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당신네 문제잖아요. 제가 납품한 장미꽃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잔금 얼른 결제해줘요! 아니면 법원에 가서 신고할 테니. 그렇게 되면 영화를 계속 찍을 수가 없을 거예요!”
조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사장님, 제가 안 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제작 투자자가 반만 결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와서요.”
계속 말 없던 준혁이 갑자기 물었다.
“제작 투자자가 어느 회사인데요?’
“회사는 구름 투자이고 사장님은 강훈이에요.”
준혁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말했다.
“그 사람한테 전화해요. 지금 당장 여기로 오라고!”
조감독은 굽신거리며 바로 밖으로 나가면서 전화를 걸었다. 경아는 비록 화가 많이 났지만, 조감독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준혁이가 나서서 도와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강 대표님, 도와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이번 일은 저랑 제작진의 일이니 제가 알아서 해결할게요.”
경아의 거절에 준혁은 마음속으로 불쾌했고 표정도 순간 어두워졌다.
“그날 아이가 다친 거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거절하지 말고.”
준혁은 청담동에 사는 상류층인 데다가 모든 사람이 사업을 하려고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런 준혁이가 난생처음으로 누군가를 도와주겠다는데 거절을 당하다니 준혁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편 경아는 준혁의 말에 그제야 그가 하소원의 약혼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
이때 고급승용차 벤틀리가 꽃집 앞에 섰고 스물일곱 즈음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차에서 내렸다. 남자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띄었고 분홍색 정장에 광이 나는 구두를 신고 걸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돈이 많고 놀기 좋아하는 재벌 집이었다.
그 사람이 바로 강훈이었다. 조감독은 강훈을 보자마자 달려가서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강 대표님, 오셨습니까? 저희 아직 이 집 꽃값을 결제하지 못해서 그런데 몇십만 원 밖에 안되니 얼른 결제하는 건 어때요?”
조감독은 간접적으로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는 뉘앙스로 말했다. 경아도 조감독의 말을 이으며 말했다.
“강 대표님, 제가 현장으로 보낸 꽃은 모두 신선한 꽃이에요. 그리고 시장가격에서 20%나 할인해줬는데 잔금 결제 부탁드릴게요!”
하지만 강훈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당신이 뭔데 돈을 달라 말라 해? 내가 반이라도 결제해주면 감지덕지를 해야지! 감히 나를 이곳으로 불러?”
옆에서 지켜보는 조감독은 안절부절못했다. 강훈은 옆에 서 있는 남자가 누군지를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강훈이 이러는 이유가 하소원에게 잘 보이려고 그런 것이었다. 강훈도 하소원이 왜 듣지도 보지도 못한 꽃집을 못살게 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부탁을 한 일이니, 강훈은 꽃집 따위는 눈에 넣지도 않았다.
강훈의 말에 경아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고 온통 저기압을 뿜고 있었다. 이런 모습에 강훈 역시 그녀가 자신을 얕게 보는 것 같아 화가 났다.
“표정 보게? 왜? 불만인가? 그렇다면 내가 쓴맛을 한번 보여줘야겠네.”
강훈을 말이 끝나자마자 손짓으로 보디가드 4명을 불렀다. 옆에서 지켜보던 준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냉기를 뿜으며 고개를 돌려 경아를 쳐다봤다. 이때 경아는 겁 없이 앞으로 달려가 강하게 비난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여기는 당신들이 맘대로 할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요. 돈을 안 준 것 그쪽인데 여기서 난장판을 피우면 당장 경찰에 신고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