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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정말 날 제비로 본 거야?

  • 차재운은 어리둥절했다. 그의 차가운 얼굴에 드디어 표정이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그는 웃음기 어린 얼굴로 물었다.
  • “2억으로 날 사려고?”
  • ‘참 만만치 않은 여자야. 2억으로 날 속아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그렇게 말하면 자기가 차씨 가문 돈을 노리고 애를 낳은 걸 내가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 방 안은 순식간에 침묵에 휩싸였다.
  • 서강예는 심호흡을 하고 다시 남자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 ’지금 세상이 달라졌나? 2억으로도 제비를 스폰할 수 없는 건가?’
  • “적어서 그래?”
  • 그녀는 손가락 세 개를 내밀고 말했다.
  • “그럼 3배로 쳐줄게. 더는 안돼!”
  • 그녀는 캐븐회사를 매입했기에 이번달의 수익은 200억밖에 남지 않았다. 아직 돈 쓸 일도 많은데 6억이면 큰 돈이 아닌가!
  • 남자는 어두워진 얼굴로 침묵을 지켰다. 차가운 한기가 남자의 위엄과 섞여서 함께 흘러나왔다. 서강예는 살짝 겁을 먹었다.
  • ‘아니, 잠깐만. 그냥 제비잖아? 내가 왜 기가 죽는 건데?’
  • 서강예는 다시 목을 가다듬고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 “현이가 학교에 가려면 신분이 확실해야 해. 너 시간 나는 대로 혼인신고 하러 가자.”
  • 차재운은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숙인 채, 코웃음을 쳤다.
  • ‘애를 이용해 결혼하려고? 그래서 차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고 싶다는 거야? 참 속이 시커먼 여자야. 그동안 내 아들이 이런 여자의 슬하에서 자란 거야?!’
  • 남자는 더는 서강예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아들만 아니었다면 그는 이 여자와 한시도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 바로 그 순간, 서강예가 무심결에 툭 하고 말을 던졌다.
  • “네 과거 다 알고 있고 모셔야 할 할머니도 계신다는 거 알아. 한 달에 6억이면 충분하잖아? 이젠 몸 파는 일은 그만둬. 내 아들이 남에게 손가락질당하는 게 싫거든.”
  • “그게 무슨 말이야?”
  • 차재운은 미간을 찌푸린 채, 되물었다. 그는 서강예의 말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 ‘몸 파는 일? 내 과거를 다 알고 있다고?’
  • 이 말들을 곱씹어본 그는 어떤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그는 굳은 얼굴로 서강예를 노려보았다.
  • ‘이 여자, 지금 날 제비로 보는 거야?’
  • 휴대폰에서 문자메시지가 뜨자 차재운은 화를 꾹 참고 확인했다. 또 할머니가 주선한 맞선 약속이었다.
  • 차재운은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겼다. 할머니의 나이도 나이인지라 그가 결혼해서 애 낳는 걸 보고 싶은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 아들을 떠올린 차재운은 고개를 번쩍 들고 여자를 훑어보았다. 서강예는 민낯임에도 눈부신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경계 어린 시선을 지우지 않았지만 어디에 내놓아도 여신이라고 불릴 예쁜 얼굴이라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둘에게 아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 ‘만만한 여자는 아니지만 갑자기 애를 엄마에게서 떨어뜨리면 아이도 충격을 크게 받겠지?’
  • 차재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강예가 또 무슨 짓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 합의가 끝난 뒤, 서강예는 종이를 가지고 계약서를 쓰고 지장을 찍었다. 차재운이 돈만 받고 모르쇠를 댈까 두려웠던 것이다.
  • ‘지금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 서강예는 생각나는 모든 조항을 꼼꼼히 계약서에 나열하고 남자에게 밀어주었다.
  • “이것 보고 괜찮으면 사인해!”
  • 남자가 계약서를 보고 있는 틈을 타서 서강예는 남자를 훑어보았다. 그가 손목에 한 시계는 까르띠에였는데 최소 8억짜리였다.
  • ‘허영심이 참 많군. 제비 주제에 짝퉁을 하고 다니면 다들 바로 알아볼 거 아니야? 머리가 둔한 거야? 멍청한 거야?’
  • 차재운이 계약서를 받아들고 보자 이상한 조항들이 가득했다.
  • 첫 번째, 예전의 고객들과 연락처를 차단하고 연락을 딱 끊는다.
  • 두 번째, 하루에 반드시 8시간 동안 서현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 세 번째, 외박은 절대 금지.
  • ...
  • 차재운은 화가 치밀었다.
  • ‘정말 날 제비로 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