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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집 한 채보다 못하다는 거야?

  • 유혁의 멍한 시선에 차재운은 실눈을 뜨고 경고를 보냈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더니 낮고 그윽한 목소리로 말했다.
  • “집 보러 가지.”
  • “좋아.”
  • 유혁은 다급히 따라갔다.
  • 그는 정기적으로 아줌마를 고용해 집청소만 했지 이곳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그래서 둘이 집을 둘러볼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서강예는 집 인테리어가 마음에 쏙 들었다. 세 층으로 된 유럽식 별장이었는데 커다란 마당에 수영장까지 있었다. 지하실도 두 층이었다. 아래층 지하실은 술 창고로, 위층 지하실은 영화관람실로 되어 있었다.
  • ‘집도 크고 근처에 있는 유치원, 초등학교도 모두 최고급이야. 현이의 학교 문제는 해결되었는데!’
  • 서강예가 기쁜 얼굴로 물었다.
  • “가격은 얼마예요?”
  • “안 비싸요. 별장 면적이 이백 평쯤 되는데 정원 이백 평까지 더하면 78억이에요.”
  • 유혁은 차재운의 눈치를 힐끗 보더니 다급히 덧붙였다.
  • “물론 할부로도 가능하고요!”
  • “진짜요?”
  • 유혁은 떨리는 심장을 안고 차재운을 힐끔 보았다.
  • ‘진짜 맞아?’
  • 착각인지는 알 수 없으나 유혁은 차재운이 그의 시선을 슬쩍 피한 느낌이 들었다.
  • 이 가격을 들은 이인혜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 ‘파라지오의 별장을 이 가격에 내놓는다고? 미친 거 아니야?’
  • 그들이 파는 로얄캐슬의 집도 이것보다는 두 배나 비쌌다! 게다가 이곳은 사기가 어렵다고 소문난 파라지오가 아닌가!
  • “비싸다고 생각하시면 가격은 상의할 수 있습니다. 저랑 재운이는 친구니까요.”
  • 유혁은 아부의 미소를 지었다. 그의 앞에 있는 사람은 미래의 대표 부인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니 밉보일 수 없었다.
  • ‘대표님은 왜 이런 연기를 시키는 거지? 대표님 집이잖아?’
  • ‘차재운은 어디서 이렇게 돈만 많고 멍청한 친구를 사귄 거지?’
  • 서강예는 속으로 가격을 계산해 보았다. 로얄캐슬도 이것보다 비쌌다.
  • ‘사도 손해 보는 건 아니겠군. 적어도 이인혜 저 년이 화가 나 뒤집어지는 꼴은 볼 수 있잖아!’
  • 서강예는 미소를 지은 뒤, 기쁜 얼굴로 말했다.
  • “아니에요, 그 가격에 살게요.”
  • “두 배 쳐줄게요! 두 배로 줄 테니 나한테 팔아요!”
  • 옆에서 지켜보던 이인혜는 참을 수 없어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녀는 부동산 업체를 하기에 서강예보다 집 가격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다.
  • “그게...”
  • 유혁은 난감한 얼굴로 차재운을 힐끗 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차재운의 표정은 싸늘하고 서먹한 게 딱 화내기 직전이었다.
  • 유혁은 이인혜를 보며 말했다.
  • “그게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 이인혜는 당연히 돈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파라지오에 사는 사람들 중 돈이 부족한 사람이 있겠는가?
  •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있었다.
  • 이인혜는 요염하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 “안녕하세요, 전 이승준의 약혼녀이자 이씨 그룹 부동산인 로얄캐슬 측 담당자예요. 집을 저에게 판다면 이씨 그룹과도 인맥을 쌓는 셈이 되지 않겠어요? 앞으로 이씨 그룹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어도 말 꺼내기 쉽고 말이에요. 이렇게 좋은 일을 포기할 건가요?”
  • 차재운이 코웃음쳤다.
  • “이씨 그룹 참 대단하네.”
  • 상사의 반응을 지켜본 유혁은 바로 표정이 굳어졌다.
  • “고작 이씨 그룹 주제에 운해그룹과 인맥을 쌓고 싶다고요?”
  • 이씨 그룹은 운해그룹과 비교도 할 수 없는 레벨이었다.
  • 게다가 이씨 그룹이 일부러 파라지오를 따라 로얄캐슬을 지었는데 이게 표절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 다만 운해그룹이 벌려놓은 사업이 너무 많아서 작은 일에 신경을 쓰지 못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대표 앞에서 표절자가 잔머리를 굴리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 서강예는 아주 뿌듯했다. 적의 적은 친구라더니 이씨 그룹의 적이 나오자 기분이 좋기만 했다.
  • ‘이씨 그룹이 그동안 미움을 많이 샀나 봐?’
  • 서강예는 싱긋 웃은 뒤, 휴대폰을 꺼내 바로 계좌이체를 했다.
  • “저도 그렇게 이득을 따지는 사람이 아니에요. 집상태를 보니 그 가격보다 훨씬 나가는 것 같으니 두 배로 드릴게요. 할부 없이 일시불로요.”
  • 유혁은 바로 160억이 이체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 차재운은 놀란 얼굴로 입술을 실룩거렸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 드디어 표정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 ‘160억짜리 집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 돈이 그렇게 많나?’
  • 곧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집을 사서 신난 서강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날 스폰하는 것은 할부로 하며 내가 집 한 채보다 못하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