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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도와줄 게

  • 조감독의 말을 들은 경아는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
  • “그건 당신네 문제잖아요. 제가 납품한 장미꽃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잔금 얼른 결제해줘요! 아니면 법원에 가서 신고할 테니. 그렇게 되면 영화를 계속 찍을 수가 없을 거예요!”
  • 조감독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사장님, 제가 안 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제작 투자자가 반만 결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와서요.”
  • 계속 말 없던 준혁이 갑자기 물었다.
  • “제작 투자자가 어느 회사인데요?’
  • “회사는 구름 투자이고 사장님은 강훈이에요.”
  • 준혁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말했다.
  • “그 사람한테 전화해요. 지금 당장 여기로 오라고!”
  • 조감독은 굽신거리며 바로 밖으로 나가면서 전화를 걸었다. 경아는 비록 화가 많이 났지만, 조감독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준혁이가 나서서 도와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 “강 대표님, 도와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이번 일은 저랑 제작진의 일이니 제가 알아서 해결할게요.”
  • 경아의 거절에 준혁은 마음속으로 불쾌했고 표정도 순간 어두워졌다.
  • “그날 아이가 다친 거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거절하지 말고.”
  • 준혁은 청담동에 사는 상류층인 데다가 모든 사람이 사업을 하려고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런 준혁이가 난생처음으로 누군가를 도와주겠다는데 거절을 당하다니 준혁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 한편 경아는 준혁의 말에 그제야 그가 하소원의 약혼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서 있기만 했다.
  • 이때 고급승용차 벤틀리가 꽃집 앞에 섰고 스물일곱 즈음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차에서 내렸다. 남자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띄었고 분홍색 정장에 광이 나는 구두를 신고 걸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돈이 많고 놀기 좋아하는 재벌 집이었다.
  • 그 사람이 바로 강훈이었다. 조감독은 강훈을 보자마자 달려가서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 “강 대표님, 오셨습니까? 저희 아직 이 집 꽃값을 결제하지 못해서 그런데 몇십만 원 밖에 안되니 얼른 결제하는 건 어때요?”
  • 조감독은 간접적으로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는 뉘앙스로 말했다. 경아도 조감독의 말을 이으며 말했다.
  • “강 대표님, 제가 현장으로 보낸 꽃은 모두 신선한 꽃이에요. 그리고 시장가격에서 20%나 할인해줬는데 잔금 결제 부탁드릴게요!”
  • 하지만 강훈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 “당신이 뭔데 돈을 달라 말라 해? 내가 반이라도 결제해주면 감지덕지를 해야지! 감히 나를 이곳으로 불러?”
  • 옆에서 지켜보는 조감독은 안절부절못했다. 강훈은 옆에 서 있는 남자가 누군지를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강훈이 이러는 이유가 하소원에게 잘 보이려고 그런 것이었다. 강훈도 하소원이 왜 듣지도 보지도 못한 꽃집을 못살게 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부탁을 한 일이니, 강훈은 꽃집 따위는 눈에 넣지도 않았다.
  • 강훈의 말에 경아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고 온통 저기압을 뿜고 있었다. 이런 모습에 강훈 역시 그녀가 자신을 얕게 보는 것 같아 화가 났다.
  • “표정 보게? 왜? 불만인가? 그렇다면 내가 쓴맛을 한번 보여줘야겠네.”
  • 강훈을 말이 끝나자마자 손짓으로 보디가드 4명을 불렀다. 옆에서 지켜보던 준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냉기를 뿜으며 고개를 돌려 경아를 쳐다봤다. 이때 경아는 겁 없이 앞으로 달려가 강하게 비난했다.
  •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여기는 당신들이 맘대로 할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요. 돈을 안 준 것 그쪽인데 여기서 난장판을 피우면 당장 경찰에 신고할 거에요!”
  • 경아의 말에 준혁은 재밌는 광경이라도 본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