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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파편

  • 변태 보듯한 손 집사의 눈빛에 하시연은 너무 민망해서 울고만 싶었다.
  • 손 집사는 여전히 엄숙한 얼굴로 화를 억눌렀다.
  • “하시연 씨, 옷 준비되었습니다!”
  • 하시연은 그제서야 손 집사 뒤에서 옷을 들고 서있던 도우미들을 보았다.
  • 그 사람들도 아까 그 장면을 본 게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이 그녀를 보는 눈빛 역시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복잡했다. 굳이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악취 나는 쓰레기를 보는 표정이라고나 할까?
  • 손 집사의 지시로, 도우미들은 옷들을 옷장에 걸어놓았다.
  • 도우미들이 떠난 후, 손 집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불만을 터뜨렸다.
  • “임 씨 가문에서 하시연 씨를 도련님의 액막이 신부로 들이고 도련님과 한 방 쓰라고 강요하니까, 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거든요! 그래도 말씀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저희 도련님은 여자와의 스킨십을 혐오하십니다. 그러니까 지나친 행위는 삼가주세요!”
  • 하시연은 무의식적으로 되물었다.
  • “그렇게 몸을 아껴요?”
  • 손 집사는 버럭 했다.
  • “사고 전까지만 해도, 저희 도련님 몸에 손댈 수 있는 여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들 그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거든요. 하시연 씨 같이 자중하지 않으신 분은, 더 말할 것도 없겠죠?”
  • 하시연은 뜨끔했다. 자중하지 않는 분이라는 말에 그녀는 두통이 심해졌다.
  • 손 집사는 계속해서 심한 말로 그녀를 다그쳤다.
  • “저 도련님 집사입니다. 하시연 씨가 이곳 생활이 불편해지게 만드는 것도 저한텐 아주 쉬운 일이거든요. 여사님한테 이르셔도 돼요, 아무 소용 없겠지만!”
  • 하시연은 손 집사가 그녀에게 불만이 많다는 것, 그리고 액막이 신부라는 신분도 인정해 주지 않을 걸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 굳이 해명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그녀는 그저 손 집사의 협박에 머리를 숙였다.
  • “아까는 정말 사고였어요. 이제부터 무조건 거리 둘게요. 제가 장담합니다.”
  • 손 집사는 매서운 눈빛으로 끔찍할 정도로 못생긴 하시연을 노려보고 있었다.
  • “지금 이 장담, 절대 잊지 마시길 바랄게요! 지켜보겠습니다!”
  • 모진 말과 함께 손 집사는 방을 떠났다.
  • 하시연은 그제서야 마음을 놓고 침대 위에 누워있는 임준을 바라보았다.
  • “손 집사 너무 무서워….”
  • 그녀는 침울한 얼굴로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 “그거 나 첫 키스였는데.”
  • 하시연은 도우미가 가져온 원피스로 갈아입고는 아침 먹으러 내려갔다.
  • 식당으로 내려와보니,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듣기 거북한 말들이 그녀를 괴롭히려고 했다.
  • “와, 저 얼굴 실화냐? 정말 토 나와!”
  • “성형 좀 하지. 다른 사람 눈 버리게 하지 말고!”
  • “저 얼굴은 성형해도 노답이야!”
  • “야야, 돼지랑 비교하지도 마. 너 지금 돼지 모욕하는 거다?”
  • ….
  • 하지만 하시연은 그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녀는 못 들은 것처럼 태연자약하게 식당으로 걸어들어갔다.
  • 식탁 위엔 몇 가지 유동식이 있었다. 임준과 똑같은 아침이었다.
  • 하시연은 고기죽을 들고 후루룩 마시더니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 “음, 맛있다!”
  • 그러고는 옆에 서있던 도우미에게 말했다.
  • “앞으로 계속 도련님과 똑같은 걸로 식사 준비해 주세요. 마음에 들어요.”
  • 도우미는 괴상한 눈빛으로 하시연을 쳐다보며 속으로 욕했다.
  • 돼지네, 돼지. 어떻게 유동식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취향도 참 징글징글하다.
  • 하지만 하시연에겐 “사모님”이라는 신분이 있으니까 도우미는 차마 그 생각들을 입 밖에 내지 못하고 그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네.”
  • 하시연은 도우미의 태도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아침식사를 즐겼다.
  • 그녀는 몰랐지만, 누군가 은밀하고 구석진 곳에서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 하시연이 식사를 끝내고 식당을 떠나고 나서야 그 사람은 주방으로 걸어갔다.
  • 조금 전, 방 안에서 깨진 도자기 그릇은 주방 쓰레기통에 버려져있었다.
  • 그때, 그 사람은 조용히 걸어와 쓰레기통안에 있던 도자기 그릇 파편을 한 조각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