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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그녀에게 집이 있단 말인가

  • 이튿날 아침, 강시연이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같은 반 친구가 그녀에게 교감 선생님이 세 번이나 찾았다고 전해줬다.
  • “시연아, 너 뭐 잘못했어?”
  • 모두 강시연이 불량 학생이며 무리 싸움에 빠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들 학교에 온 이후로 싸우는 건 본 적이 없었다. 비록 수업 시간에 잠을 자긴 하지만, 단산 고등학교는 원래 대부도에 있는 모든 학교 중에 제일 꼴통인 학교라 수업 시간에 자는 애들이 부지기수였고 선생님들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 “아니야, 나 다녀올게.”
  • 강시연은 가방을 책상 위에 놓은 뒤 교무실로 향했다.
  • 단산 고등학교, 교무실.
  • “강시연, 너 어떻게 된 거야? 너 소문이 안 좋은 건 내가 모른 척할 수 있는데, 어떻게 사람을 때릴 수가 있니? 너, 네가 때린 사람이 누군지 알아? 진국현 부국장의 아들이야. 지금 그분 아들이 병원에 누워있다는데 너 이제 어떡할래?”
  • 단산 고등학교의 장현수 교장은 그녀를 보자 애당초 학교에 받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 “이미 너희 부모님에게 연락했어. 네가 너무 대단해서 우리 학교에서는 너 받아줄 수가 없을 거 같아. 어디 널 받아줄 만한 학교 있다면 거기로 가.”
  • 처음부터 끝까지 강시연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 얼마 지나지 않아 강시연의 어머니인 양나리가 단산 고등학교에 도착했다.
  • “교장 선생님, 무슨 일인가요? 시연이가 또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 양나리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이유도 묻지 않고 강시연의 잘못이라고 확신했다.
  • “귀한 따님 저희는 못 가르치겠으니 오늘 당장 데리고 가세요! 게다가 저 애가 밉보인 게 보통 사람이 아니라, 진 부국장님이시니까 알아서들 해결하고요. 이렇게 큰 사고를 치다니, 애초에 받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 장 교장은 양나리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곧바로 강시연을 퇴학시켰다.
  • 강시연도 별다른 말 없이 곧바로 등을 돌려 교무실을 나섰다.
  • “교장 선생님, 시연이 아직 어려요.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만약 이 학교에서도 저 애를 받아주지 않으면 이제는 정말 갈 만한 학교가 없어요.”
  • 양나리도 조급해졌다.
  • “시연 어머님, 이 일은 저희도 정말 어쩔 수가 없어요. 차라리 진 부국장님 쪽을 어떻게 설득할지나 생각해 보는 게 어때요?”
  • 양나리는 정말로 방법이 없을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교무실을 나섰다.
  • 바깥에 있는 강시연을 보자 화가 난 양나리는 곧바로 뺨을 때리려고 했다.
  • 그러나 강시연은 그녀의 손을 덥석 잡더니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봤다.
  • “지금 뭐 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되든 뭔 상관이야? 강 씨 가문과는 또 무슨 상관이고? 진작에 날 버렸잖아, 안 그래? 내가 죽든 살든 아무런 상관없잖아.”
  • 일찍이 5년 전에 그들은 이미 선택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강지연을 선택하고 강시연은 버렸다.
  • “강시연, 그게 무슨 말이야? 너처럼 말 안 듣는 애가 어딨어? 그렇게 쪽팔리는 짓을 해놓고 우리가 뭘 어떡하길 바라는 거야? 온 강 씨 가문이 서울에서 얼굴도 못 들게 만들어놓고 지금까지 반성조차 안 하는 거니?”
  • 양나리의 말을 들은 강시연은 정말로 실망했다. 어머니로서 양나리는 단 한 번도 그녀를 믿어준 적 없었다.
  • “그러니까, 이 쪽팔리는 딸은 일찍이 강 씨 가문과 연을 끊었다고. 내가 죽든 살든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까 더는 찾아오지 말고 내 일에도 신경 꺼.”
  • 강시연은 말을 마친 뒤 교실로 가 가방을 챙기고는 밖으로 나갔다.
  • 말을 듣지 않는 강시연을 보자 양나리는 더더욱 실망했다.
  • 하지만 정말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을까? 어찌 되었든 강시연의 몸에 흐르는 것은 그녀의 피였다.
  • 게다가 어르신도 곧 돌아올 텐데 만약 그들이 강시연을 대부도에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르신은 또 어떤 반응이실까?
  • 그도 그럴 것이 어르신이 가장 예뻐하는 사람이 바로 강시연이었다.
  • ……
  • “유 사장, 강시연이 학교에서 퇴학당했대.”
  • 김무열은 유지훈에게 가장 중요한 소식을 알려줬다.
  • “게다가 강시연은 서울 강 씨 가문이 대부도에 버린 작은 딸이래.”
  • “강효준의 동생이라고?”
  • 서울에서 강 씨 가문은 상류층에 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강효준은 알고 있었다.
  • “맞아. 그 강효준의 동생이야. 강시연이 당시에 서울 그쪽 바닥에서 꽤 시끄러웠나 봐. 소문에는 중학교 2학년 때인가, 양아치랑 동거하다가 결국에는 낙태까지 했대!”
  • “소문? 소문도 믿어?”
  • 어떤 양아치이기에 강시연 같은 여자애가 동거도 해주고 중학생일 때 그를 위해 낙태까지 한단 말인가? 그럴 리가 없었다.
  • 김무열은 코를 쓱 문질렀다.
  • “당시에 걔 언니인 강지연이 그렇게 말했대.”
  • “강지연?”
  • 유지훈은 그 이름에 대해 아무런 인상도 없었다.
  • “유 사장, 이건 남의 집 가정사야. 끼어들 셈이야?”
  • “이 강시연, 내가 보기엔 좀 재밌어 보이네. 데리고 있어 보지. 어쩌면 나중에 쓸데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 “유 사장, 아니지? 걔를 유성 재단에 넣겠다고?”
  • 김무열은 완전히 어리둥절했다.
  • “왜? 불만 있어?”
  • 김무열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 “그럴 리가. 내가 감히 무슨 불만을 가지겠어. 네가 뭐라고 하면 뭐인 거지. 네 말이 어명이야.”
  • 김무열은 앞잡이같이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
  • 밤이 될 때까지도 양나리는 해결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심지어 그녀는 진 부국장의 얼굴 조차 보지 못했다.
  • 그리고 강시연의 생사는 무시한 채 이대로 가버리려던 찰나, 강 씨 가문 어르신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강시연은 꼭 데리고 오너라. 만약 이번에 강시연을 데리고 오지 못한다면 너도 돌아오지 말거라.”
  •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강 씨 가문 어르신의 우렁찬 호통이 들려왔다.
  • “아버님, 시연이를 데리고 오라고요? 아버님도 아시잖아요, 5년 전에…”
  • 그리고 그녀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어르신은 통화를 끊어버렸다.
  • 서울에 있는 그 사람들이 그녀의 우스갯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걸 생각하면 양나리는 짜증이 치밀었다. 만약 강시연을 데리고 돌아간다면 또 무슨 소문이 돌지 모른다.
  • 그러나, 그녀는 강효준도 찾아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 “너 미국에 있었던 거 아니었어? 왜 여기에 있어?”
  • “엄마. 나 시연이 데리러 온 거야.”
  • 강효준은 양나리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 “강효준, 너도 서울에 도는 시연이의 소문을 알잖아. 이렇게 데리고 돌아가면 강 씨 가문은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어.”
  • “5년 전의 일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인데? 우리는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다른 사람의 말만 들었잖아. 난 강시연이 강 씨 가문의 얼굴에 먹칠을 할만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당시에 나는 서울에 있으면 강시연의 마음의 상처만 더 커질 것 같아 몇 년 밖에서 지내게 하려던 것뿐이야. 이제는 돌아갈 때도 됐어. 돌아가서 수능도 봐야하고.”
  • 강효준이 이미 결정을 내린 것을 보니 양나리도 비록 딸인 강시연이 너무나도 싫었지만 더는 할 말이 없었다.
  • “그 애가 돌아가지 않으려 할까 봐 걱정이구나. 걔 성격, 넌 아직도 모르겠니? 제멋대로에 고집불통이잖니.”
  • “엄마는 이 일 신경 쓰지 말고 먼저 돌아가. 난 시연이 데리고 돌아갈게.”
  • 더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강효준은 곧바로 강시연을 찾으러 갔다.
  • 강시연은 이곳에서 강효준을 만날 줄은 몰랐다.
  • ‘이곳에는 왜 온 거지?’
  • 다만 강 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 그들은 강지연을 선택하지 않았던가?
  • 강시연이 자신의 곁을 스쳐 지나가려는 것을 본 강효준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 “시연아, 오빠야. 널 집으로 데려가려고 왔어.”
  • 강효준은 다정하게 말했다.
  • 강시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오빠? 집으로 데려가? 그녀가 가장 무력했을 때 그는 곁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