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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메인 제비가 분명해

  • 차재운은 입술을 핥았다. 이 차는 그의 차고에 있는 차에 비교하면 비싼 편도 아니었던 것이다.
  • 파라지오에 도착한 뒤, 서강예는 아이를 안고 차에서 내리고는 뒤에 있는 차재운에게 말했다.
  • “짐 옮겨.”
  • 차재운은 말없이 짐을 옮기기 시작했지만 점점 안색이 어두워졌다. 결국 마지막 짐을 옮겼을 때, 그는 더 이상 화를 참을 수 없었다.
  • ‘망할, 정말 날 공짜 노예로 부려먹는 거야? 자기는 옆에서 애랑 놀면서 말이야.’
  • 그는 서강예에게 뭐라고 하려고 홱 돌아섰다. 그러자 따뜻한 수건을 들고 서 있는 서현이 보였다. 서현은 커다란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
  • “이걸로 닦아.”
  • 순간 차재운은 모든 화가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그는 아이를 번쩍 들어서 안았다. 아이를 볼 때면 피가 섞였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 “아빠, 나 샤부샤부 먹고 싶어.”
  • 서현은 그의 목을 끌어안고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
  • 아이의 이 정도 요구쯤이야 차재운은 아무렇지 않게 들어줄 수 있었다.
  • “그래, 아빠가 너 데리고 샤부샤부 먹으러 갈게.”
  • 서강예는 옷을 갈아입고 심플한 트레이닝복에 포니테일 머리를 묶었다. 그 바람에 예쁜 목선이 드러난 그녀는 차재운이 아이를 안고 싱글벙글 웃고 있는 모습을 보자 샘이 났다.
  • ‘하루만에 벌써 안기고 웃기까지 해?’
  • 서현은 서강예가 나온 것을 보고 기쁜 얼굴로 말했다.
  • “엄마, 아빠가 같이 샤부샤부 먹으러 가재.”
  • 남자는 고개를 돌리고 서강예를 바라보았다.
  • 서강예는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
  • ‘이 남자, 비쌀 만하네.’
  • 집이 더운 탓에 남자는 팔소매를 위로 걷어올린 상태였는데 단단한 근육질의 팔이 드러났다. 떡 벌어진 어깨에 긴 다리, 잘생긴 얼굴까지 더하자 자연스럽게 귀티가 줄줄 흘렀다.
  • ‘너무 잘생겼잖아! 아주 걸어다니는 조각상이네. 메인이야. 메인 제비인 게 분명해.’
  • 서강예는 곧 정신을 차리고 짐짓 엄숙한 얼굴로 서현에게 말했다.
  • “네가 먹고 싶은 거지? 너 먹으면 안돼!”
  • 서현은 몸이 좋지 않아 샤부샤부 같은 음식을 자주 먹으면 안되었다.
  • 그녀의 사나운 어조에 차재운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 “밥 한 끼 먹는 건데 내 아들에게 왜 그래?”
  • 서현이 그의 말에 대답했다.
  • “엄마 나한테 아주 잘해줘. 엄마가 혼자서 나 키우느라 아주 힘들단 말이야.”
  • 서강예는 화가 치밀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빠의 자격이 없는 차재운이 이런 말을 하자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 “그럼 넌 어디 있었는데? 현이 다섯 살 될 때까지 다 내가 혼자서 키운 거야!”
  • 차재운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씩씩거리는 서강예를 바라보았다.
  • 서현은 서강예를 안으려고 팔을 벌렸다. 그리고 서강예의 목을 끌어안은 뒤, 고분고분하게 말했다.
  • “엄마, 미안해. 샤부샤부 먹지 않을 테니까 싸우지 마.”
  • 그도 서강예가 자신을 위해 하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차재운은 서현을 보고 씩 웃은 뒤, 서강예를 품에 끌어안았다.
  • “엄마랑 아빠 싸운 거 아니고 상의한 건데 목소리가 좀 커서 그래.”
  • 서강예는 차재운을 흘겨보다가 그의 경고 어린 눈빛에 결국 가만히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아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가득했다.
  • 한참 침묵이 흐른 뒤, 서강예는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
  • “됐어, 하지만 안 매운 탕으로 먹어야 해.”
  • 서현은 실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차재운은 시선을 들고 아이를 보며 말했다.
  • “매운 거랑 안 매운 거 반반씩 먹으면 되지.”
  • 분위기가 또다시 긴장해졌지만 결국 둘은 반반씩 먹기로 결정했다.
  • 차재운은 서강예와 서현을 데리고 강천이 오픈한 샤부샤부집에 갔다. 샤부샤부를 먹게 된 서현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 차재운은 몰래 매운 음식을 서현에게 집어주었다.
  • 징징…
  • 갑작스러운 휴대폰 진동에 차재운은 발신자를 확인했다. 본가의 집사가 걸어온 전화였다. 차재운이 전화를 받자 집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도련님, 어서 돌아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 어르신 몸이 좋지 않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