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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남편이 없는 여자

  • 차가운 눈빛의 남자가 꽃밭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에게는 범접하기 어려운 기품이 있었고, 마치 왕 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위엄이 있는 모습에 사람들은 절로 움츠러들었다!
  • 그러자 강훈의 눈동자가 갑자기 작아졌고, 강훈은 얼굴색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강훈은 급히 앞으로 걸어가 공손하게 말했다.
  • “강……. 강 대표님! 어쩐 일이십니까?”
  • 준혁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힐끗 쳐다봤다.
  • “강훈 대표님은 참 늠름하시네요.”
  • 강훈은 깜짝 놀라 심장이 떨렸다.
  • ‘저 사람은 강 씨 그룹의 대표이자 재계를 꽉 쥐고 있는 재계의 왕이잖아!’
  • ‘그런 사람이 여기 있을 줄이야!’
  • 준혁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강훈이 어떻게 이렇게 거만하게 굴 수 있었겠는가?
  • 그는 얼른 웃으며 말했다.
  •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제가 어떻게 강 대표님 일을 방해하겠습니까. 대표님이 여기 오실 줄 알았다면, 제 목숨이 열 개더라도 제가 이렇게 소란을 피우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건 순전히 오해…….”
  • “아, 오해였군요. 근데 아까 사장님이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 강훈 대표님이 투자하신 제작팀이 사장님께 빚진 돈이 있는 것 같던데요?”
  • 강훈은 바로 굽신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 “네, 맞습니다. 이건 다 오해예요. 제가 돈을 드릴 겁니다.”
  • 그리고 곧바로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 이때 갑자기 준혁이 다짜고짜 한 마디를 덧붙였다.
  • “그리고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서 정신적 피해 보상도 같이하세요.”
  • 강훈이 어찌 그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혔다.
  • “네네네.”
  • 그리고 강훈은 지갑에서 지폐 한 묶음을 꺼내 경아에게 건넸다.
  • “170만 원입니다. 빚진 돈을 빼고 나머지는 피해보상금으로 치죠.”
  • 경아는 돈을 건네받았지만 조금 어리둥절했다.
  • 그녀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준혁을 바라봤다…….
  • 짧게 몇 번 본 것이 전부였지만, 준혁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준혁 앞에서 작아진 강훈의 모습을 보니 그는 생각보다 더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았다.
  • 하지만 호기심은 호기심이고, 그녀는 다른 사람의 신분을 알아보는 데는 흥미가 없었다. 그래서 공손하게 준혁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 준혁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 그는 예전에 이 여자가 자신의 도움을 어떻게 거절했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 “별거 아닙니다.”
  • 그는 뒤돌아서서 경아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 “가게에 꽃들이 예쁘네요. 약으로 쓸 좋은 꽃들이 필요한데, 여기에서 오랫동안 꽃을 공급해줄 수 있습니까?”
  • 경아는 반응이 조금 더뎠다. 이 사람은 아까 자신을 도와줬으니 하소원처럼 몰상식한 사람은 아닐 것 같았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 “물론이에요. 주소 좀 알려주세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전화로 알려주시고요. 그럼 저희가 문 앞까지 배송해드릴게요.”
  • 준혁은 그녀가 더 이상 자신에게 거리를 두지 않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풀렸다. 그리고 목소리도 아까처럼 차갑지 않았다.
  • “네, 이따가 범이가 주소를 알려드릴 겁니다. 제가 방금 고른 꽃들은 나중에 호텔로 보내주세요.”
  • “알겠습니다.”
  • 경아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 바로 이때, 경아 뒤에서 두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 준혁과 경아는 나란히 뒤를 돌아봤고, 언제부터인가 뛰어 내려와 계단 구석에 숨은 두 아이를 발견했다. 이곳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보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 준혁은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 장면은 그다지 교양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보기에 좋은 일이 아니었다…….
  • 그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경아는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 “지민아, 하늬야. 언제 내려온 거야?”
  • 숨이 넘어갈 듯 울던 지민이 경아를 안으며 말했다.
  • “다 저 때문이에요. 제가 조금만 더 컸으면 엄마가 나쁜 사람한테 무시당하지 않았을 텐데!”
  • 하늬도 뒤이어 말했다.
  • “만약에 아빠가 있었으면 엄마랑 우리를 지켜줬을 텐데! 흐아앙……. 보겸 삼촌이 있었으면 좋았을 거예요. 그럼 우리를 무시하지 않았을 거라고요!”
  • 다가와 상황을 살피려던 준혁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살짝 멈췄다. 그리고 주머니에 넣어둔 반지를 꼭 쥐었다.
  • ‘이 여자, 남편이 없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