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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그 반지

  • 경아는 소원의 뒷모습을 보며 화가 치밀었다.
  • '대스타가 속이 이렇게 좁다니!'
  • '만약 돈을 안 주면 고소하고 폭로해서 내가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줄 거야!'
  • 경아는 큰 보폭으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막 호텔에서 나와 차를 타고 집에 가려는 찰나 핸드폰 벨이 울렸다.
  • 전화기 너머로 문범의 목소리가 들렸다.
  • "경아 씨 전 문범인데요. 아까 꽃 가져다주실 때 반지 하나 떨어트리고 가지 않으셨어요?"
  • 경아는 멍하니 허전한 두 손을 바라봤고 반지를 떨어트리고 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 "아 정말이네요. 말 안 했으면 몰랐을 거예요."
  • 그 결혼 반지는 편의를 위해 자신이 직접 산 거였다.
  • 반지를 끼면 사람들이 결혼한 줄 아니까 불필요하게 성가신 일이 생기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반지 자체는 사실 그렇게 비싼 것이 아니다.
  • 문범이 말했다.
  • "그럼 괜찮으시면 한번 오세요. 강 대표가 직접 가져다줄 거예요."
  • 경아는 잠시 멈칫했고 입을 오므린 채 생각을 한 뒤 말했다.
  • "괜찮아요. 문 비서님 그 반지는 저한테 별로 중요하지 않아서 대표님이 수고하실 필요 없어요. 그냥 쓰레기통에 버려주세요."
  • 문범은 벙찐 얼굴로 자신 옆에 있는 준혁을 한번 쳐다봤다.
  • "그렇군요."
  • 준혁은 더 듣지 않고 뒤돌아 가버렸다. 가면서 반지를 책상에 던지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 바로 이때 로열 스위트룸의 문에서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렸다.
  • 문범이 열자 문 앞에 한 여자가 공손한 태도로 서 있었다.
  • "소원 씨."
  • 소원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숨겼다.
  • "준혁 씨는요?"
  • 소원은 까치발을 들고 방안을 한번 쳐다봤다.
  • 강 할아버지에게 전화가 와서 준혁과 저녁에 밥을 먹으라고 하시길래 촬영도 내팽개치고 제정호텔로 달려온 것이다.
  • 문범은 몸으로 소원의 시선을 가리며 침착하게 말했다.
  • "대표남 지금 옷 갈아입고 계세요. 대표님이 소원 씨를 먼저 위층 레스토랑에 데려가 기다리게 하라고 하셨어요. 따라오시죠. "
  • 말을 마친 후 문범은 뒤로 방문을 닫았다.
  • 소원은 조금 맘에 안 들었다.
  • 하지만 준혁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어서 얌전히 문범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 30분 후.
  • 준혁이 호텔 꼭대기 층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 새 옷으로 갈아입었고 넥타이는 하지 않아서 평소보다 엄숙함이 덜하고 편해 보였다.
  • 소원은 준혁을 보고 여성스럽게 일어나 맞이했다.
  • "준혁 씨 왔어요?"
  • 준혁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정면에 앉아 여성 반지를 가지고 놀았다.
  • 그리고 문범에게 말했다.
  • "요리 내오라고 해주세요."
  • "네."
  • 소원은 준혁이 가지고 놀고 있는 반지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 '색깔과 디자인을 보니 분명 여자 반지네!'
  • 소원은 바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 "준혁 씨 들고 있는 반지는 저한테 주는 선물인가요?"
  • 준혁은 슬쩍 소원을 한번 쳐다봤다.
  • "아니요."
  • 소원의 웃는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 준혁은 소원을 상대할 생각이 별로 없었다.
  • 와서 같이 밥 먹는 것은 할아버지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였다.
  • 저녁을 먹은 후 준혁은 바로 일어나 비서에게 말했다.
  • "소원 씨를 제작팀에 데려다주세요."
  • 소원은 그 말을 듣고 황급히 쫓아왔다.
  • "준혁 씨 오늘 오랜만에 봤는데 저녁에 같이 있고 싶어요."
  • 소원은 수줍은 표정으로 입술을 반쯤 깨물고 있었다. 의도가 뻔했다.
  • 하지만 준혁은 쳐다도 보지 않고 성큼성큼 자리를 나왔다.
  • '할아버지와 같이 저녁을 먹겠다고 했으니 저녁 먹었으면 됐지!'
  • 문범은 무표정으로 옆에 서서 말했다.
  • "소원 씨 가시죠. 모셔다 드릴게요."
  • 소원은 화가 잔뜩 나고 내키지 않았다. 옆에 있는 문범을 보며 당돌하게 물었다.
  • "문 비서님 방금 준혁 씨가 들고 있던 반지는 누구 주려는 거죠?"
  • 문범은 거짓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말했다.
  • "그 반지는 방금 누가 꽃을 배달해 주다가 흘리고 갔고 대표님이 어쩌다 주운 것뿐이에요!"
  • '누가 와서 꽃을 배달했다고?'
  • '방금 내가 마주친 그 여자 아니야?'
  • '어쩌다 주운 걸 저렇게 손에서 놓지 않고 가지고 놀 필요가 있나?'
  • 소원은 전혀 믿지 않았다.
  • "그 여자였구나!"
  • 소원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준혁이 떠난 방향을 보며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