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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모여정이 맞다

  • 모여희: “…”
  • “모여희, 부모님이 나더러 널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지만 너도 내 언니가 아닌 걸 알잖아? 내 앞에서 언니대접을 받으려 하지 마.”
  • 모여정은 허리를 숙이고 모여희의 턱을 한 손가락으로 추켜올렸다. 그리고 지난 생의 원수를 빤히 쳐다보았다.
  • 모여희의 얼굴은 참 아름다웠다.
  • ‘그래서 강천호가 그렇게 사랑한 거구나.’
  • 모여희는 모여정의 손을 탁 치고 소파의 팔걸이를 잡은 채로 일어나 앉았다.
  • “모여정, 너 자꾸 이러면 이따 아빠가 돌아왔을 때 네가 나한테 한 말 들 다 아빠한테 이를 거야. 내가 널 훈계할 자격이 없다고 했는데 아빠는 있지?”
  • 모경서는 모안그룹의 이익을 아주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
  • 모여정이 자꾸 전강현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을 안다면 그는 절대 모여정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 모여정은 미간을 찌푸리고 비꼬았다.
  • “넌 고자질할 줄밖에 모르지. 전씨 가문에서 혼사얘기를 하러 사람을 보냈을 때, 네가 아빠를 부추겨서 나한테 결정을 맡기기로 한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 환생하기 전에 그녀는 일편단심 강천호만 좋아했다. 그런데 그녀가 어찌 전강현을 선택했을 리 있겠는가?
  • 모여희는 일부러 그녀가 전강현을 거절하게 판을 짠 것이다.
  •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며 아빠는 너에게 묻지도 않고 널 전씨 가문에 시집보냈을 거야. 그렇게 하면 넌 평생 독수공방하며 지냈을 거야. 다 널 위해서 한 일인데 내 마음을 알아주기는커녕 날 때려? 은혜도 모르는 년 같으니.”
  • 모여정이 말하기도 전에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 그러더니 모경서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 “여희야, 무슨 일이야?”
  • 모경서는 모여희가 회사 일도 내팽개치고 집으로 간 것을 알고 집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따라왔던 것이다.
  • “여희야, 너 얼굴이 왜 이래? 누가 이랬어?”
  • 모경서는 모여희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
  • “여희야, 누가 널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거야? 아빠에게 말해. 아빠가 가서 혼내줄게. 미친놈 아니야? 감히 이 모경서의 딸도 때린다는 거야?”
  • 모여희가 다급히 말했다.
  • “아빠, 아니에요. 넘어져서 다친 거예요.”
  • “너 아빠가 바보로 보여? 손자국이 이렇게 선명한 것을 보니 맞은 게 분명하구먼.”
  • 모경서는 안쓰러운 얼굴로 모여희의 붉게 부운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 “어느 개자식이 한 짓이야!”
  • 현관에 서 있던 기 비서는 끼어들고 싶었지만 모여희의 눈빛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 모여정은 모여희가 부모님 앞에서 착한 언니인 척 쇼하는 게 너무나 꼴보기 싫었다.
  • “아빠, 제가 바로 그 개자식이에요.”
  • 모경서는 고개를 돌리고 경악한 얼굴로 모여정을 바라보았다.
  • “여정아, 네가 여희 얼굴을 이렇게 한 거야?”
  • 모경서는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모여정을 집으로 데려온 뒤, 그녀는 항상 말 잘 듣는 착한 딸이었다. 뭐든 지나칠 정도로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그녀는 절대 누구를 때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 “제가 때린 거 맞아요.”
  • 모여정이 태연하게 인정했다.
  • “아빠, 여정이랑 말다툼을 좀 했는데 여정이가 홧김에 제 따귀를 살짝 치고 발로 걷어찬 게 다예요.”
  • 모여희는 대수롭지 않은 얼굴을 하면서 미주알고주알 다 일러바쳤다.
  • 모경서의 안색이 대뜸 흐려졌다.
  • “여정아, 이규가 어떻든 사람을 때린 건 잘못한 거야. 당장 언니에게 사과해! 정말 너에게 실망스럽구나!”
  • “아빠, 저 사과할 수 있는데 언니도 저한테 사과해야 해요. 언니가 막말을 하지 않았다면 저도 언니를 때리지 않았을 거예요.”
  • 모여정은 예전부터 모여희의 따귀를 때리고 싶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 “여희는 네 언니야. 언니가 말 몇 마디 했다고 해서 사람을 때리면 안 되지. 네 양부모는 너를 어떻게 가르쳤기에 네가 이렇게 큰 거니?”
  • 모경서는 본능적으로 모여희의 편을 들었다. 모여희는 그가 정성을 다해 키운 후계자였기에 그는 항상 모여희를 아끼고 믿었다. 갑자기 친딸이라고 나타난 모여정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애틋한 딸이었다.
  • 모여정은 서운한 얼굴로 모경서를 바라보았다.
  • 지난 생에 둘은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지만 모경서는 무조건적으로 모여희의 편을 들지도 않았다.
  • 하지만 이번 생에 그녀가 가족을 잘 지켜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아빠라는 사람이 편애가 심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내 환생으로 사람의 성격도 달라지는 건가?’
  • “아빠, 저는 다 여희 잘되라고 몇 마디 한 거예요. 얘가 자꾸 전 대표님에게 무례를 범하기에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서 한소리했어요.”
  • 모여희는 모여정을 혼낸 이유를 말했다.
  • 모여희의 말을 들은 모경서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모여정에게 따귀를 날렸다.
  • 철썩!
  • 모여정은 뺨을 맞았다.
  • 맞은 쪽의 뺨이 눈에 띄게 부어올랐다.
  • 그녀의 입가에는 피가 찔끔 나왔다.
  • 모경서가 얼마나 힘주어 때렸는지 알 수 있었다.
  • “지난번에 네가 팔목을 그으며 자살 소동을 벌였을 때 여희를 함께 보내 사과하게 했지. 전씨 가문에서 어렵게 그냥 넘어갔는데 네가 또 전 대표에게 무례를 범해? 전 대표가 보살인 줄 알아? 널 자꾸만 용서해 주게? 여희가 널 위해서 한소리한 걸 가지고 사람을 때려?”
  • 모경서는 전강현의 딱딱한 표정만 떠오르면 심장이 두근거렸다.
  • 모여정이 전강현에게 용서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전강현 자체에 하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 결혼도 물 건너 갔는데 모여정이 자꾸만 전강현에게 미움을 산다면 모안그룹에도 큰 피해가 갈 것이다.
  • “아빠, 저 전 대표님께 무례를 범하지 않았어요!”
  • 모여정은 입가의 핏기를 닦고 싸늘하게 말했다.
  • “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전 정말 전 대표님께 무례를 범하지 않았어요.”
  • “그런데 왜 전 대표가 나타났을 때 피하지 않았어?”
  • 모경서가 어두운 얼굴로 모여정을 손가락질하며 꾸짖었다.
  • “그분이 널 싫어하는데 넌 왜 자꾸 그분 앞에서 알짱거려? 모여정, 너 왜 그렇게 멍청해? 뭐든 좀 생각이라는 걸 하면서 살면 안돼? 너 모안그룹이 망했으면 좋겠어?”
  • “아빠, 여정이에게 뭐라고 하지 마세요. 여정이는 어렸을 때부터 시골에서 자라 아직 세상 물정을 몰라요.”
  • 모여희는 모경서의 손을 잡으며 애원하듯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은 모여정을 깎아내리고 있는 말이었다.
  • “모여희, 가식적으로 굴지 좀 마. 시골에서 자란 게 뭐? 그게 부끄러운 일이야?”
  • 철썩!
  • 모경서는 또 모여정의 다른 한쪽 뺨을 때렸다. 그러자 모여정의 양쪽 볼이 모두 벌겋게 부어올랐다.
  • “아주 말썽이군. 여희야, 가서 회초리 좀 가져와. 내가 친딸을 직접 가르쳐야겠어!”
  • 모씨 가문의 가법은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는 것이었다. 그 아픔은 겪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 “아빠!”
  • “얼른 가!”
  • 모여희는 못 이기는 척 회초리를 가져와서 건네주며 말했다.
  • “아빠, 여정이가 철이 없어서 그래요. 말로 잘 가르치면 될 거지, 이러지 말아요. 26살이나 된 애를 회초리로 때렸다면 얼마나 망신이에요.”
  • 모경서는 회초리를 빼앗아 들고 모여정의 종아리를 때리려고 했다.
  • “대표님, 대표님, 오셨어요, 오셨어요…”
  • 한 고용인이 헐레벌떡 뛰어오며 말했다.
  • 모여희는 속으로 기분이 나빴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 “누가 왔는데요?”
  • 고용인은 현관을 가리키며 더듬거리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 “저… 전 대표님…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