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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키스

  • 하시연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화장실에서 걸어 나왔다.
  • 전문 간병인은 임준의 몸을 닦아주고 그에게 마사지를 해주고 있었다.
  • 그때….
  • 한 도우미가 서빙 카트를 밀고 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 서빙 카트에는 식물인간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유동식들로 가득했다.
  • 유동식들은 죄다 정교로운 도자기 그릇으로 담겼고 도자기 그릇 위의 덮개는 반쯤 열려있었다. 그 사이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 향기로운 냄새에 하시연은 흠칫하더니 한참 동안 유동식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 그녀는 서빙 카트 쪽으로 걸어가서 그 유동식들을 탐냈다.
  • “이거 냄새 너무 좋은데요? 저도 이거 먹을래요!”
  • 서빙 카트를 밀고 들어온 도우미는 서빙 카트의 손잡이를 꼭 쥐었다.
  • “사모님, 이건 특별히 도련님을 위해 준비된 유동식입니다. 사모님 아침은 따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 하시연은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 “나 이거 먹으면 안 돼요?”
  • “이건 도련님을 위해 준비한 거예요!”
  • 도우미는 손 집사를 바라보며 도움을 청했다.
  • 손 집사는 바로 엄숙해졌다.
  • “하시연 씨께서 드시고 싶으시다면, 주방에 도련님과 똑같은 걸로 다시 준비하라고 얘기하겠습니다.”
  • 말뜻은 분명했다. 이건 도련님 거니까, 꿈도 꾸지 말라고.
  • 하시연은 조금 실망했다.
  • 뒤돌아 자리를 뜨려던 때, 그녀는 갑자기 휘청거리더니 서빙 카트를 향해 몸을 던졌다.
  • 서빙 카트는 하시연의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버렸다. 카트 위에 있던 그릇들은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고 안에 담긴 음식들은 바닥에 쏟아져 엉망이었다.
  • 모든 건 너무 갑작스럽게 들이닥쳤다.
  • 손 집사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간신히 화를 참으며 엉망이 된 현장을 수습하라고 지시했다.
  • 정리가 끝나고 나서야 손 집사는 금방 바닥에서 일어난 하시연을 쳐다보았다.
  • 손 집사는 지금 하시연을 굉장히 거슬려 하고 있다.
  • “하시연 씨, 이제부터 조심해 주시는 게 좋겠어요! 걸음 똑바로 걸으시고요!”
  • 하시연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 “조심할게요.”
  • 그러고는 희망 가득한 눈빛으로 손 집사를 바라보았다.
  • “아침 식사, 다시 준비해야 되는 거죠? 저도 똑같은 걸로 준비해 주시면 안 될까요?”
  • 손 집사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 하시연은 속없는 웃음을 지었다.
  • “손 집사님 정말 좋은 분이세요~”
  • ….
  • 손 집사와 그 일행이 떠난 후, 하시연은 침대 가까이로 걸어갔다.
  • 그녀는 뾰로통한 얼굴로 파편 때문에 상처가 난 손을 흔들며 그에게 보여주었다.
  • “이거 봐봐, 다 너 때문이야. 내 손 다쳤잖아!”
  • 손을 흔들었던 탓으로 또다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 하시연은 냉큼 침대 머리 한편에 있던 티슈를 꺼내 상처를 꾹 눌렀다. 그녀는 달콤한 목소리로 억울함을 얘기했다.
  • “이거 어떡하냐고! 내 손, 흉 지면 어떡해!”
  • 불평을 늘어놓은 후,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임준의 그 잘생긴 얼굴에 넋을 놓고 말았다.
  • 긴 속눈썹, 오똑한 코, 얇고 부드러워 보이는 입술…. 신의 걸작이다.
  •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 하시연은 임준을 보면 볼수록 욕심이 났다. 그녀는 임준을 관상용으로 자기 집에 두고 싶었다.
  • 우울할 때, 이 사람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아질 테니까.
  • 그녀는 참지 못하고 가까이 다가가 임준의 볼을 콕 찔렀다.
  • “너 진짜 귀염둥이다~”
  • 바로 그때, 방문은 또다시 누군가에 의해 열렸다.
  •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하시연은 갑자기 팔에 힘이 풀리더니 임준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은 정확하게 임준의 입술에 부딪혔다.
  • 하시연은 순간 몸이 굳었다.
  • 기침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냉큼 몸을 일으켜 문어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어두운 얼굴로 그녀를 째려보고 있는 손 집사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 굉장히 익숙한 눈빛이었다.
  • 손 집사는 아까도 이런 눈빛으로 그녀를 봤었다. 변태 보는 눈빛으로….
  • “….”
  • 설명할 수 있다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