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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돈 많아

우리 엄마 돈 많아

솔빛글

Last update: 2023-11-11

제1화 사생아

  • “처음이야?”
  • 갈라져 있는 남자의 목소리는 뜨거웠다.
  • 서강예는 몽롱한 의식 속에서 남자의 뜨거운 피부에 손이 닿았다. 거친 남자의 숨소리에 그녀도 덩달아 몸이 달아올랐다.
  • “승준 씨, 당신이야?”
  • “글쎄?!”
  • 남자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차가웠다.
  • 서강예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남자는 허리에 힘을 주었다.
  • 찢어지는 느낌이 온몸에 퍼지며 서강예의 이마에 식은땀이 가득 맺혔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 남자가 입술로 그녀의 신음을 모두 삼켰다.
  • 그의 행동이 점차 부드러워지자 서강예는 하얘진 머릿속으로 남자의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잠시 뒤, 결국 그녀는 버티지 못하고 기절하고 말았다.
  • 이튿날 아침.
  • 서강예는 천천히 눈을 떴다. 욱신거리는 온몸의 통증에 그녀는 어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금방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침대에는 그녀밖에 없었다.
  • 하지만 기분이 좋은 서강예는 입가에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어젯밤 약혼식날, 그녀는 자신을 이승준에게 주었다.
  •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에게!
  • 쾅!
  • 문이 열리더니 이승준이 들어왔다. 정장을 입은 그는 늘 그렇듯 멋지고 매혹적이었다. 서강예가 달콤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 “승준 씨, 어디 갔었어?”
  •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승준의 뒤에서 그의 동생 이인혜가 나타났다. 그녀는 이씨 가문의 수양딸이었다.
  • “서강예, 어젯밤 제비 어땠어? 끝내줬지?”
  • 경멸 어린 비아냥에 서강예의 기쁜 마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 “그게 무슨 말이야?”
  • 순간 그녀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 이인혜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이승준의 팔을 잡고 입을 열었다.
  • “어제 승준 오빠는 나랑 같이 있었어. 너랑 밤을 보낸 남자는 우리가 열심히 고른 제비야. 수많은 여자들에게 스폰받는 그런 인간이지. 안하무인에 도도하던 네가 제비에서 첫날밤을 빼앗긴 기분이 어때?”
  • 서강예의 눈이 점점 커졌다. 그녀는 침대시트를 꽉 움켜쥔 채, 둘을 노려보며 물었다.
  •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 서강예의 고통스러운 목소리에 이승준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는 다가와서 서강예의 목을 움켜쥐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 “내가 한 짓이 네 아버지가 우리 부모님한테 한 짓의 반에도 미치지 못해. 네 아버지만 아니었다면 우리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것 같아? 우리 가족 모두 네 아버지 때문에 죽었어. 그런데 내가 널 사랑할 것 같아? 너와 손 잡는 것마저 징그럽고 끔찍했다고!”
  •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그녀의 마음을 찔렀다. 서강예는 힘껏 머리를 저었다.
  • “그럴 리 없어. 아빠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주셨는데? 그런데 어떻게 아빠가 너희 가족을 해쳤다는 거야?”
  • 이승준이 일그러진 얼굴로 웃음을 터뜨렸다.
  • “네 아빠가 잘해줬다고? 나랑 널 이어주려고 강요하지 않았다면 인혜가 유산하지 않았을 거야. 내 첫 아이라고!”
  • 서강예는 눈물이 글썽한 채, 쓴웃음을 지었다.
  • ‘아이? 이인혜의 애가 이승준 애였다고? 이 두 연놈들 예전부터 붙어먹었구나.’
  • 그녀만 바보같이 이승준을 믿었고 아버지에게 이승준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얘기했다.
  • 이승준은 정장을 정리하고 혐오스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 “쇼킹한 뉴스 말해줄까? 네 아빠 어제저녁에 죽었어. 서씨 그룹은 내가 인수했지. 네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걸 보려고 어젯밤 널 네 아빠랑 같이 보내주지 않은 거야!”
  • 서강예의 눈은 핏줄이 가득했다. 그녀는 악을 쓰며 뛰어와 이승준의 따귀를 때리고 울며 소리를 질렀다.
  • “넌 인간도 아니야! 짐승만도 못한 자식!”
  • 따귀를 맞은 이승준은 화를 내며 서강예의 뺨을 때렸다. 서강예의 얼굴은 대뜸 빨갛게 부었다.
  • 이승준이 냉소하며 말했다.
  • “이봐, 이 여자를 당장 정신병원에 처넣고 평생 나오지 못하게 해.”
  • 정신병원에서 하염없이 세월을 보내던 서강예는 수다를 떨던 간호사들에게서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서씨 가문이 망했고 그녀의 노출 사진이 유출되었다는 것이었다.
  •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손가락질했다. 좋은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랑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아버지가 화병이 나서 죽었다고 소문이 났다.
  • 이승준은 모든 잘못을 그녀에게 돌렸다.
  • “불이야! 불이야!”
  • 갑자기 밖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 곧 짙은 연기가 방 전체에 들어왔다.
  • “이승준, 이인혜, 너희 둘 모두 곱게 죽지 못할 거야!”
  • 서강예는 불길 속에서 한 서린 눈빛으로 울부짖었다.
  • 5년 뒤, 해성시 공항 입구.
  • 서강예는 선글라스를 낀 채, 긴 웨이브 머리를 내리뜨리고 있었다. 깔끔한 흰색 셔츠에 늘씬한 다리를 감싼 청바지, 예쁜 얼굴로 완벽한 몸매비율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끔흘끔 시선을 던져왔다.
  • 그녀는 정장 차림의 어린아이의 손을 잡은 채, 통화를 하고 있었다.
  • “이연, 회사와 이씨 그룹의 모든 비즈니스를 중단해. 이씨 그룹에서 사람이 와도 상대하지 말고.”
  • 여자가 냉소를 하며 말했다.
  •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 서강예는 전화를 끊은 뒤,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아들, 엄마가 요즘 수천억을 들여서 회사를 샀으니까 돈 좀 아껴 써야 해. 다음달까지 버티자면 말이야!”
  • 발그레한 얼굴에 정장을 입고 있는 아이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입을 열었다.
  • “엄마야말로 돈 아껴야지. 차고에 스포츠카가 넘쳐나니 더 이상은 쓸데없는 데 돈 쓰지 마.”
  • 서강예는 기가 막힌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 ‘내가 돈 좀 쓰는 게 뭐 어때서? 스포츠카가 얼마나 멋진데 사가는 사람이 없으면 얼마나 불쌍하겠어? 돈 쓰는 것까지 아들 눈치를 봐야 한다니. 참 창피하네.’
  • 서강예는 입을 삐죽거리고 아이의 손을 이끌고서 그들을 기다리는 검은색 카이엔으로 걸어갔다.
  • 그들은 차에 오를 때, 뒤의 차에서 불빛이 반짝이는 걸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 뒤의 빨간색 차 안에서 강천이 휴대폰의 사진을 확대해서 보고는 입을 떡 벌렸다.
  • 그는 사진을 전송한 뒤, 빠른 속도로 타자했다.
  • [대박! 너 내가 방금 뭘 봤는지 알아?]
  • [네 아들을 봤어!]
  • [완전 너 미니버전이야. 너 어렸을 때랑 판박이더라고. 아니라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지겠어!]
  • 문자를 받은 남자는 사무실 소파에 앉아 싸늘한 시선으로 사진을 바라보았다. 사진은 화질이 좋지 않아 흐릿했지만 사진 속의 아이가 어렸을 때의 자신과 닮아 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다.
  • 그는 미간을 더욱 깊게 찌푸렸다.
  • 비서인 왕민은 옆에 서서 차재운의 어두운 표정을 보며 속으로 벌벌 떨었다.
  • ‘대표님이 왜 이러시지?’
  • 차재운은 미간을 찌푸린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왕 비서, 이 차주의 정보를 모두 알아봐. 주소까지도.”
  • 말을 마친 남자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사무실을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