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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내 아들 내놔

  • 왕민은 사진의 어린애를 보더니 표정이 딱딱하게 굳고 손까지 떨렸다.
  • ‘이… 이 아이 너무 대표님 닮았잖아. 대표님에게 사생아가 있었다고?’
  • 한편, 서강예는 차를 운전해서 아이와 함께 친구 진아라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는 물건을 모두 정리한 뒤, 느긋하게 소파에 누워 배달음식을 시켰다.
  • 배달음식을 시킨 뒤, 그녀는 아들이 열심히 식탁을 닦는 것을 보았다.
  • 정신병원에 큰불이 나서 도망치던 그녀는 임신 이 개월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절망으로 가득하던 그녀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서현은 일찍 철든 아이였다. 다섯 살밖에 안된 그는 머리가 비상하여 몇 개 국어를 정통했다.
  • 훌륭한 아들을 보는 서강예는 기분이 좋았다. 그녀는 사과를 먹으며 말했다.
  • “현아, 현이는 왜 엄마를 하나도 닮지 않은 걸까? 얼굴도 전혀 다르고 말이야.”
  • “엄마, 그럼 나 아빠 닮았겠지.”
  • 서현은 테이블을 닦다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 ‘애아빠? 그 제비 말하는 거야?’
  • 그녀는 이를 악물고 아이 앞에서 애아빠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 이때, 갑자기 초인종소리가 들렸다. 서현은 한심하다는 듯, 눈을 흘기며 말했다.
  • “엄마, 또 배달음식 시켰지?”
  • 서강예는 혀를 홀랑 내밀고 생긋 웃었다.
  • “내가 문 열게.”
  • 서강예는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 문이 열리는 순간, 서강예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은 배달원이 아니라 멋진 남자였던 것이다. 그는 한기가 담긴 칠흙같이 어두운 눈으로 위엄 있게 서강예를 노려보며 말했다.
  • “내 아들 내놔.”
  • “당신 아들이 누군데?”
  • 서강예는 문을 닫으려고 했다. 지금 앞에 서 있는 남자가 정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 하지만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본 서강예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깊은 눈, 높은 콧대, 얇은 입술, 완벽한 얼굴형까지 서현과 꼭 닮지 않았는가?
  • ‘설마 이 남자가 그날 밤의 제비인 건 아니겠지?’
  • 서강예의 안색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 남자의 따귀를 철썩 갈겼다.
  •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온 거야? 당장 꺼지지 못해!”
  • 뺨을 맞은 남자는 표정이 굳어졌다. 서강예는 그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문을 닫아버렸다.
  • 지금도 그날의 일을 떠올리면 서강예는 화가 치밀었다. 그녀는 첫날밤을 이 제비에게 빼앗겼던 수모를 잊을 수 없었다.
  • 마음이 진정된 뒤, 서강예는 고개를 숙이고 옆에 있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 남자의 말은 폭탄이 되어 그녀의 마음을 세차게 흔들었다. 서강예는 너무나 화가 났다.
  • ‘지금 내 아들을 빼앗아가겠다는 거야? 꿈 깨라고 해!’
  • 서현은 엄마를 보더니 다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물었다.
  • “저 밖에 있는 아저씨가 나랑 닮았던데 저 아저씨가 우리 아빠야?”
  • “아니야!”
  • 서강예가 단칼에 부정했다.
  • 서현은 그녀가 힘겹게 나아서 키운 아이였다. 절대 제비 같은 인간이 아빠라고 나서서 양육권을 쟁탈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 문 밖.
  • 차재운은 어두운 얼굴로 입맛은 다셨다.
  • ‘감히 날 때려! 죽고 싶나?’
  • 차재운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다시 문을 두드렸다. 그는 차분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문 열어.”
  • 밖에서 들리는 차가운 소리에 서강예는 신고를 할까 생각했지만 아들을 떠올리자 망설이게 되었다.
  • ‘저 인간이 범법자로 된다면 현이에게도 영향이 가지 않을까?’
  • 이때, 서현이 어른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 “엄마, 저 아저씨 싫으면 우리 내쫓으면 되잖아.”
  • 순간 서강예는 눈시울이 빨개졌다. 서현은 외국에서 유치원에 다닐 때, 자주 아빠가 누구냐는 질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서현은 별다른 상처를 받지 않은 것 같았지만 그럴 때마다 서강예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 어린 서현에게 아빠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 생각을 해본 끝에 서강예는 서현은 등 뒤에 숨긴 뒤, 침착하게 문을 열고 말했다.
  • “들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