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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표정이 확 바뀌다

  • 모여정의 달콤한 미소에 전강현은 눈빛이 흔들렸고 강천호도 그녀를 돌아보았다.
  • 강천호는 모여정이 전강현의 앞에서 이렇게 해맑게 인사할 줄 몰랐던 것이다.
  • 그녀는 전강현과의 결혼을 거절하느라 전강현에게 찾아가 자살시도까지 한 적 있었다. 그렇다면 전강현을 무서워해야 하지 않은가?
  • “흥!”
  • 전강현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 “그러게, 어떻게 여기서 만나지?”
  • ‘감히 나 몰래 다른 남자에게 옷을 사줘? 날 죽은 사람취급하는 거야 뭐야?’
  • “이 셔츠야? 이리 줘 봐.”
  • 전강현이 손을 내밀자 모여정은 바로 셔츠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 전강현은 셔츠를 받아 들고 보는 척하더니 다시 모여정에게 던졌다.
  • “셔츠가 영 별로야. 재질도 별로고. 하지만…”
  • 그는 말끝을 흐리며 강천호를 힐끗 보고는 말을 이었다.
  • “강천호 씨에게는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 그는 절대 이런 옷을 입지 않았다. 그의 옷은 모두 고급 디자이너가 직접 그를 위해 디자인하고 최고급의 옷감으로 만든 옷이었다.
  • 매장 사장이 안색이 바뀌며 다급히 말했다.
  • “전 대표님, 저희 브랜드는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옷 재질도 아주 훌륭합니다.”
  • 서울에서 전강현이 끼치는 영향은 아주 어마어마했다. 만약 전강현이 이 브랜드의 옷을 디스했다면 앞으로 그의 브랜드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 “내가 별로라면 별로인 거야. 나는 절대 이런 브랜드의 옷을 안 사 입을 거거든.”
  • 전강현이 차갑게 사장의 말을 반박했다.
  • 그러자 사장은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리며 이윽고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 “대표님, 이 셔츠 강천호 씨에게 선물할 게 아니에요. 강천호 씨는 저와 가까운 사이도 아닌데 제가 왜 이분께 선물하겠어요? 이건 대표님께 드리려던 것인데 대표님이 이 브랜드를 싫어하시니 그럼 말죠 뭐. 제가 보기엔 이 브랜드 옷 괜찮은 것 같은데요.”
  • 겨우 기회를 잡은 모여정이 말했다.
  •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경악한 얼굴로 모여정을 바라보았다.
  • 전강현도 모여정이 자신에게 줄 옷을 고르고 있었다는 말에 놀란 눈치였다.
  •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바로 태연한 얼굴로 모여정의 손에서 옷을 빼앗고는 다시 살펴보는 척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 “입고 나가도 너무 창피한 건 아니겠네.”
  • 모여정이 물었다.
  • “대표님, 그럼 사요? 말아요?”
  • 전강현은 옷을 그녀에게 돌려주며 휠체어를 밀고 나갔다.
  • “그건 당신이 알아서 해.”
  • 보디가드는 재빨리 그의 뒤에 가서 휠체어를 밀었다.
  • 사장은 전강현이 멀리 갈 때까지 배웅하다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 “전 대표님, 살펴 가세요.”
  • 모여정은 입을 삐죽거렸다.
  • ‘옷가게에서도 왕처럼 잘난 척하긴. 그래서 이 셔츠가 마음에 든다는 거야? 안 든다는 거야? 그런데 입고 나가도 창피하지 않을 거라는 말은 입을 만하다는 말인가?’
  • 결국 모여정은 이 셔츠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 ‘전 대표가 싫다고 그러면 오빠에게 보내주지 뭐.’
  • 모여정이 말하는 오빠는 양부모의 장자였다.
  • 강천호는 전강현이 간 뒤, 모여정을 복잡한 눈빛으로 돌아보았다.
  • 모여정은 그를 상대하기도 싫어서 계산을 마친 뒤, 옷을 들고 나왔다.
  • “여정 씨.”
  • 강천호가 그녀를 따라왔다.
  • “여정 씨, 왜 전 대표에게 옷을 사주는 거지?”
  • 그는 모여정이 자신에게 줄 옷을 고르는 줄로 알았던 것이다.
  • 모여정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대꾸했다.
  • “그게 강천호 씨와 무슨 상관이지?”
  • 강천호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 그는 이런 모여정이 너무 낯설었다. 예전의 모여정은 그를 보기만 해도 두 눈을 반짝거리며 그의 옆을 맴돌기 바빴다.
  • 이때, 기 비서가 모여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 그녀는 주차를 마치고 가로수길에 들어섰다고 했다. 모여정은 기 비서더러 고희패션 입구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 기 비서와의 통화를 마친 뒤에도 모여정은 강천호가 자신을 따라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싸늘하게 물었다.
  • “왜 계속 따라와?”
  • 강천호가 말했다.
  • “… 여정 씨, 오늘 여정 씨 좀 이상해. 내가 최근에 보러 가지 않았다고 화난 거야?”
  • 모여정은 속으로 코웃음을 흘렸다.
  • ‘내가 지금 당장 널 목 졸라 죽이지 못하는 게 한스러운데 지난 생처럼 너에게 잘해주기를 바라는 거야? 꿈 깨!’
  • “내가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평소랑 똑같은데? 강천호 씨, 나 바쁘니까 이만 갈게. 자꾸 따라오면 스토킹으로 신고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
  • 강천호는 멍하니 그녀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그녀는 정말 변했다.
  • ‘왜지? 여희는 그가 전씨 가문의 사람들에 의해 집에 돌아온 뒤로 이상해졌다고 했는데 혹시 전씨 가문에서 무슨 일 있었던 건가?’
  • “여정 씨, 우리 집에서 좋은 날짜 받았어. 그 날이 되면 부모님이랑 함께 여정 씨 집에 가서 결혼 얘기 꺼낼 테니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내 신부가 될 준비를 해.”
  • 강천호는 결혼얘기로 모여정을 떠보았다.
  • 모여정은 피식 웃고 전강현에게 되물었다.
  • “강천호 씨, 내가 언제 그쪽 청혼을 받아들인 적 있어? 아니, 언제 나한테 프러포즈 한 적 있어? 여희가 강천호 씨에게 내가 생각이 바뀌었다는 말을 하지 않았나?”
  • ‘강천호를 사랑하는 모여희가 분명 말했을 텐데.’
  • “여정 씨.”
  • 강천호가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 “대체 그날 전씨 가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내가 전씨 가문에 간 건 어떻게 알았지? 모여희가 뭐든 다 말해줬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는 척은. 연기하는 게 힘들지 않아? 강천호 씨, 그쪽은 힘들지 않을지 몰라도 나는 힘들거든. 더는 둘의 연기에 장단을 맞추기도 귀찮아.”
  • 말을 마친 모여정은 홱 돌아섰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강천호에게 경고했다.
  • “날 따라오지 마. 안 그러면 정말 가만있지 않을 거야.”
  • 강천호는 그녀가 떠나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한참 뒤에야 그는 고개를 돌려 떠났다.
  • ‘모여정이 왜 갑자기 변했는지 반드시 알아낼 거야. 누가 모여정의 앞에서 나에 대해 말했는지 봐야겠어. 모여정이 날 스토킹으로 신고한다는 소리를 하다니!’
  • 고희패션은 서울에 여러 곳 있었는데 그중 본점이 런지 가로수길의 것이었다.
  • 모여정이 고희패션에 도착했을 때, 기 비서가 미리 도착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를 본 기 비서가 원망을 늘어놓았다.
  • “아가씨,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제가 한참이나 기다렸잖아요. 시간관념 좀 챙기는 게 어때요? 이렇게 시간을 끈다면 부 대표님 앞에서 얼마나 혼나는지 알아요?”
  • “기 비서, 기다리기 싫으며 기다리지 말지 그랬어요? 우리가 시간을 약속한 것도 아닌데 왜 내가 시간관념이 없다는 거예요?”
  • 기 비서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모여정은 그녀더러 고희패션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을 뿐, 구체적으로 몇 시에 오라는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 기 비서의 옆을 지날 때, 모여정이 싸늘하게 말했다.
  • “기 비서, 여희의 비서인 거 아닌데 여희가 기 비서를 내 쇼핑도우미로 보냈으면 이 시간만큼은 내가 주인이 아니야? 내가 몇 분 기다리게 했더라도 그게 기 비서가 화낼만큼 큰 일이야?”
  • 기 비서는 속으로 코웃음이 나왔지만 겉으로 공손하게 사과했다.
  • “아가씨, 죄송합니다, 방금 전에는 제가 말실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