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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보겸 삼촌

  • 아이들의 거침없는 말에 경아는 마음이 찡했다.
  • 5년 전 그날 밤 그녀는 평생 잊지 못할 고통을 겪었다.
  •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잊으려고 했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임신을 해버렸다!
  • 이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는 이미 임신 3개월 차였다. 아이를 지우려면 수술이나 약물을 써야 했는데, 그건 몸에 엄청나게 무리가 가는 일이었다.
  • 그때 그녀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학교 선배인 보겸이 그녀 대신 학교에 6개월여간의 휴학 신청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마음 놓고 회복할 수 있도록 그녀를 도와주었다.
  • 이후 몇 년 동안 보겸은 경아와 그녀의 아이들을 보살펴주었다. 두 아이는 그런 그를 무척 잘 따랐으며, 경아도 그에게 항상 고마워했다.
  • 하늬는 어린아이답게 계속 말했다.
  • “보겸 삼촌은 잘생기고 다정해요. 엄마는 왜 보겸 삼촌이랑 결혼 안 해요? 삼촌 같은 아빠를 갖고 싶은데.”
  • 하늬의 말에 경아는 코가 찡해졌다.
  • 아이들이 그녀 앞에서 아빠를 갖고 싶다고 말하는 일은 드물었다. 아무래도 오늘 일이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 것 같았다!
  • 그녀는 짠한 마음에 얼른 아이들을 달랬다.
  • “우리 하늬, 착하지. 아빠를 갖고 싶어 하는 건 아는데, 보겸 삼촌은 하늬랑 지민이의 아빠가 될 수 없어. 삼촌한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어. 그러니까…… 앞으로 이런 말 하면 안 돼. 알겠지?”
  • “아…….”
  • 하늬는 순식간에 기분이 다운되었다.
  • 잠시 침묵하던 지민이 다시 물었다.
  • “그럼 우리 아빠는 언제 우리를 찾아와요? 우리를 버리는 거 아니에요?”
  • 경아는 마음이 너무 아팠고, 앉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아유, 바보들. 너희 아빠가 어떻게 너희들을 버릴 수 있겠어. 너희 아빠는 아주 대단한 영웅이야. 아빠는 정말 훌륭한 일을 하고 있고, 일을 다 마치면 너희들을 보러 올 거야. 그러니까 엄마랑 조금만 기다리자. 알겠지?”
  • “진짜요?”
  • 아이들은 못 믿는지 함께 고개를 들어 경아를 쳐다봤다.
  • 경아는 마음이 켕기는 듯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 “당연하지. 엄마가 언제 너희들한테 거짓말 하는 거 봤어?”
  • 준혁은 그들의 뒤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고,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 이때 누군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 그리고 우아하고 길쭉한 사람의 그림자가 밖에서 걸어들어왔다.
  • 남자는 곱상한 외모에 피부는 옥같이 부드러웠고, 금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온몸으로 우아함과 고상함을 뿜어냈다.
  • 그는 가게 안에 있는 세 모자를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
  • “우리 꼬맹이들. 삼촌이 맛있는 거 뭐 가져왔게?”
  • 그를 발견한 아이들은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
  • 하늬는 바로 달려가 그의 다리를 안았다.
  • “보겸 삼촌~ 왔어요? 뭐 가져왔는지 빨리 보여주세요!”
  • 지민도 커다란 두 눈을 유난히 밝게 반짝이며 그쪽을 쳐다봤다.
  • 보겸은 아이들을 보더니, 등 뒤로 숨기고 있던 손을 내밀었다.
  • “짜잔! 너희가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야! 삼촌이 한 시간 넘게 줄 서서 산 거야.”
  • “와, 보겸 삼촌이 짱이야!”
  • 하늬는 크게 손뼉을 쳤다.
  • 이 모습을 지켜보던 경아는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은 뒤 보겸을 쳐다봤다.
  • “윤 선배, 애들 버릇 나빠져요. 올 때마다 먹을 거나 장난감 가져오지 말아요.”
  • 그러자 보겸이 웃으며 말했다.
  • “애들한테 사랑받는 게 얼마나 힘든데. 그리고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 경아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미 그들을 충분히 도와주었다.
  • 보겸은 웃으며 고개를 돌렸고, 그때서야 가게 중앙에 서 있던 사람을 발견했다.
  • 그리고 그는 깜짝 놀랐다. 준혁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강준혁 씨가 여기 왜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