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6화 한한 침대에서 깨어나다

  • ‘아들을 처음 보았는데 그냥 간다고? 정말 부성애라고는 하나도 없는 인간이군.’
  • 서강예의 사나운 모습에 차재운은 멈칫했다. 그는 서강예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들어가면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물에 젖어 착 달라붙은 옷 사이로 서강예의 새하얀 피부가 드러났다.
  • 차재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여자의 낭창한 허리를 휙 휘감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 “벌써부터 내 서비스가 그리운 거야?”
  • 둘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서로의 숨결이 닿았다. 차재운은 서강예의 피부에서 풍기는 바디워시 냄새까지도 맡을 수 있었다.
  • ‘이렇게 입고 나오다니. 날 꼬시는 게 맞았어.’
  • 서강예도 가까운 거리에 숨을 죽였다. 그녀가 숨을 들이쉬고 차재운에게 따귀를 갈기려고 하는 순간, 남자는 그녀의 손을 잡고 씩 웃었다.
  • “돈을 6억이나 받았는데 널 만족시켜야 할 거 아니야? 내 고객인데.”
  • 그는 고개를 숙이고 서강예의 입술을 탐했다. 부드럽고 향긋한 입술이 닿자 그는 몇 초간 멈칫하다가 본능적으로 거칠게 탐닉했다. 그는 다른 한 손으로 서강예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뒤통수를 잡고 강렬하게 키스했다.
  • 둘은 뜨겁게 뒤엉켰다.
  • 경험이 없는 서강예는 입속의 공기가 점점 희박해지자 머릿속이 하얗게 되며 거절하는 행동도 잊고 말았다.
  • ‘나쁜 자식! 내 허락도 없이 감히 나한테 키스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키스했던 그 입술로.’
  • 서강예는 정신이 번쩍 들어 거칠게 차재운을 밀었다. 그녀의 얼굴은 숨을 참은 탓에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서강예는 화난 얼굴로 차재운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 “누가 너더러 키스하라고 했어?”
  • 차재운은 씩 웃으며 말했다.
  • “애도 낳았잖아. 더 한 것도 했는데 키스도 못해?”
  • ‘밀당을 하는 거면 적당히 해. 자꾸 하면 재미없으니까.’
  • 그 말을 들은 서강예는 얼굴이 더욱 빨갛게 되며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 “너... 소파에서 자!”
  • 말을 마친 서강예는 문을 쾅 하고 닫아버렸다.
  • ‘흥, 소파에서 춥게 자라지.’
  • 그녀는 원래 차재운에게 담요라도 가져다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 생각까지 깨끗하게 사라졌다.
  • ‘어림도 없어.’
  • 차재운은 굳게 닫힌 문을 보고 코를 쓱 문질렀다. 그의 매력적인 눈에는 웃음기가 넘실거렸다.
  • 하루의 시작은 작은 놀라움과 함께하는 법.
  • 잠에서 깬 서강예는 눈앞의 얼굴에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 그녀의 비명소리에 잠이 깬 차재운은 미간을 찌푸리고 팔을 벌려서 서강예를 품에 끌어안은 뒤,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 “좀 더 자지.”
  • 그의 태연자약한 표정에 서강예는 짜증이 치밀었다. 그래서 그의 팔을 확 밀친 뒤, 사납게 소리 질렀다.
  • “네가 왜 내 침대에 있는 건데?”
  •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든 차재운은 몇 분 잠들지 못했는데 서강예 때문에 깨어나고 말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준수한 얼굴에는 피곤기가 어려 있었다.
  • 그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눈을 힘들게 뜨고는 한참 뒤에야 겨우 일어나 앉아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
  • “키가 커서 소파에서 못 자겠어.”
  • ‘한밤중에 내 침대에 기어올라와서는 이걸 지금 핑계라고 대는 거야?’
  • 화가 치민 서강예는 이불을 홱 젖히고 소리를 꽥 질렀다.
  •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 얼른 내 침대에서 꺼져!”
  • 그리고 씩씩거리며 세수하러 갔다.
  •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노크하려던 서현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 있을 줄이야.
  • 서현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 “엄마, 어제 아빠랑 같이 잔 거야? 왜 나한테 말도 없이.”
  •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던 서강예는 뒤에서 뜨끈한 체온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언제 옷을 입었는지 그녀의 어깨를 뻣뻣한 자세로 감싼 채, 아이에게 말했다.
  • “엄마와 아빠가 할 말이 있어서 그랬어.”
  • 서현은 입을 삐죽거렸다.
  • “나 어린애 아니라고. 다섯 살이나 됐단 말이야.”
  • “...”
  • 서현은 천천히 걸어서 욕실로 향했다. 서강예는 이미 창피함에 얼굴이 새빨갛게 익은 상태였다. 그녀는 고개를 홱 돌리고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 “내 아들에게 말 함부로 하지 마!”
  • 차재운은 미간을 찌푸린 채, 코웃음을 쳤다.
  • “저 어린애가 별 걸 다 안다는 건 엄마로서의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