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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날, 구해줄까?

  • 하시연은 경호원들과 함께 럭셔리한 차 한대 앞으로 도착했다.
  • 임준 도련님이 가문에서의 지위는 바닥났지만 임 씨 가문이 체면을 잃어서는 안 되니까 이 결혼식에 관한 모든 건 최상급으로 준비되었다.
  • 하시연이 막 차에 타려던 때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
  • “시연아! 잠깐!”
  • 뒤돌아보니 한 중년 남자가 빠른 속도로 뛰어오고 있었다.
  • 그 중년 남자는 바로 그녀가 다시 만난지 얼마 안 된 아버지 하홍빈이었다.
  • 하홍빈은 하시연에게 다가가 신신당부했다.
  • “여긴 인터넷도 안 되는 시골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야. 네가 모르는 것도 많을 테고. 그러니까 임 씨 가문에 가면, 말 적게 해.”
  • 그 말에 하시연은 저도 모르게 바짝 긴장되었다. 그녀는 달콤한 목소리로 두려움과 공포를 얘기했다.
  • “아버지, 저 너무 무서워요! 이 결혼 안 하면 안 돼요?”
  • 하홍빈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 “시연아, 다 이 아비 잘못이다! 아버지가 무능해서, 널 지키지 못했어. 널 이렇게 임 씨 가문에 보내는 거, 나도 마음이 안 좋다!”
  • 그러고는 바로 굳게 맹세했다.
  • “걱정하지 마. 회사가 이번 고비만 넘기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널 임 씨 가문에서 꺼내줄게.”
  • 하시연은 기쁜 나머지 면사포를 들고 말했다.
  • “진짜요?”
  • 하시연의 끔찍한 얼굴에 하홍빈은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
  •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바로 답했다.
  • “나 네 아버지야, 내가 왜 너한테 거짓말을 하겠어? 그리고, 너도 너무 겁먹지 마. 어차피 임준 도련님은 식물인간이야. 식물인간이 너한테 무슨 짓을 할 리가 없잖아?”
  • 하시연은 불안함에 손가락으로 웨딩드레스를 잡고 꼼지락거리며 눈물을 흘렸다.
  • “아까 저기서 누가 그러는데, 임준 도련님 사고 후로 얼굴이 망가졌다고…. 지금 완전히 엉망이라고….”
  • 하홍빈은 뜨끔하더니 바로 말을 돌렸다.
  • “임 씨 가문, 노해시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재벌가잖아. 다들 그 집안에 시집가고 싶어서 안달이고, 그거 다 너 질투해서 하는 얘기야!”
  • 끔찍한 하시연의 얼굴은 또다시 하홍빈의 시선을 강탈했고 그는 연신 재촉했다.
  • “얼른 면사포 내려!”
  • 하시연은 어쩔 수 없이 면사포를 다시 내렸다.
  • 하홍빈은 하시연을 차 안까지 부축했다.
  • “임 씨 가문으로 가. 내가 나중에 너 찾으러 갈 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려!”
  • 그 말을 하고 하홍빈은 기사더러 출발하라고 했다.
  • 차는 천천히 전시센터를 떠났다.
  • 하시연은 아직 얼굴에 남아있는 눈물을 슬며시 닦아내며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 “날, 구해줄까?”
  • ….
  • 기사는 임 씨 저택 안으로 차를 운전했다.
  • 한참 후, 차는 양옥 앞에 세워졌다.
  • 양옥 입구 쪽에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 앞장서있는 사람은 한 아주머니였다. 여사님이 가장 굳게 믿는 사람이었다.
  • 하시연은 그 아주머니를 따라 양옥 3층 제일 동쪽 편의 방에 도착했다.
  • 금방 방안에 들어서고 방안의 환경조차 제대로 살피지 못했는데 누군가 밖에서 문을 잠갔다.
  • 문밖으로는 남자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 “뭐 하는 거예요!”
  • 이어 아주머니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오늘 도련님 신혼 첫날밤이잖아요. 그래서 여사님께서 저더러 지키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쪽한테도 전달하라고 하셨어요. 저 여자, 도련님 목숨을 구하기 위한 부적이니까 앞으로 쭉 도련님과 한 방 써야 한다고요.”
  • 그 말을 들은 하시연은 심장이 벌렁댔다.
  • 식물인간이랑 계속 같이 있으라고?
  • 하시연은 문밖으로 들려오는 말소리를 외면하고 창가 쪽의 큰 침대에 시선을 돌렸다.
  • 침대 위엔 한 남자가 누워있었다.
  • 산송장 남편이 바로 이 사람이겠네!
  • 하시연은 문어귀에 서있었고 침대와 거리가 좀 있다 보니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 한참 후, 그녀는 면사포를 올리면서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 침대까지 세 걸음 정도 남았을 때 그녀는 침대 위 그 남자의 용모를 제대로 보게 되었다.
  • 마음을 단단히 먹었지만 하시연은 그래도 깜짝 놀랐다.
  • 임 씨 가문의 도련님께서 사고로 얼굴이 엉망이 되었다고, 지옥에서 기여 나온 악귀 뺨칠 정도로 흉악하다 그러지 않았던가?
  • 그럼 기가 막힐 정도로 잘생긴 이 남자는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