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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비밀

  • 북성, 하 씨 집안 별장.
  • 하소원의 부모와 강준혁의 모친 연주희가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 갑자기 위층에서 들려오는 덜컹덜컹 하는 소리에 좋았던 분위기가 싸해졌다.
  • 하경봉, 소원의 부친은 그 소리를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 “이 녀석. 아직도 저러는 군.”
  • 그는 어두워진 얼굴로 바로 옆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소연에게 물었다.
  • “지금 회사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 소연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현재까지 영화 4편, 드라마 3편 계약이 해지됐습니다. 광고도 7개나 끊겼고요. 지금 대부분 회사들이 위약금과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어서 상황이 매우 심각합니다.”
  • 그 말을 들은 하경봉의 낯빛은 더욱 거무죽죽해졌다.
  • 딸에게 쏟아 부은 돈이 얼만데, 하룻밤 사이에 이 꼴이 되다니.
  • 그 때 하소원의 모친인 이정화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 “사돈. 소원이랑 준혁이 약혼한지도 꽤 됐는데 이젠 결혼 날짜를 잡는 게 어떨까요?”
  • 연주희는 이정화가 건수를 잡았다는 생각에 약간 머뭇거리다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 “그게, 저야 당연히 그러고 싶죠. 우리 바깥양반도 매일 손주를 안아 보고 싶다고 성화시고. 저도 우리 준혁이가 얼른 결정을 내려 줬으면 좋겠는데. 글쎄 얘가 일 핑계로 매번 거절을 하니 저도 어쩔 방법이 없네요.”
  • “사돈. 이제는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아요. 애들도 나이가 딱 적당할 때 얼른 결혼 시켜야죠.”
  • 연주희가 웃으며 말했다.
  • “집에 가면 제가 다시 얘기해볼 테니 너무 걱정들 마세요.”
  • 그 말을 들은 소원의 부모는 한숨을 내쉬었다.
  • “그럼 좀 부탁 드릴게요.”
  • 연주희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아유 뭘요. 그 때 두 분이 도와주시지 않았으면 저희가 어떻게 오늘 같은 날을 맞았겠어요. 준혁이랑 소원이 혼사는 저도 늘 생각하고 있답니다.”
  • 하 씨네 별장에서 나온 후 연주희는 바로 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 모친의 전화를 받은 준혁이 무심하게 물었다.
  • “어머니 무슨 일이세요?”
  • 연주희가 말했다.
  • “준혁아. 이제 소원이랑 너 결혼 진행 해야겠다. 애초에 네가 일 핑계로 5년이나 미뤘잖니. 이제 더는 안 돼.”
  • “어머니 뜻입니까 아니면 그쪽 집안 뜻입니까?”
  • 준혁이 차갑게 대답했다.
  • “기다리는 게 싫다면 파혼 하면 되겠네요. 약혼녀는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으니까.”
  • 말을 마친 그는 모친이 대답할 틈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고, 연주희는 안색을 굳혔다.
  • 준혁은 전화를 끊자마자 돌아서서 문범에게 물었다.
  • “찾았습니까?”
  • 문범이 소리를 낮춰 대답했다.
  • “대표님. 송경아씨의 행방을 알아봤지만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우리 쪽 사람들도 그 두 아이들 유치원에도 가봤는데 거기 선생님 말이 송경아씨가 그냥 애들 유치원을 좀 길게 쉬어야 할 것 같다고만 했지 구체적인 이유는 얘기하지 않았답니다.”
  • 준혁이 눈썹을 찌푸렸다.
  • “그 여자 신상에 관한 건 알아 봤습니까?”
  • “네. 조사했습니다.”
  • 문범이 이어서 대답했다.
  • “송경아씨의 고향은 운주가 아닌 북성이었습니다.”
  • “뭐?”
  • 강준혁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세웠다.
  •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네요.”
  • 그의 일군 사업의 본부는 북성시 도심에 있었다.
  • “바로 북성으로 갑니다. 운이 좋으면 마주칠 수도 있겠네.”
  • “네 알겠습니다.”
  • 문범은 바로 차를 대기시켰다.
  • …….
  • 그 시각 북성. 골드호텔 1208호.
  • 보겸이 방으로 들어섰을 때 경아는 창가에 멍하니 서 있었다.
  • 그가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서 소리쳤다.
  • “경아야!”
  • 정신을 차린 경아가 흥분하며 물었다.
  • “찾았어 선배?”
  • “그래. 너희 집안 소식에 대해 알아봤어. 우선 진정해. 내가 천천히 얘기해줄게.”
  • 보겸이 고개를 들고 그녀에게 말했다.
  • “너희 아버지는 작은 회사를 여셨고, 사업은 괜찮게 돌아가는 것 같아. 식구들도 잘 지내고 있고. 할아버님 건강도 괜찮으셔. 내일이 마침 칠순 잔치여서 송 씨 집안에서 잔치를 열 모양이야.”
  • 식구들 이야기를 들을 때 까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경아가 할아버지 얘기가 나오자마자 감정이 격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 “그럼 됐어. 할아버지 건강이 괜찮으시다면 나도 이젠 안심할 수 있어.”
  • 경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울고 싶으면서도 기쁘고 마음이 놓였다.
  •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한 보겸이 말했다.
  • “너무 조급해 하지 말자. 내일이 되면 할아버님을 만나 뵐 수 있을 거야.”
  • 경아가 두 눈이 빨개진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 “고마워 선배.”
  • 그 때 강준혁도 북성에 도착해 있었다.
  • “대표님. 알아 본 결과 송경아씨가 어릴 때 어머니가 송경아씨를 두고 집을 나갔고, 그 뒤로 아버지가 내연녀를 집으로 데려왔고 딸도 낳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송경아씨는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유일하게 할아버지만이 경아씨를 아꼈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학업에 열중했는데, 5년 전 갑자기 이유 없이 학교에 졸업 유예를 미뤘다고 합니다. 그리고 1년 후에야 다시 복학해서 졸업했고요. 5년 전 그 기간 동안 어디로 가서 뭘 했는지는 아무리 뒤져도 정보가 없었습니다.”
  • 준혁은 재미있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 “5년 전…….졸업을 유예했다? 뭔가 비밀이 있으신가 본데.”
  • 문범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었다.
  • “또 공교롭게도 내일이 바로 송경아씨 할아버님의 칠순 잔치라고 합니다. 만약에 정말 북성에 계시다면 아마 그 자리에 나타날 겁니다.”
  • 준혁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준비하세요. 어르신 칠순 연회에 저도 갑니다.”
  •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