생님, 지금 강시연 편드는 거예요? 오늘 제대로 된 설명 안 해주면 제가 직접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겠어요.”
  • 이혜원은 화가 나서 협박을 했다.
  • 이때, 강시연이 교무실에 도착했다.
  • 조은비를 보고 그녀는 이미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했다.
  • “시연아! 선생님이 물을게, 은비의 발을 네가 밟았어?”
  • “네.”
  • 강시연은 직설적으로 대답했다.
  • 하 선생님은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럼 너희 둘 사이에 혹시 갈등이 있었니! 여학생끼리 약간의 갈등이 있는 건 정상이야.”
  • “갈등은 없었고 그냥 쟤가 꼴 보기 싫었어요.”
  • 그녀 앞에서 저런 짓거리를 하고도 저 정도면 벌을 가볍게 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