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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감히 바람을 피운다 이거야?

  • 이 말을 들은 서현은 그제야 활짝 미소를 지었다.
  • “할머니 최고예요!”
  • 그리고 주머니에서 어린이용 휴대폰을 꺼냈다.
  • “이건 제 번호예요. 엄마가 곧 돌아올 테니 우리 문자로 연락해요.”
  • 그는 또 고정임에게 다가가 볼에 뽀뽀를 남겼다.
  •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고정임은 입이 귀에 걸린 채, 가정부에게 자랑했다.
  • “우리 증손주 똑똑한 거 봤지? 얘가 보낸 사진 좀 봐, 어쩜 이렇게 똑똑할까.”
  • 가정부는 웃으며 맞장구를 쳤지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 ‘왠지 어르신이 작은 도련님에게 놀아난 기분이 드는데? 어쩌다 결론이 도련님이 사모님에게 구애해야 하는 쪽으로 기운 거지?’
  • 고정임이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강예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를 사서 돌아왔다.
  • “왜 안 들어가고 있었어?”
  • 서현은 바로 휴대폰 화면을 끄고 말했다.
  •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지.”
  • 서강예는 가슴이 뭉클했다.
  • ‘역시 내 아들이야. 날 걱정할 줄도 알고. 차재운 그 인간은 외박도 모자라 여태까지 전화 한 통 없잖아. 어디서 또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 안되겠어? 만나면 따끔하게 혼내야겠어. 스폰받는 입장이면서 자신의 입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잖아!’
  • 서강예는 서현의 손을 잡고 집으로 들어가 아침식사를 즐겼다. 그리고 진아라가 보내온 보고서를 읽었다.
  • 캐븐회사는 이미 매입한 상태였다. 그녀는 내일 회사로 가서 회사 상황을 살필 생각이었다.
  • ‘이승준도 내일이면 볼 수 있겠군.’
  • 서현은 만두를 먹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야. 매일 이렇게 힘들게 돈을 버는 거도 다 나 때문이겠지? 이제는 아빠가 생겼으니 엄마랑 아빠가 알콩달콩 행복할 수 있게 밀어줘야겠어. 그럼 엄마는 더 이상 지금처럼 힘들게 살 필요가 없겠지?’
  • 운해그룹 대표 사무실.
  • 강천은 널찍한 가죽 소파에 앉아 찻잔을 들고 말했다.
  • “좋은 차가 들어왔는데 좀 마셔 봐.”
  • 차재운은 무덤덤한 얼굴로 힐끗 본 뒤, 손을 내저었다.
  • 얼마나 지났을까, 강천은 또 흥분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화제를 돌렸다.
  • “재운아, 너 지금 기분이 어때? 갑자기 완전 예쁜 마누라가 생긴 거잖아? 거기다 다 큰 아들까지 떡하니 말이야. 어때? 흥분되어 죽겠지? 좋아 죽겠지?”
  • 서강예의 말이 나오자 차재운은 드디어 고개를 들고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생각하던 것보다 재미있는데.”
  • “정말? 요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강천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다가오며 차재운을 바라보았다.
  • 다시 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읽고 있는 차재운은 강천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 그가 또다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강천은 어깨를 으쓱한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생각이 많았다. 해성시에서 소식이 가장 빠른 그는 알고 싶으면 알아보지 못할 게 없었다.
  • 차재운의 아들을 데리고 갑자기 튀어나온 여자. 그는 서강예의 어린 시절부터 낱낱이 파헤칠 생각이었다.
  • 퇴근한 뒤, 비서 왕민은 이미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대기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그 여자를 아주 대단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 ‘애 하나로 대표님을 꽉 잡은 거잖아? 집도 사고 대표님과 혼인신고도 하자 그러고. 아이를 사생아로 만들지 않았어.’
  • 차재운을 노리는 여자들은 아주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 ‘이 소식을 알게 되면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눈물 콧물 흘릴까?’
  • 차재운은 강천과 헤어진 뒤, 차를 타고 말했다.
  • “파라지오로 가자.”
  • 왕민은 순순히 대답하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놀랍기 그지없었다.
  • ‘하루만에 파라지오로 들어간다고?’
  • 파라지오의 집은 쉽게 살 수 없는 귀족의 상징이었다. 그곳에 있는 별장은 모두 최고 레벨의 디자이너가 오랫동안 공을 들여 디자인한 건물로, 외부 인원들은 수백억을 내걸어도 살 수 없었다.
  • 파라지오의 88번 별장에 도착한 왕민은 백미러로 아이와 함께 걸어오는 여자의 모습을 보았다.
  • 그녀가 직접 서강예에 대해 조사했기에 서강예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실물을 본 순간, 그녀는 사진이 실물의 미모를 다 담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강예는 겉모습으로 봐서는 애를 낳은 여자 같지 않고 오히려 소녀 같았다. 주름이나 잡티 없이 뽀송한 얼굴은 물론, 서현과 얘기를 나누느라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서 우아함과 귀티가 흘렀다.
  • ‘작은 도련님처럼 훌륭한 아이가 태어나려면 부모 유전자도 크게 연관 있겠지.’
  • 차재운은 차에서 내리며 왕민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 왕민은 그의 시선에 깜짝 놀라 다급히 차를 운전해 떠났다.
  • ‘큰 일이야. 대표님 사생활을 너무 많이 안 잘못으로 잘리진 않겠지?’
  • 서강예는 오늘 서현과 함께 파라지오의 유치원에 데려갔다. 시설과 환경이 마음에 들어서 바로 수속을 밟고 싶었다.
  • 저녁을 먹은 서강예는 아들의 손을 잡고 집 근처를 산책하다가 충격적인 상황을 목격했다.
  • 차재운이 한 여자의 차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그 여자는 직장인으로 보였는데 차가 수십억에 달하는 롤스로이스였다.
  • 서강예는 싸늘한 눈빛으로 차재운을 노려보았다.
  • ‘감히 바람을 피운다 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