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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2억 줄 테니 나에게 와

  • 집에 들어서자 서현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 아이의 준수한 이목구비는 그와 너무 닮아 있었다.
  • 차재운은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아이를 본 순간, 그는 서현이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 서강예는 차재운의 시선이 줄곧 서현에게 머무는 것을 보고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서현더러 안방에 들어가라고 했다.
  • 서현이 들어간 뒤, 그녀는 소파에 앉아서 팔짱을 낀 채, 남자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 남자의 얼굴은 가히 꽃미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서현의 잘생긴 얼굴에 익숙해진 그녀지만 남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녀는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 ‘입고 있는 정장은 무슨 브랜드지? 가품인가? 아니면 스폰서에게서 받은 건가? 남자가 허영심에 가득 차 있으니 제비노릇이나 하지...’
  • “허.”
  • 차재운은 자신을 바라보는 서강예의 경멸스러운 눈빛을 느꼈지만 그는 다른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용건을 꺼냈다.
  • “5년 전, 2월17일, 로얄호텔 226번 룸.”
  • 서강예는 흠칫 놀랐다. 주소와 시간까지 맞는 것을 보면 이 남자가 서현의 아빠가 맞는 듯했다.
  • “아이의 양육권만 넘긴다면 원하는 거 다 들어줄게.”
  • 목소리를 깔고 말하는 남자의 말투에서 범접할 수 없는 고귀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 차재운은 올 때, 이 집의 위치를 살펴보았다. 이 지역은 나쁘지 않았지만 오래된 건물인지라 그는 아들을 이곳에 두는 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차재운은 다시 시선을 소파에 앉아 있는 여자에게 돌렸다. 또렷한 눈과 예쁜 코, 몸매도 흠잡을 데 없었다.
  • 차재운은 티나지 않게 입을 삐죽거렸다.
  • 그는 이런 타입의 여자를 적지 않게 봐왔다. 일부 여자들은 재벌가에 시집가려고 몸을 아무렇지 않게 내던졌다.
  • 하지만 지금 그의 앞에 있는 여자는 만만치 않은 것 같았다.
  • ‘몰래 아이를 낳았어? 아이를 발판으로 삼고 위로 기어오르려는 여자군.’
  • 남자가 서현의 양육권을 요구하자 서강예는 화가 치밀었다.
  • ‘현이를 빼앗으려고 온 게 맞아. 제비 주제에 아이 양육권을 달라고? 어이가 없네.’
  •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이마를 짚은 채, 말했다.
  • “나이.”
  • 차재운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어리둥절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묻는 대로 대답했다.
  • “29살이야.”
  • 서강예는 콧방귀를 뀌었다.
  • ‘나이가 어리지도 않은 사람이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지?’
  • “하는 일은?”
  • 질문을 한 서강예는 미간을 찌푸린 채,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 “그건 아니까 됐어.”
  • ‘제비지!’
  • 그녀가 다른 질문을 했다.
  • “가족은 몇 명이야?”
  • 차재운은 코웃음을 치고 말했다.
  • “지금 호구 조사라도 하는 거야?”
  • 서강예는 차재운을 흘겨본 뒤, 당당하게 말했다.
  • “내 아들 아빠의 기본적인 상황은 알아야 하지 않겠어?”
  • “직속 가족은 할머니밖에 안 계셔.”
  • 차재운은 치미는 울화를 꾹 참고 고분고분 대답했다.
  • “사는 곳은 있어?”
  • 차재운은 혐오감을 숨길 수 없었다.
  • ‘이젠 아닌 척도 안 하고 집부터 알아본다는 거지?’
  • “있어.”
  • 서강예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 ‘집이 있다고?’
  • “어딘데?”
  •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그의 명의로 된 부동산이 하도 많아서 갑작스러운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 남자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서강예는 더욱 화가 치밀었다.
  • ‘하긴, 제비니까 사는 곳이 따로 있겠어? 여자들 집에 돌아다니면서 살겠지.’
  • 서강예가 차재운에게 이것저것 물어본 뒤, 얻은 결론은 심플했다.
  • 가족은 할머니가 다이고 직업은 없으며 매일 돈 많은 여자들과 자는 제비!
  • 그녀는 머리가 지끈거려 미간을 찌푸렸다.
  • ‘요즘은 제비들도 이렇게 당당해?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
  • 그녀는 소파에서 일어나 집안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더니 결국 화를 꾹 참고 말했다.
  • “그 까짓 직업 때려쳐. 매달 2억 줄 테니 나에게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