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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보상

  • 다음날 이른 새벽.
  • 인터넷 연예 기사, SNS 실시간 검색어 순위 모두 하소원이 꽃집을 난장판으로 만든 사건으로 도배되었다.
  • 삽시간에 폭발적인 조회수와 리트윗을 기록하며 하소원은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 한 네티즌이 그 날 꽃집에서 벌어진 참상을 공개했는데, 엉망인 꽃집 안 구석에서 한 여자가 두 어린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이었다.
  • 비록 여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상황인 것만은 분명했다.
  • SNS에는 이에 하소원을 성토하는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 제정호텔 로얄 스위트룸.
  • 준혁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 소식을 들었다.
  • 하소원이 속한 기획사에 강씨그룹도 어느 정도 지분을 가지고 있었으며, 현재 하소원 때문에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 문범이 준혁의 옆에서 보고를 이어갔다.
  • “일이 터졌을 때 꽃집 바깥에도 목격자들이 많아서, 하소원씨와 무관한 걸로 덮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하소원씨는 연락 두절 상태입니다.”
  • 준혁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으로 가만히 듣고 있었다.
  • 실제로 그가 궁금한 건 윤보겸 뿐이었다.
  • 윤보겸 정도 되는 사람이 어째서 평범한 꽃집 사장을 그렇게 싸고 도는 건지.
  • 설마 좋아해서?
  • 글쎄, 그가 봤을 때 윤보겸은 단지 사랑 때문에 그런 일을 벌일 위인은 못 되어 보였다.
  • 더 재미있는 건 윤보겸이 직접 하소원의 일을 언론에 터뜨린 후 송경아를 꽁꽁 감춰뒀다는 점이다. 아무도 찾을 수 없게.
  • 나지막히 중얼거리는 준혁의 눈빛에 이채가 서렸다.
  • “문 비서. 송경아씨한테 전화 걸어봐요.”
  • “네?”
  • 문범은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 그는 내내 준혁이 하소원의 일을 어떻게 처리할 지 기다렸건만, 마침내 들려온 한 마디에 그는 순간 뭐라고 반응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 준혁이 웃으며 말했다.
  • “꽃집에 배상을 해야 할 거 아닙니까?”
  • 문범은 도무지 대표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었다.
  • 그는 결국 휴대폰을 꺼내 송경화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 준혁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다시금 명령했다.
  • “사람 보내서 찾으세요. 우리가 꽃집을 그렇게 만든 건 사실이니까, 어떻게든 그 여자를 찾아내서 배상해야 합니다. 알겠습니까?
  • “네. 대표님.”
  • 문범은 그저 까라면 깔 수 밖에 없는 위치였다.
  • …….
  • 그 시각. 천기투자회사 꼭대기 층 대표 사무실.
  • 윤보겸도 마찬가지로 하소원의 이번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 보고 있었다.
  • 원래대로라면 하소원은 강준혁의 약혼녀이므로, 강준혁이 이번 일에 대해 절대 수수방관할 리 없었다.
  • 그런데 이틀 간 강준혁 쪽에서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그는 자신의 약혼녀를 둘러싼 사건이 온라인을 휩쓸고 있는 걸 그저 조용히 보고만 있었다.
  • 대체 뭐 하자는 거지?
  • 보겸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 잠시 후 그는 일어나 경아가 아이들과 머물고 있는 아파트로 향했다.
  • 꽃집이 그렇게 되고 난 후 경아가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였기에 보겸은 업무를 줄이고 당분간 집에서 경아와 아이들을 돌보기로 한 참이었다.
  • 그날 저녁 두 아이들을 재우고 난 후 경아는 거실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 돌아온 보겸이 그 모습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아직도 꽃집 때문에 마음 쓰고 있어? 꽃집이 그렇게 좋다면 다른 곳에 다시 하나 차리자.”
  • 경아는 미소를 띤 채 보겸에게 말했다.
  • “고마워 선배. 그런데 당분간은 못 열 것 같아. 나 북성으로 돌아가려고.”
  • “북성으로?”
  • 보겸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 “어째서?”
  • 경아가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 “곧 할아버지 생신이거든. 나도 무심하지. 5년이 되도록 아직 한 번도 못 찾아 뵀거든. 아마 많이 걱정하고 계실 텐데. 처음에 한 마디 말도 없이 떠나 와서 속이 말이 아니실 거야. 그래서…….북성에 가서 한 번 뵈려고 해.”
  • 그 말을 들은 보겸은 내심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그랬던 거군.
  • 그는 경아에게 할아버지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고 있었기에 그녀를 막지 않았다.
  • “기왕 찾아 뵙는 김에 같이 가자. 혹시 누가 괴롭힐 수도 있으니 내가 옆에 같이 있어줄게.”
  • “고마워 선배.”
  • 경아는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졌지만 자신과 선배 사이의 선은 명확히 알고 있었다.
  •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 “그런데 선배. 앞으로 이런 말은 그만 하자. 선배 여자친구가 기분 나쁠 거야. 내 눈에는 다 보여. 예슬 씨 좋은 사람이고 선배랑도 잘 어울려.”
  • 보겸은 뭐라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씁쓸한 눈빛을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