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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여보, 나 밥 좀 먹여줘!

  • “도련님, 모씨 가문의 아가씨들이 오셨습니다.”
  • 전강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또 모여정 자매에게 시선을 돌리지도 않았다.
  • 보디가드는 가만히 서서 전강현의 대답을 기다렸다.
  • 모여정은 곁눈질로 모여희가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아니, 자세히 보니 그녀의 두 다리가 떨리고 있었다.
  • ‘모여희가 전강현을 무서워하는 줄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무서워하는 줄은 미처 몰랐네. 모여희가 뭔가 나쁜 짓을 해서 전강현을 이토록 무서워하는 게 아닐까?’
  • 모여정은 휠체어에 앉아 있음에도 완벽한 외모를 뽐내고 있는 남자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 ‘모여희는 분명 전강현을 꼬시려고 침대에 기어든 적이 있을 거야. 그런데 전강현이 발로 뻥 차버린 거지.’
  • 그런 화면을 상상하고 있는데 화가 나기는커녕 웃음만 나왔다.
  •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 “정말 사과를 하러 온 게 맞아?”
  • 전강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보디가드가 바로 대답했다.
  • “큰아가씨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 전강현은 고개를 돌리고 모여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키득키득 웃고 있던 모여정은 웃다가 그대로 전강현에게 걸리고 말았다. 순간 모여정의 웃음이 그대로 굳고 말았다.
  • 그의 눈빛은 어둡고 깊고 날카로웠다. 그의 눈빛과 마주한 모여정은 당황하고 민망했다.
  • 이상함을 감지한 모여희는 전강현의 시선을 따라 모여정을 바라보았다. 모여정이 웃다가 경직한 얼굴로 서 있는 것을 보고 모여희는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머리가 얼얼했다.
  • 모여정과 함께 사과하러 어렵게 온 자리인데 전강현이 그들을 밖에 세워두고 들어오라는 말을 하지 않아 당황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정자에 들어오자마자 모여정이 몰래 웃다 걸리는 사고를 칠 줄이야.
  • 전강현이 죽일 듯이 모여정을 노려보지 않았다면 모여희가 나서서 모여정에게 따귀를 때렸을 것이다.
  • 전강현의 시선이 아직 붕대를 감고 있는 모여정의 오른손에 닿았다. 그녀는 집으로 간 뒤, 붕대를 간 적이 없는 것 같았다.
  • “사과하러 왔으면서 성의가 없군. 돌아가라 그래.”
  • 전강현은 시선을 거두고 보디가드에게 지시했다.
  • “네, 도련님.”
  • 모여희가 급히 입을 열었다.
  • “대표님, 저희는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러 온 것입니다. 여정이가 어렸을 때부터 시골에서 자라 철도 없고 눈치도 부족해 대표님께 밉보였습니다. 얘가 처음으로 실수를 한 점을 감안해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 전강현은 모여희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싸늘하게 말했다.
  • “이봐, 이 일은 당신과 상관이 없으니까 쓸데없이 끼어들지 말고 빠져!”
  • 모여희의 안색이 단번에 새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주먹을 꼭 쥔 채, 가만히 있었다.
  • 그녀는 모안그룹의 임원이기에 모여정보다 전강현의 평소 행실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다.
  • 전강현은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 그는 또 모여정을 돌아보았다.
  • 모여정은 발걸음을 옮겼지만 밖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정자로 들어왔다.
  • 그녀의 행동에 보디가드들과 모여희는 깜짝 놀랐다.
  • “여정아!”
  • 모여희가 낮은 목소리로 모여정을 불렀다.
  • “너 얼른 나와!”
  • 모여정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전강현의 맞은편에 가서 앉았다. 그녀는 테이블에 차려진 음식을 보며 속으로 전씨 가문의 요리사 솜씨가 일품이라고 생각했다.
  • ‘때깔이나 냄새만 봐도 최고급 호텔 음식 못지않네.’
  • “대표님, 전 진심으로 사과하러 온 거예요.”
  • 모여정은 말을 하면서도 테이블 위의 음식에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 그도 그럴 것이 배가 너무나 고팠던 것이다.
  • ‘단식을 하는 게 이렇게 힘든 거구나. 지난 생에는 귀신에게 홀렸나 봐. 며칠이나 굶으면서 강천호와 결혼하겠다고 난리를 쳤으니 말이야.’
  • 모여정의 행동을 본 전강현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물었다.
  • “배고파?”
  • 모여정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 ‘그래, 그래, 나 지금 배고프다고. 여보, 나 밥 좀 먹여줘!’
  • “먹고 싶어?”
  • 모여정은 또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러다 고개를 들고 전강현을 바라보았다. 전강현의 잘생긴 얼굴을 본 순간, 그녀는 침을 꼴깍 삼켰다.
  • ‘하반신불수라 밤일을 할 수 없다지만 이렇게 잘생긴 얼굴과 평생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나쁘지 않은데?’
  • 그녀의 눈빛에 전강현은 얼굴이 어두워졌다.
  • ‘지금 이 음식이 먹고 싶다는 거야? 아니면 날 먹고 싶다는 거야?’
  • “여정아, 너 나와.”
  • 모여희가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전강현의 화가 자신에게까지 불똥이 튈까 무서웠던 것이다.
  • 전강현은 눈을 부릅뜬 채, 모여정을 바라보다가 싸늘하게 말했다.
  • “저 큰아가씨라는 사람을 내쫓아. 시끄러워 죽겠네!”
  • 모여희: “…”
  • 다음 순간, 두 명의 보디가드가 걸어와 모여희를 번쩍 들고 밖으로 나갔다.
  • “대표님, 대표님, 저, 저는…”
  • 모여희가 점점 멀리 끌려가면서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 모여정은 모여희의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목을 움츠렸다.
  • ‘이 남자 진짜 말이 안 통하는 남자네. 인정사정없잖아.’
  • 하지만 전강현이 자신에게 한 것들을 떠올리자 모여정은 전강현이 그녀에게는 인정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그녀를 개 끌고 가듯이 끌고 가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 “왜? 무서워?”
  • 전강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음을 흘렸다.
  • “저기… 대표님, 지난번 제 행위로 자존심이 상했다면 죄송합니다. 너무 죄송하여 오늘 전 밥도 먹지 않고 사과하러 찾아왔어요. 부디 너그럽게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 “이번에 용서해 주면 다음에 또 그러게?”
  • 전강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모여정의 붕대 감은 팔을 힐끗 보았다.
  • “아니, 아니요, 다음에는 안 그럴 거예요. 팔목 긋는 게 얼마나 아프다고요.”
  • “허!”
  • 전강현이 피식 웃었다.
  • ‘아프다고? 아픈 걸 아는 사람이 나한테 찾아와 팔목을 긋고 난리를 친 거야? 여태까지 살면서 내 앞에서 이렇게 제멋대로 군 여자는 모여정이 처음이야!’
  • “대표님, 맹세할게요. 절대 다시는 그런 멍청한 짓을 하지 않을 거예요. 지금은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앞으로 열심히 살 거예요.”
  •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 죽었다 다시 태어나 보니 살아 있는 게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때, 주방에 고추기름을 가지러 갔던 보디가드가 돌아왔다. 그는 정자에 들어와 두 손으로 고추기름을 바쳤다.
  • “도련님, 가장 매운 고추기름으로 가져왔습니다.”
  • 전강현은 고추기름을 받지 않고 보디가드에게 지시했다.
  • “고추기름을 이 음식들에 부어.”
  • “네.”
  • 보디가드는 바로 그대로 했다.
  • 이를 본 모여정은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 ‘나 매운 거 안 먹는다고! 여보!’
  •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못한 채, 보디가드가 고추기름을 음식에 붓는 걸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매캐한 매운내가 코를 찌르자 그녀는 연속 재채기했다.
  • “앞접시와 수저를 가져와서 사모님도 식사를 하게 해.”
  • 전강현의 지시에 모여정은 눈을 흘겼다.
  • ‘일부러 그런 거잖아! 그런데 내가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줄은 어떻게 알았지?’
  • 그녀는 접어서 테이블 위에 올려둔 서류를 보았다.
  • ‘내 자료인가? 설마 날 조사했나?’
  • “아까 왜 웃었어?”
  • 전강현이 불쑥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