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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돈으로 혼내줄게

  • “돈도 있다면서 왜 파라지오 쪽은 알아보지 않는 건데? 거기는 다 좋은데 사기도 힘들고 살 돈도 없겠지! 나와 승준 오빠가 결혼할 때 가봤거든? 오빠가 파라지오에서 별장을 사주겠다고 해서 말이야. 그런데 팔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옆에다 로얄캐슬을 지어준 거야. 나만을 위한 거지.”
  • 이인혜는 자랑하듯 ‘결혼’이라는 말을 유난히 어필했다.
  • 아니나 다를까, 서강예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 등에 난 화상 자국까지 욱신거리는 것 같았다. 이인혜와 이승준이 그녀를 어떻게 배신했던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 서강예는 화가 나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눈빛은 차갑고 딱딱하게 변했다.
  • 그러다 시선이 차재운에게 닿는 순간, 서강예는 무슨 생각인지 남자의 건장한 팔을 잡고 말했다.
  • “소개하는 걸 깜박했네. 내 남편이야. 뭐 특별한 건 없고 잘생긴데다 재산이 수십조 된다는 것 정도? 예전에는 정말 눈이 멀었지 뭐야. 나 좋다고 따라다니는 이런 남자를 내버려두고 이승준 같은 인간이랑 사귀었으니 말이야. 지금 보면 이승준은 우리 남편 발치에도 못 미치지.”
  • 차재운의 얼굴과 포스는 이인혜도 손쉽게 꼬실 수 있는 레벨이었다.
  • 차재운은 비서의 말에 답장을 보낸 뒤, 휴대폰을 넣고 자신의 팔뚝을 잡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복잡한 기색으로 가득했다.
  • ‘정신병원? 이승준? 그게 이 여자의 과거였어? 날 모르는 척하면서 내 몸값은 어떻게 안 거야!’
  • 차재운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 “너!”
  • 이인혜는 화가 나 이를 악물었다.
  • “몸값이 수십조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 세계적으로 재산이 수십조에 달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인혜는 한번도 눈앞에 있는 이 남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 남자는 팔을 내밀어 서강예의 허리를 감싸더니 귀티 흐르는 얼굴로 말했다.
  • “파라지오? 자기 마음에 들면 사자.”
  • “좋지.”
  • 서강예는 웃으며 차재운의 손을 잡고 도발하듯 이인혜를 노려보았다.
  • “무리하지 마!”
  • 이인혜는 경멸 어린 얼굴로 비꼬았다. 그녀는 서강예가 파라지오의 집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 파라지오는 더 이상 외부 인원에게 집을 팔지 않았다.
  • ‘망신이나 당하게 될걸!’
  • 이승준은 신분이 많이 상승했지만 온갖 인맥을 동원해서도 사지 못했다. 팔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엄청나게 비싸기에 이인혜는 서강예가 절대 사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 ‘입고 있는 옷이 다 합해도 몇십 만 정도인데 수십억짜리 별장을 어떻게 산다고 그래? 말도 안되는 소리지!’
  • 차재운은 고개를 살짝 돌렸다. 파라지오는 그의 회사에서 개발한 아파트로 친구들이 좋아하기에 일부러 몇 채 남겨두었다.
  • ‘어쨌든 이사는 해야겠고 애도 곧 학교에 들어갈 테니 입주하면 딱이겠네.’
  • 생각해본 끝에 차재운이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 “친한 친구가 집 판다고 하는데 마음에 들면 사.”
  • 서강예는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 “정말?”
  • 그러나 그녀는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 ‘집주인이 여자인 거 아니야? 그렇다면 이 인간을 두들겨패야겠네. 대체 돈 많은 여자 몇 명과 연락하고 있는 거야? 내가 제일 불쌍하게 되었군. 결국 결혼하는 건 나이니 말이야.’
  • 둘이 떠나려고 하자 이인혜도 따라왔다. 그녀는 차재운과 서강예가 망신당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 파라지오는 그들이 있는 곳과 멀지 않았다. 둘이 천천히 걸어갈 때, 상사의 문자를 받은 유혁이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급히 운전한 탓에 숨을 헐떡이는 그는 서류가방을 들고 또 뛰어오기 시작했다.
  • 싸늘한 얼굴의 차재운과 그의 옆에 서 있는 아름다운 여자를 보고 입을 떡 벌렸다.
  • ‘대표님에게 여자가 있었어? 사모님이 될 분이신가?’
  • 차재운의 싸늘한 시선을 마주하며 유혁은 다급히 걸어가서 허리를 굽신거렸다.
  • “대....”
  • ‘표님?’
  • 입을 떼자마자 차재운의 얼음 같은 시선을 느낀 유혁은 갑자기 문자의 내용이 떠올랐다. 차재운이 그더러 친구인 척하라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바로 말을 바꾸었다.
  • “재운아?”
  • 차재운이 아무 반응도 없이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유혁은 시뻘게진 얼굴로 연기를 계속했다.
  • “재...재운아, 너 집 산다는 말을 듣고 집문서 가지고 왔어. 친구니까 가격 같은 건 천천히 상의해 보자고.”
  • “응, 이 사람과 말해 봐.”
  • “안녕하세요.”
  • 집주인은 본 서강예는 안심한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 ‘다행히 남자네.’
  • 하지만 유혁은 굳어버린 상태였다.
  • ‘이 여자... 지금 대표님 팔짱을 끼고 있잖아? 두 분 사이도 좋아 보이는데 정말 사모님이 되실 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