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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나랑도 좀 마셔주지 그래?

  • 밤이 되었다.
  • 길거리는 불빛으로 환했다.
  • 하루 종일 일한 서강예는 차를 타고 위트바로 향했다.
  • 단정한 오피스룩을 입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핫한 몸매를 감출 수 없었다. 그녀의 예쁜 얼굴은 불빛 속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
  • 바에 들어가자마자 그녀는 곳곳에서 휘파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그녀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 유인아는 그녀가 온 것을 보자 다급히 일어서서 맞이했다.
  • “대표님, 오셨어요?”
  • 약속한 시간보다 30분 넘은 시간이었기에 그녀는 서강예가 오지 않을 줄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 서강예는 바에서 나는 담배와 술냄새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 “참, 회사 자료는?”
  • 그녀는 아이를 혼자서 집에 두고 나온 것인지라 자꾸 걱정이 되었다. 아이가 아무리 성숙하다고 해도 아이는 결국 아이지 않은가?’
  • 유인아는 캐븐회사의 영업팀 팀장이었다. 귀국하기 전까지 서강예는 모든 일을 유인아에게 맡겼다. 회사를 매입할 때에도 국내의 직원들을 모두 그대로 두라고 했었다.
  • 유인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회사의 재무보표와 이씨 그룹의 투자 상황에 대한 서류를 건네주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자신의 회사를 인수한 대표를 직접 만나는 자리였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젊고 예쁜 여자일 줄이야.
  • 서강예는 이씨 그룹의 투자 상황을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 ‘이승준, 넌 끝내 내 손에 들어왔군.’
  • “이씨 그룹에서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왔지만 대표님의 말씀대로 한번도 받지 않았습니다.”
  • “잘했어.”
  • 서강예는 미소를 지었다.
  • “내일 출근해서 이씨 그룹에 전화를 걸어. 그리고 다른 투자회사에도 입찰 공고를 돌려.”
  • 유인아는 망설이다가 궁금한 점을 물었다.
  • “하지만 갑자기 가격을 30%나 올린 것에 비해 저희 측 진주의 품질이 더 좋아진 것도 아니에요.”
  • 캐븐회사는 진주의 원재료를 납품하는 공급상이었다. 이씨 그룹은 이제 막 이 업체에 들어온 새내기인데 갑작스러운 가격 폭등에 입찰을 포기할 수도 있었다.
  • 서강예는 서류를 가방에 넣으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 “누가 예전 거 그대로 쓴대? 이번 진주는 내가 내놓을 거야.”
  • 캐븐회사가 납품하는 진주는 품질이 평범해서 그녀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 유인아와 일얘기를 마친 서강예는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러나 일어서는 순간, 그녀는 익숙한 사람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을 발견했다.
  • 차재운은 정장차림을 하고 양가죽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의 옆에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자들이 모여들어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 서현이 걱정되어 얼른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서강예는 이 광경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 그녀는 눈을 부릅뜬 채, 이를 악물었다.
  • ‘이 자식이, 할 일이 있다더니 또 여자들 꼬시는 거였어?’
  • 서강예의 표정이 급변한 것을 보고 유인아는 물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서강예는 씩씩거리며 제일 큰 테이블로 걸어갔다.
  • 그 테이블에 앉은 사람을 확인한 유인아는 헉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 ‘저 사람 해운그룹의 차재운과 집행이사 강천이잖아? 해성시에서 가장 대단한 두 사람이 왜…’
  • 둘은 웬만하면 마주치기 어려운 거물급 인사였다. 특히 차재운은 거의 나서는 법이 없이 강천을 앞세워 일을 시키고는 했다.
  •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차씨 가문의 가주가 해운그룹의 집권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대표님이 저기에는 왜 간 거지? 저 둘에게 인사를 하려고?’
  • 그러나 유인아는 곧 납득이 갔다. 서강예의 신분과 지위는 강천이나 차재운보다 낮지 않았지만 상류사회는 원래 서로 인맥을 쌓으면서 지내지 않은가?
  • 하지만 씩씩거리며 걸어가는 서강예의 뒷모습과 포즈를 보니 인사를 하러 가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 서강예는 포스 넘치는 자세로 걸어가서 한 다리를 유리로 된 테이블에 올려놓고 차재운을 손가락질하며 코웃음을 쳤다.
  • “10억이 부족해? 그래서 옛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나온 거야? 왜? 나랑도 좀 마셔주지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