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 강시연이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같은 반 친구가 그녀에게 교감 선생님이 세 번이나 찾았다고 전해줬다.
“시연아, 너 뭐 잘못했어?”
모두 강시연이 불량 학생이며 무리 싸움에 빠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들 학교에 온 이후로 싸우는 건 본 적이 없었다. 비록 수업 시간에 잠을 자긴 하지만, 단산 고등학교는 원래 대부도에 있는 모든 학교 중에 제일 꼴통인 학교라 수업 시간에 자는 애들이 부지기수였고 선생님들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야, 나 다녀올게.”
강시연은 가방을 책상 위에 놓은 뒤 교무실로 향했다.
단산 고등학교, 교무실.
“강시연, 너 어떻게 된 거야? 너 소문이 안 좋은 건 내가 모른 척할 수 있는데, 어떻게 사람을 때릴 수가 있니? 너, 네가 때린 사람이 누군지 알아? 진국현 부국장의 아들이야. 지금 그분 아들이 병원에 누워있다는데 너 이제 어떡할래?”
단산 고등학교의 장현수 교장은 그녀를 보자 애당초 학교에 받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이미 너희 부모님에게 연락했어. 네가 너무 대단해서 우리 학교에서는 너 받아줄 수가 없을 거 같아. 어디 널 받아줄 만한 학교 있다면 거기로 가.”
처음부터 끝까지 강시연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시연의 어머니인 양나리가 단산 고등학교에 도착했다.
“교장 선생님, 무슨 일인가요? 시연이가 또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양나리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이유도 묻지 않고 강시연의 잘못이라고 확신했다.
“귀한 따님 저희는 못 가르치겠으니 오늘 당장 데리고 가세요! 게다가 저 애가 밉보인 게 보통 사람이 아니라, 진 부국장님이시니까 알아서들 해결하고요. 이렇게 큰 사고를 치다니, 애초에 받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장 교장은 양나리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곧바로 강시연을 퇴학시켰다.
강시연도 별다른 말 없이 곧바로 등을 돌려 교무실을 나섰다.
“교장 선생님, 시연이 아직 어려요.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만약 이 학교에서도 저 애를 받아주지 않으면 이제는 정말 갈 만한 학교가 없어요.”
양나리도 조급해졌다.
“시연 어머님, 이 일은 저희도 정말 어쩔 수가 없어요. 차라리 진 부국장님 쪽을 어떻게 설득할지나 생각해 보는 게 어때요?”
양나리는 정말로 방법이 없을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교무실을 나섰다.
바깥에 있는 강시연을 보자 화가 난 양나리는 곧바로 뺨을 때리려고 했다.
그러나 강시연은 그녀의 손을 덥석 잡더니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봤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되든 뭔 상관이야? 강 씨 가문과는 또 무슨 상관이고? 진작에 날 버렸잖아, 안 그래? 내가 죽든 살든 아무런 상관없잖아.”
일찍이 5년 전에 그들은 이미 선택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강지연을 선택하고 강시연은 버렸다.
“강시연, 그게 무슨 말이야? 너처럼 말 안 듣는 애가 어딨어? 그렇게 쪽팔리는 짓을 해놓고 우리가 뭘 어떡하길 바라는 거야? 온 강 씨 가문이 서울에서 얼굴도 못 들게 만들어놓고 지금까지 반성조차 안 하는 거니?”
양나리의 말을 들은 강시연은 정말로 실망했다. 어머니로서 양나리는 단 한 번도 그녀를 믿어준 적 없었다.
“그러니까, 이 쪽팔리는 딸은 일찍이 강 씨 가문과 연을 끊었다고. 내가 죽든 살든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까 더는 찾아오지 말고 내 일에도 신경 꺼.”
강시연은 말을 마친 뒤 교실로 가 가방을 챙기고는 밖으로 나갔다.
말을 듣지 않는 강시연을 보자 양나리는 더더욱 실망했다.
하지만 정말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을까? 어찌 되었든 강시연의 몸에 흐르는 것은 그녀의 피였다.
게다가 어르신도 곧 돌아올 텐데 만약 그들이 강시연을 대부도에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르신은 또 어떤 반응이실까?
그도 그럴 것이 어르신이 가장 예뻐하는 사람이 바로 강시연이었다.
……
“유 사장, 강시연이 학교에서 퇴학당했대.”
김무열은 유지훈에게 가장 중요한 소식을 알려줬다.
“게다가 강시연은 서울 강 씨 가문이 대부도에 버린 작은 딸이래.”
“강효준의 동생이라고?”
서울에서 강 씨 가문은 상류층에 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강효준은 알고 있었다.
“맞아. 그 강효준의 동생이야. 강시연이 당시에 서울 그쪽 바닥에서 꽤 시끄러웠나 봐. 소문에는 중학교 2학년 때인가, 양아치랑 동거하다가 결국에는 낙태까지 했대!”
“소문? 소문도 믿어?”
어떤 양아치이기에 강시연 같은 여자애가 동거도 해주고 중학생일 때 그를 위해 낙태까지 한단 말인가? 그럴 리가 없었다.
김무열은 코를 쓱 문질렀다.
“당시에 걔 언니인 강지연이 그렇게 말했대.”
“강지연?”
유지훈은 그 이름에 대해 아무런 인상도 없었다.
“유 사장, 이건 남의 집 가정사야. 끼어들 셈이야?”
“이 강시연, 내가 보기엔 좀 재밌어 보이네. 데리고 있어 보지. 어쩌면 나중에 쓸데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유 사장, 아니지? 걔를 유성 재단에 넣겠다고?”
김무열은 완전히 어리둥절했다.
“왜? 불만 있어?”
김무열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내가 감히 무슨 불만을 가지겠어. 네가 뭐라고 하면 뭐인 거지. 네 말이 어명이야.”
김무열은 앞잡이같이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
밤이 될 때까지도 양나리는 해결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심지어 그녀는 진 부국장의 얼굴 조차 보지 못했다.
그리고 강시연의 생사는 무시한 채 이대로 가버리려던 찰나, 강 씨 가문 어르신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강시연은 꼭 데리고 오너라. 만약 이번에 강시연을 데리고 오지 못한다면 너도 돌아오지 말거라.”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강 씨 가문 어르신의 우렁찬 호통이 들려왔다.
“아버님, 시연이를 데리고 오라고요? 아버님도 아시잖아요, 5년 전에…”
그리고 그녀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어르신은 통화를 끊어버렸다.
서울에 있는 그 사람들이 그녀의 우스갯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걸 생각하면 양나리는 짜증이 치밀었다. 만약 강시연을 데리고 돌아간다면 또 무슨 소문이 돌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강효준도 찾아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너 미국에 있었던 거 아니었어? 왜 여기에 있어?”
“엄마. 나 시연이 데리러 온 거야.”
강효준은 양나리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강효준, 너도 서울에 도는 시연이의 소문을 알잖아. 이렇게 데리고 돌아가면 강 씨 가문은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어.”
“5년 전의 일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인데? 우리는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다른 사람의 말만 들었잖아. 난 강시연이 강 씨 가문의 얼굴에 먹칠을 할만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당시에 나는 서울에 있으면 강시연의 마음의 상처만 더 커질 것 같아 몇 년 밖에서 지내게 하려던 것뿐이야. 이제는 돌아갈 때도 됐어. 돌아가서 수능도 봐야하고.”
강효준이 이미 결정을 내린 것을 보니 양나리도 비록 딸인 강시연이 너무나도 싫었지만 더는 할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