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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6억 값을 하하네

  • 이인혜가 입을 떡 벌린 모습을 보자 서강예는 기분 좋게 미소를 짓고 말했다.
  • “파라지오의 집이 비싼 것도 아니네. 사람 가려서 팔다 보니 일부 사람들은 살 수 없는 거지. 어떤 사람은 능력도 되지 않으면서 굳이 사려고 하니까 망신을 당하는 게 아니야?”
  • “부자 하나 꼬셨다고 잘난 척하지 마!”
  • 이인혜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 “내가 예전에 널 잘근잘근 밟았던 것처럼 지금도...”
  • 팍!
  •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서강예는 손을 들어 뺨을 때렸다.
  • “이인혜, 잊지 못할 추억 만들어 준 건 고마운데 내가 돌아온 이상 예전에 진 빚에 이자까지 쳐서 수백, 수천 배로 갚아줄게! 앞으로 네가 어떻게 발악하는지 기대할 테니까 날 실망시키지 마!”
  • 예전과 다른 서강예의 포스에 따귀를 맞은 이인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그녀도 서강예를 때리려고 했다.
  • 차재운은 표정이 급변하더니 미쳐서 날뛰려고 하는 이인혜를 바로 제압했다.
  • “유혁, 앞으로 이런 미친 여자는 들여보내지 마.”
  • ‘감히 내 앞에서 내 아들의 엄마를 때려? 날 무시하는 거야?’
  • “당장 꺼져요!”
  • 유혁은 이인혜가 멍하니 있는 틈을 타 그녀를 와락 밀치고는 문을 잠갔다.
  • 그리고 고개를 돌린 그는 서강예를 보며 공손하게 미소를 지었다.
  • “수속은 오후에 마칠 것 같아요. 이건 집 키이니 편하실 때 입주하세요.”
  • ...
  • 망신을 당한 이인혜는 일이고 뭐고 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빨간색 스포츠카로 들어가서 화를 못 참고 핸들을 마구 내리쳤다.
  • 서강예가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돈 많은 남자까지 물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더없이 큰 충격과 분노로 다가왔다.
  • 곧이어 그녀는 냉소를 지었다.
  • ‘그년이 누구를 물었든 과거는 평생 잊혀지지 않는 약점이 될 테지. 그 남자가 서강예의 더러운 과거만 안다면 다 끝나지 않겠어? 서강예, 넌 계속 시궁창에서 살아가게 될 거야.’
  • 그녀는 이승준에게 서강예가 죽지 않았다고 말할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최근 들어 이승준의 사업에 문제가 생겼기에 그가 만약 서강예가 돈 많은 남자를 물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둘 사이에 변화가 생길까 두려웠다.
  • 이인혜는 맞아서 부은 뺨을 만지며 이를 갈았다.
  • 한편 파라지오. 서강예는 미소를 지으며 집 문서를 들었다.
  • “그럼 가서 짐 싸고 바로 이사 오자.”
  • 차재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치안이 걱정되기에 그렇게 싼 집에서 묵게 하고 싶지 않았다.
  • 그는 전화를 꺼내며 말했다.
  • “이사업체 부를게.”
  • 그러나 서강예의 생각은 달랐다.
  • “부르지 마. 짐이 많은 것도 있는데 네가 옮기면 되지 뭐 하러 이사 업체를 불러? 돈만 낭비하지!”
  • 차재운은 표정이 구겨졌다.
  • ‘날 공짜 머슴으로 보는 거야?’
  • 그가 대답하기 전에 서강예는 집으로 가는 차에 탔다.
  • 서강예는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짐이라고 할 게 얼마 없었다. 그래서 짐을 싸는데도 시간이 거의 걸리지 않았다. 서현도 따라다니며 열심히 도왔다. 차재운은 아들의 철 든 모습에 화난 얼굴로 서강예를 노려보았다.
  • ‘나만 시키는 게 아니라 애까지 부려먹잖아!’
  • 아들의 호감을 사기 위해 차재운은 일부러 더 열심히 일했다. 그는 모든 짐을 차에 옮겼다.
  • 결국 서강예는 물건을 정리하고 포장하는 것만 했지 이삿짐을 옮기는 등 체력일은 모두 차재운이 다 했다.
  • 서강예는 속으로 감탄했다.
  • ‘6억 값을 하네!’
  • 서강예가 운전할 생각이었지만 주차장에 도착하자 차재운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 “키 줘.”
  • “네가 운전하게?”
  • 서강예는 눈을 깜박였다.
  • 그녀가 아주 아끼는 차였기에 어디 긁힐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를 조수석에 앉힐 수는 없었기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그럼 조심히 운전해야 해. 아주 비싼 차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