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속물이 아닌 남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 “OK!”
- 김무열은 곧바로 사람을 불러 유지훈을 대부도 병원으로 옮겼다. 비록 총알은 빼냈지만 구체적으로 상태가 어떤지는 그래도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는 편이 나았다.
- 대부도 병원의 의사는 유지훈의 상처를 보자 넋을 놓았다.
- 이 병원의 외과 전문의지만 이런 위치의 상처는 그도 쉽사리 손을 대지 못했다. 왜냐하면 총알의 위치가 심장과 너무 가깝기 때문이었다.
- 조금만 실수해도 심장에 손상이 갔다. 하지만 상대는 수술했을 뿐만 아니라 성공적으로 체내의 총알을 제거하면서도 심장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이런 외과적 기술은 한국 전체를 통틀어도 몇 명 없다.
- “왜 그래요? 상처에 무슨 문제 있어요?”
- 그가 내내 아무런 말이 없자 김무열은 조금 조급해졌다.
- “유 사장님, 이 총알 누가 제거해준 겁니까?”
- 대부도 외과의 권위자로서 그의 기술은 대부도에서 나름 손에 꼽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그보다도 한참 위에 있었다.
- “모릅니다.”
- 유지훈도 도대체 누가 자신을 구해줬는지 알고 싶었다.
- “수술은 상당히 성공적입니다. 몇 개월 푹 쉬기만 하면 됩니다.”
-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내지 못해 과장은 몹시 실망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대부도의 최고 기술자라고 불리고 있었고, 이 바닥에서 30년 넘게 버티고 나서야 과장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그보다도 더 기술이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 과장이 떠난 뒤 유지훈은 김무열을 흘깃 쳐다봤고 김무열은 곧바로 조사하러 갔다.
- 이튿날 아침, 김무열이 유지훈의 병실에 도착했을 때 유지훈은 이미 침대에서 내려와 있었다.
- “유 사장, 죽고 싶어서 이래?”
- 어떻게 자기 몸 아까운 줄을 모를까?
- 서울에 있는 어르신이 만약 유지훈이 다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당장 서울에서 달려올 게 뻔했다. 지금 이건 그를 죽이려는 게 아닌가?
- “잔소리 그만해.”
- 유지훈은 쓸데없는 말은 그만 듣고 싶었다.
- “알아냈어, 자.”
- 김무열은 서류 뭉치를 유지훈에게 전해주었다.
- 봉투를 열고 안에서 서류를 꺼낸 유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 “고3? 학생? 18살?”
- 고3 학생이 총알을 빼낼 수 있다고?
- “김무열, 너 요즘 간이 배 밖으로 나왔지?”
- 김무열은 얼른 손을 내저었다.
- “안 믿기지? 이 자료를 봤을 때 나도 깜짝 놀랐어. 하지만 진짜 진지하게 확인도 했어. 그 여자 확실해.”
- 김무열은 사진 한 장을 건네주었다.
- 사진을 건네받은 유지훈은 그 얼굴을 보았다. 그것은 도무지 잊을 수가 없는 얼굴이었다. 젊고 생기있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특히 그 눈동자는 사람을 홀리는 매력이 있었다.
- “18살짜리 여자애가 깡패 새끼들을 이기고 수술도 할 줄 안다고? 재밌네.”
- “유 사장, 우리 서울로 돌아가?”
- 그들이 대부도에 오자마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보아하니 그들의 방문을 몹시 겁내는 자가 있는 모양이었다.
- “일이 아직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뭐 하러 돌아가? 무서워? 겁먹은 거면 혼자 먼저 돌아가.”
- 김무열은 그 말에 입을 삐죽거렸다.
- “내가 다친 일은 어르신한테 알리지 마.”
- “그럼 어르신이 묻는다면? 그래도 아무 말 하지 마?”
- “아무 말도 할 필요 없어.”
- 이 정도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유지훈이 아니다.
- “가서 이 여자애 좀 만나봐.”
- 김무열이 강시연을 찾았을 때, 강시연은 양아치 무리에게 포위되어 있었다.
- “네가 강시연이지?”
- 강시연은 단산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었다. 소매는 걷어 올린 탓에 하얀 손목이 드러나 있었다.
- 강시연은 그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 계속해서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 “미친, 형님. 저 계집애가 형님 체면 안 봐주는데요?”
- 양아치의 부하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단산 고등학교에서 그들 형님의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 양아치들의 우두머리도 화가 치밀어 강시연의 앞으로 다가갔다.
- “내가 말하고 있잖아. 너 귀가 먹은 거야?”
- 양아치 우두머리는 강시연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 드디어 걸음을 멈춘 강시연은 입안의 껌을 뱉었다.
- “꺼져.”
- 시리디 시린 한 마디였다.
- “하하, 성깔은 있네. 내가 말하는데, 너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어.”
- 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손을 들었다.
- 그러나 그는 강시연에게 닿기도 전에 그녀에게 업어치기를 당했다. 양아치는 그대로 바닥에 엎어진 채 꿈쩍도 하지 못했다.
-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우리 아빠는…”
- 강시연은 그의 쓸데없는 말을 더는 듣고 싶지 않아 발을 들어 얼굴을 짓밟았다.
- “닥쳐.”
- 그녀는 짜증이 났다.
- 다른 양아치들은 깜짝 놀라 멍해졌다.
- ‘젠장, 이 강시연 왜 이렇게 센 거야!’
- “우리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 저 강시연이 대부도에서 더는 얼굴 들고 못 다니게 할 거야.”
- 양아치 우두머리는 히스테릭하게 외쳤다.
- 강시연의 사나운 모습에 다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손가락질했다.
- 소문에 의하면 강시연도 예전에는 날라리였다고 한다. 중학교 때 날라리를 위해 낙태도 했었고 그런 그녀를 수치스럽게 여긴 강시연의 가족이 그녀 혼자 살아가라고 대부도에 버렸다고 한다.
- 강시연은 등 뒤에서 들려오는 유언비어들은 무시한 채 계속해서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 그러나 어느 정도 걸음을 옮겼을 때 검은색 차가 그녀의 곁에 서더니 차 문이 열렸다.
- 키가 크고 잘생긴 남자가 그녀의 앞에 다가왔다.
- “반가워요. 강시연 씨! 저는 김무열이라고 합니다. 저희 유 사장이 할 말이 있다네요.”
- 강시연은 주머니에서 껌을 꺼내 우물대며 씹었다.
- 김무열이 뒷좌석의 문을 열어주자 강시연은 그 안에 올라탔다.
- 안에 앉아있는 남자는 어젯밤에 구해줬던 그 남자였다.
- “그렇게 많은 피를 흘렸는데도 안 죽은 걸 보면 명이 참 기네요.”
- 강시연의 예쁜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여전히 무심했고 두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 거침이 없는 여자애의 말에 조수석에 앉은 김무열은 입꼬리를 삐죽거렸다.
- 설령 서울이라고 해도 눈앞에 있는 저 유 사장에게 감히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내 이름은 유지훈이야. 어제 구해줘서 고마워.”
- 유지훈은 그녀에게 명함을 건네주었다.
- 강시연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명함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 “의학 공부한 적 있어요?”
- 김무열은 내내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이제 겨우 18살인데, 보통 사람이 총알을 빼낼 수 있단 말인가?
- 강시연은 고개를 저었다.
- “없어요. 우리 이웃이 수의사인데, 몇 번 도와준 적 있어요.”
- 그녀의 말을 들은 김무열은 저도 모르게 유 사장을 쳐다봤다.
- ‘들었어? 쟤가 널 짐승 취급해.’
- “수의사가 총알도 제거해요?”
- “아니요. 하지만 곧 죽을 것 같길래 한 번 시도해 본 거죠… 앞쪽 골목 입구에서 저 내려주세요.”
- 강시연이 기사에게 말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기사는 뒷좌석의 유지훈을 쳐다봤고 유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 입구에 도착하자 기사는 차를 세웠고 강시연은 차에서 내렸다.
- “강시연 씨, 정말로 저희 도움 필요 없어요?”
- 강시연은 방금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건드린 듯했다.
- “괜찮아요.”
- 강시연은 손을 내저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다.
- 유지훈의 차가 떠나기도 전에 강시연은 택시 한 대를 세우더니 택시를 타고 떠났다.
- “이렇게 멋있다고?”
- 김무열은 이렇게 쿨한 여자애는 처음 본다. 게다가 얼굴도 예뻤다.
- “유 사장, 쟤가 한 말 믿을 수 있을까?”
- “네가 보기엔?”
- 유지훈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 “재밌네.”
- 김무열은 조금 당황했다. 유지훈이 지금 저 여자애더러 재밌다고 한 건가?
- “유 사장, 설마 쟤가 마음에 든 거야? 예쁘게 생긴 건 나도 인정해, 서울의 예쁘다는 여자들보다 훨씬 더 예쁘긴 한데 그래도 너무 어리지 않아?”
- 유지훈은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
- “속물.”
- 김무열은 입을 다물었다. 그래, 그가 바로 속물이었다. 하지만 속물이 아닌 남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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