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는... 저 여자랑 무슨 관계인 거지? 외모나 분위기는 괜찮아 보이는데 저 애들이랑은 안 닮은 것 같네.’
그때 경아가 황급히 나와서 대답했다.
“선배, 꽃 사러 온 손님이셔.”
경아는 꾸밈없는 눈빛으로 준혁을 바라봤다.
“오늘 일은 정말 감사드려요. 주문하신 꽃은 제가 조금 있다가 호텔로 보내드릴게요.”
준혁도 목례를 하며 말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준혁은 뒤돌아서 나가려다 뭔가 생각났는지 다시 몸을 돌리고는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주먹을 폈다. 그 안에는 그날 밤 경아가 잃어버린반지가 있었다.
“경아 씨, 반지 이제 잘 챙기세요.”
경아는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반지를 받았다.
“감사해요. 이렇게 가져다주실 줄은 몰랐어요. 너무 감사드려요.”
준혁은 무표정으로 담담하게 대답한 후 꽃집을 떠났다.
경아가 준혁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던 보겸은 준혁이 나가자마자 다가와서 물었다.
“경아야, 아까 저 남자랑... 무슨 관계야? 왜 그 반지를 저 사람이 가지고 있어?”
경아는 보겸의 표정을 보고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바로 해명을 했다.
“선배, 오해하지 마. 이 반지는 내가 어젯밤에 이분께 꽃 배달하러 갔을 때 실수로 떨어뜨리고 왔던 거야. 나 이분 알지도 못하고 심지어이름도 몰라.”
보겸은 바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저 사람이랑은 좀 멀리하는 게 좋겠어. 뭔가 심상치 않은 사람 같아.”
‘돈 많은 사람 중에 좋은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
경아는 담담히 웃으며 답했다.
“알았어.”
준혁은 차에 타서 옆에 있는 문범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누구야?”
문범은 바로 보고했다.
“윤보겸이라고, 해외 명문대 출신의 유학파 수재라고 합니다. 해외에서 거액의 투자를 꽉 잡고 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저사람 손을 거친 투자는 다 성공적으로 유치했다고 합니다. 그중에 상장된 회사만 열 몇 곳이고 상장 준비하고 있는 회사만 수십 개입니다. 천기투자라는 회사가 있는데 지금 국내에서 잘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준혁은 오히려 의문이 들었다.
윤보겸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대단한 이력을 가졌을 줄은 몰랐다.
‘작은 꽃집 하나 운영하는 송경아가 어떻게 윤보겸 같은 인재를 알고 있는 거지?’
그날 밤 “여생, 너와 나의 이야기”, 촬영장
소원이 도착했을 때 촬영장이 뭔가 어수선했다. 소품들이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고 사람들이 다 크고 작은 가방을 메고 오가고 있었다. 심지어 저 앞쪽에는 이미 설치된 세트를 해체하고 있었다.
예민해진 소원이 물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전에 촬영할 때 스탭들이 늘 소원의 짜증을 받아줬었는데 오늘은 갑자기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