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다음 화
사이코X사이코

사이코X사이코

공유미

Last update: 2023-12-27

제1화 찰떡이네

  • 노해시, 한 유명 전시센터에서 성대한 결혼식이 열렸다.
  • 이 결혼식에 초대된 하객들은 죄다 상류사회의 재벌가 그리고 명문 귀족들이었다.
  • 때마침 결혼식의 하이라이트였다.
  • 단아한 오프숄더 웨딩드레스를 입고 손에 꽃다발을 든 신부는 연회장 밖에서부터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화이트 장미로 꾸며진 길을 따라 한 걸음씩 무대를 향해 걷고 있었다.
  • 무대에서 신부를 반겨야 할 신랑은 정작 자리를 비웠고 무대 위엔 어정쩡하게 서있는 신부, 그리고 호들갑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회자 둘뿐이었다.
  • 하객들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이 상황에 태연자약했다.
  • 사회자는 열정적으로 결혼식 축사를 했다.
  • “따사로운 봄볕이 온화한 물결 위로 스미는 계절, 신랑 임준 씨와 신부 하시연 씨는 부부가 되었습니다! 두 분이야말로 하늘이 맺어주신 인연이자 선남선녀….”
  • 사회자의 얘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한 가닥 바람이 불어왔다.
  • 신부 하시연 머리 위의 면사포는 바람에 흩날리면서 국내에서 최고로 꼽히는 메이크업 선생님도 커버하지 못했던 흉악하고 또 눈이 감길 정도로 부어있는 얼굴을 드러냈다.
  • 하객들은 하시연의 얼굴에 시선을 모았고 그 얼굴에 너무 놀라 다들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 그중 한 사람은 심지어 참지 못하고 경악했다.
  • “너…. 너무 징그럽잖아!”
  • 누군가 시작을 떼고 나니 주위 다른 하객들도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 “임준 도련님, 얼굴 다 망가진 데다가 산송장이잖아…. 쯧쯧. 이런 여자랑 결혼할 만도 하지.”
  • “하 씨 가문도 참 대단하다. 아무리 임 씨 가문한테 잘 보이고 싶었어도 그렇지, 어떻게 딸을!”
  • “하, 그러게나 말이야. 그래도 산송장이니까 저 여자가 그 집안에 시집갈 수 있지, 아니면 누가 저런 여자를 아내로 받아들이겠어?”
  • “맞아. 그리고 시골에서 올라온 지도 얼마 안 됐다던데?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대!”
  • ….
  • 점점 들어줄 수가 없었다.
  • 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하시연은 그 악담들을 들을 수 있었다.
  • 그녀는 말없이 면사포를 내렸다.
  • 사회자는 또다시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니 그런 말들을 시작했다.
  • 그 말에 하객들은 아까보다 더 크게 웃으며 수군거렸다.
  • 드디어….
  • 사회자의 축사가 끝났고 하시연은 웨딩드레스를 들고 홀로 무대에서 걸어내려왔다. 그녀는 좌석에 앉아 뭐라도 좀 먹으려고 했다.
  • 자리에 앉지도 못했는데 웬 아주머니가 나타나 그녀의 길을 막았다.
  • “어르신께서 임 씨 가문으로 모시라고 지시하셨습니다. 도련님 옆에 있어주면서 친해지시라고요.”
  • 하시연은 흠칫했다.
  • 얼굴이 다 망가진 산송장이랑 친해지라고?
  • 공포영화 찍으라는 거야?
  • 하시연이 말을 안 하자 아주머니의 눈빛은 급 차가워졌다.
  • “기사님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 그러고는 옆에 서있던 경호원들에게 명령했다.
  • “사모님 임 씨 저택으로 모셔!”
  • 하시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본인 결혼식 피로연 음식도 맛보지 못하게 되었다.
  • 하시연은 얌전하게 답했다.
  • “알겠어요.”
  • 상상 그 이상으로 달콤하고 유유하면서도 포근한 목소리에 아주머니는 넋을 놓고 말았다.
  • 아주머니가 정신을 차렸을 때, 하시연은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그 경호원들을 따라 연회장 밖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 아주머니는 하시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 “사람이 저렇게 못생길 수도 있는 거야? 뭐, 그래도 지금의 도련님과는 찰떡이네!”
  • 사고로 산송장이 되어버린 후, 임준 도련님은 임 씨 가문에서 버려진 쓰레기 취급을 받았다.
  • 괴물같이 생긴 여자와의 결혼으로부터도 임 씨 가문의 태도를 보아낼 수 있었다.
  • 두 사람은 정말이지, 하늘이 맺은 인연이 따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