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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치고받는 자매

  • 모여정은 고희패션에서 나온 뒤, 또 다른 가게에 가서 부모님께 드릴 새 옷을 산 뒤에 집으로 돌아갔다.
  • 집에 도착해 보니 모여희의 차가 노천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게 보였다.
  • 고용인이 걸어왔다.
  • 모여정이 차에서 내리자 고용인이 그녀의 손에서 봉투를 받아 들었다.
  • “엄마 집에 없어요?”
  • “사모님은 친구들 만나러 나가셨어요. 식사 밖에서 하시고 들어온대요.”
  • 모여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집으로 들어가며 물었다.
  • “언니는요?”
  • 지금은 근무시간이기에 모여희는 회사에 있어야 했다.
  • 모여희는 회사일에 진심이기에 야근하는 경우도 잦았다. 그래서 모경서는 그녀를 아주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모여정은 부모님이 모여희를 후계자로 키운 것을 알고 있었다. 그만큼 모여희는 아주 뛰어났다.
  • 모여정이 환생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훌륭한 모여희가 그렇게 지독한 마음을 품고 있는 줄 몰랐을 것이다.
  • 지난 생에 부모님이 갑자기 세상을 뜬 후, 회사일을 맡을 능력이 없는 모여정 대신 모여희가 모안그룹을 맡았다.
  • 모여희는 부모님이 예전에 그녀를 후계자로 세운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했다.
  • 모여정은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강씨 가문으로 시집간 뒤, 그녀는 강씨 가문의 규칙이라는 이유로 집에만 틀어박혀 지낸지라 모여희의 말이 사실인지 조사할 능력이 없었다. 강천호의 허락이 없이는 외부와 연락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 지난 생의 일들이 떠오르자 모여정은 모여희와 강천호가 증오스러웠고 순진하고 무능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 ‘내게 조금만 더 힘이 있었다면 딸아이랑 같이 죽는 일은 없었을 텐데.’
  • “잘 모르겠어요. 큰아가씨가 집에 오셨을 때 표정이 좋지 않아서 저희도 물어보지 못했어요.”
  • 고용인이 대답했다.
  • 모여정이 모씨 가문의 친딸이라고는 하나 고용인들은 그래도 모여희를 가장 무서워했다. 모여희는 친절한 겉모습과 달리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었다.
  • 모여정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 기 비서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모여정의 뒤를 따랐다.
  • 소파에 앉아 있던 모여희는 모여정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모여정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걸어가 소파에 앉았다.
  • “왜 여기 있어?”
  • “여정아.”
  • 모여희는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의 표정을 보니 화를 억지로 참고 있는 듯했다.
  • 모여정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방금 전의 한기가 사라진 뒤였다.
  • “고희패션에 옷 사러 갔었어?”
  • 모여정은 고용인의 손에서 봉투를 받아 들고 고용인에게 고맙다고 눈웃음 지었다. 모여희의 말을 들은 그녀는 모여희를 바라보며 물었다.
  • “그럼 안 돼?”
  • “전 대표를 만났어?”
  • 모여희는 모여정의 말을 듣지 못한 사람처럼 자기 할 말만 했다.
  • “너 이미 전 대표에게 미움을 샀잖아. 우리 모씨 그룹이 너 때문에 망했으면 좋겠어? 전 대표가 널 싫어하는 거 몰라? 멀리 도망치지는 못할망정 왜 그렇게 앞에서 알짱거려? 죽고 싶으면 모씨 가문까지 끌어들이지 말고 너 혼자 죽든가!”
  • 기 비서의 고자질 전화를 받고 모여정이 전강현에게 또 미움을 샀다는 것과 고희패션의 사람들에게 밉보였다는 것을 알게 된 모여희는 화가 나 죽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하던 일도 내팽개치고 집으로 와서 모여정을 혼내려고 하는 것이다.
  • “지난번에 나랑 같이 전씨 저택에 사과하러 갔을 때도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혼나고 왔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야? 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전 대표는 네가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그 사람에게 잘못 보인 사람은 앞으로 사는 게 힘들어진다고!”
  • 모여희는 모여정 때문에 전씨 가문의 보디가드들에게 개처럼 끌려 전씨 저택을 나온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 소문이 안 났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힘들게 쌓아올린 이미지가 아주 망가졌을 것이다.
  • 상업계 거물이 넘쳐나는 서울에서 모여희는 자신의 지위가 높다고 할 수 없지만 모안그룹에서만큼은 그녀는 많은 사람들에게 떠받들리는 공주였다. 다들 그녀가 모안그룹의 후계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 그녀는 이런 모멸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 이 모든 것이 모여정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 모여정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 “내가 먼저 고희패션에 간 건데 전강현이 갑자기 나타난 거야. 그런데 어떻게 내가 그의 앞에서 알짱거린다고 말할 수 있어?”
  • “전 대표가 널 싫어하는 걸 모르겠어? 점장이 나가라고 하면 나갈 것이지 왜 버티고 있었어? 아무리 시골에서 자랐다고 하지만 서울에 온 지 일 년도 넘었는데 그렇게 상황 파악이 안 돼? 너 바보야?”
  • “모여희!”
  • 모여정은 화가 나서 쇼핑백을 모여희에게 던졌다. 물론, 쇼핑백에 맞았다고 아프지는 않았다.
  •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날 훈계해? 나와 전강현의 사이는 내 일이지, 네 일이 아니야. 나 때문에 삶이 힘들어지는 게 싫으면 이 집에서 나가!”
  • 모여희는 모여정이 갑자기 그녀에게 화를 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쇼핑백에 맞은 그녀는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 “모여희, 난 네 언니야. 그런데 이렇게 나한테 물건을 던지고 내쫓으라는 거야! 네가 부모님 친딸이면 날 내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넌 그럴 자격 없어!”
  • “내가 전강현과 우연히 만난 거로 나에게 욕을 퍼부어? 그런데 내가 왜 너에게 언니대접 해줘야 해? 내가 바보야? 욕을 먹고도 너에게 알랑거리게? 모여희, 넌 네가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 모여정은 모여희 때문에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 모여희를 내쫓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그녀는 모여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되찾은 뒤에 승리자의 자세로 내쫓을 생각이었다.
  • 모여정의 반격에 모여희는 더더욱 화가 났다. 예전에 모여정은 그녀에게 잘 보이기에 바빴던 것이다. 모여정은 부모님 곁에서 25년이나 산 그녀가 모씨 그룹에서 자리를 단단히 잡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 하지만 모여정은 전씨 가문에 갔다가 돌아온 뒤로 전혀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 않고 그녀를 존중하지도 않았다.
  • 그녀는 좋은 마음에 일부러 죽을 끓여 모여정에게 주었지만 모여정은 먹지도 않고 그녀가 아끼는 꽃나무를 잘라버렸다.
  • 테이블 위에 아직 마시지 않은 우유를 본 모여희는 김이 나는 우유잔을 들고 모여정에게 뿌렸다.
  • 모여정은 피했지만 우유를 뒤집어쓰고 말았다.
  • 옷에 묻은 우유 자국을 본 모여정은 화가 나 모여희에게 따귀를 날렸다.
  • 짝!
  • 따귀가 모여희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 얼굴이 화끈거리게 아픈 것을 느낀 모여희는 믿을 수 없는 눈길로 모여정을 바라보았다.
  • 집에 들어오지 않고 현관에 서 있던 기 비서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 그녀는 평소 대단하던 모여희가 시골뜨기 모여정에게 맞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 “모여정, 감히 날 때려!”
  • 모여희는 비명을 꽥 지르고 모여정에게 따귀를 날리려고 했다. 하지만 모여정이 쏙 피하자 그녀는 더더욱 화가 나 미친 사람처럼 모여정에게 덮쳤다. 그러나 모여정의 발길에 차여 소파에 넘어지고 말았다.
  • 모여정은 모여희를 걷어찬 다리를 움직이며 말했다.
  • “오랫동안 몸을 풀지 않았더니 힘이 좀 빠진 것 같은데.”
  • 모여희: “…”
  • ‘촌뜨기 같으니 감히 내 배를 걷어차? 아이고, 아파 죽겠네!’
  • 모여정은 다리를 내리고 모여희를 보며 비아냥거렸다.
  • “나 시골에서 학원을 운영한 거 알지? 강사들이 바쁠 때 원장인 내가 태권도나 격투기를 직접 가르쳤거든. 그것 말고도 다른 것도 다 할 줄 알지. 그것도 아주 잘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