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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새로 탄생한 부부

  • 전강현은 보디가드가 미는 휠체어에 앉아 말없이 앞서가는 그 여자를 쳐다보았다. 그 여자는 그의 합법적인 아내가 되었다.
  • 그녀는 원하는 것을 훔쳐낸 도둑처럼 히죽히죽 웃으며 걸었다.
  • “모여정.”
  • 전강현은 그녀를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 그의 목소리를 들은 모여정은 뒤돌아보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 “여보, 왜요?”
  • 여보라는 말이 듣기 싫었던 전강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 “여보라고 부르지 마.”
  • “대표님.”
  • 눈치가 빠른 모여정은 바로 대표님이라고 바꿔서 불렀다.
  • “와 봐.”
  • 모여정은 그의 앞으로 걸어와서 명령을 기다리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 “뒤돌아서서 쪼그리고 앉아.”
  • 전강현이 왜 이런 요구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모여정은 그의 명령대로 뒤돌아서서 웅크리고 앉았다.
  • “대표님, 업어달라는 거예요? 올라오세요. 저 힘 세요. 업을 수 있을 거…”
  • 모영정의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목에 강한 통증이 전해지면서 눈앞이 깜깜해졌다. 어둠이 그녀를 삼켰다.
  • 전강현은 차가운 얼굴로 땅에 쓰러진 새 부인을 쳐다보았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 “모씨 가문에 데려다줘, 치료 다 마치고 와서 책임지라 해.”
  • 그러고 그는 휠체어에 탄 채 모여정을 스쳐 지나갔다. 지나가는 김에 전강현은 허리를 굽혀 그녀가 떨어뜨린 혼인신고서를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 보디가드들은 전강현의 행동에 당황했지만, 감히 이유를 물을 수 없었다. 보드가드 중 한 명이 묵묵히 쓰러져있는 모여정을 차에 싣고 그녀의 집으로 떠났다.
  • 모여정이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는 목덜미가 뻐근했고 배가 고팠다.
  • “여정아, 여정아.”
  • 익숙하고 따뜻한 반면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 그 소리에 정신이 든 그녀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선에는 관리 잘된 엄마 장혜민의 얼굴이 보였다.
  • “여정아, 괜찮아? 어지러워? 배고파? 팔목은 안 아파? 놀랐잖아. 널 데려온 지 얼마도 되지 않았는데, 못 해준 것도 많은데. 너에게 일이라도 생기면 엄마는 어떡하니?”
  • 장혜민은 모여정의 손을 잡고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 전씨 가문의 보디가드는 쓰러진 모여정을 데려오면서 그녀가 전씨 가문에 시집가기 싫어서 전강현을 찾아와 자살 시도를 했다고 했다.
  • 장혜민은 보디가드의 말에 놀라 얼른 모여정을 부축했다. 그러고 그녀는 손을 모여정의 코에 가져갔다. 그녀의 숨결이 느껴지자, 장혜민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 전씨 가문 보디가드는 잘 치료하고 나서 찾아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 모여정: “…엄마, 저 아직 살아있는 거죠?”
  • 장혜민은 눈물을 훔치며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더니 안쓰러운 표정으로 다친 손을 들어 올렸다.
  • “바보 같은 계집애야. 결혼하기 싫으면 엄마 아빠와 말하면 되잖아. 전씨 가문의 미움을 사더라도 이 결혼 반대했을 거야. 너 이건… 별일 없었기 다행이지.”
  • 모여정은 힘들게 눈을 깜빡이며 아직도 통증이 남아있는 목을 만졌다. 전강현이 그녀를 쓰러지게 한 것이다. 자기 신부를 기절시키는 건 아마 전강현이 유일할 것이다.
  • “엄마.”
  • 그녀는 쉰 목소리로 장혜민을 불렀다.
  • 전강현과 결혼한 걸 떠나 모여정은 드디어 환생한 기쁨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다.
  • 그녀는 일어나서 장혜민을 끌어안으며 흥분한 말투로 말했다.
  •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
  • 전생에서 그녀는 모씨 가문에 돌아와 3년, 결혼하고 1년 만에 모여정의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돌아갔다. 전생에 그녀는 친부모랑 고작 4년밖에 함께 하지 못했다.
  • 짧은 기간이었지만 부모님 두 분은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해 주었다.
  • 가끔 모여희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심지어 모여희는 부모로부터 받은 25년간의 사랑이 모여정에 준 1년의 사랑보다 적다고 느끼기까지 했다.
  • “여정아.”
  • 장혜민은 모여정의 이런 다정한 동작이 어색했다. 장혜민과 모여정은 모녀라고 하지만 아이가 바뀐 채로 25년을 살았다. 그동안 장혜민이 딸로 키운 건 모여희였다.
  • 모여정이 돌아왔지만, 모녀관계가 어색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모여희와의 관계처럼 자연스럽지 못하고 말이다.
  • 장혜민도 친딸의 애교를 보고 싶었지만, 모여정은 그녀와 함께 크지 않았고 함께 살기 시작할 때는 25살이나 되어 애교를 부리지 않았다.
  • “엄마, 한 번 제대로 안아보고 싶었어요. 정말 보고 싶었어요. 깨나면 엄마를 볼 수 없을까 봐 무서웠어요.”
  • “나 계속 집에 있으니까 언제든 볼 수 있어.”
  • 그렇게 모녀는 한참이나 서로 안고 있다가 장혜민은 살며시 그녀를 밀어냈다.
  • 장혜민은 모여정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친딸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 모여정은 장혜민과 모경서의 외모 그대로 물려받았다.
  • ‘모여희는 나나 남편 누구도 닮지 않았는데 왜 몰랐을까?’
  • “여정아, 엄마랑 약속 해. 앞으로 다시는 바보 같은 짓 하지 않기로.”
  • “엄마,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이제 다시는 그런 짓 하지 않을게요.”
  • ‘다시 한번 생긴 기회인데 내가 다시 그런 짓 한다면 진짜 바보지.’
  • 그녀는 이번 생에 누구보다 자유롭고 멋지게 살겠다고 결심했다. 모안그룹과 엄마, 아빠도 지키고 또 친부모와 양부모의 키워준 은혜도 보답하고 싶었다.
  • 전생에 그녀를 키워준 양부모는 그녀가 모씨 가문에 돌아왔다고 해서 연락을 끊지 않았다. 양부모는 여전히 그녀를 딸처럼 생각했다.
  • 모여희는 모씨 가문에서 크면서 자신의 친부모가 누군지 알고도 그들한테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 모여정의 부모도 양부모가 그녀를 지금까지 잘 키워 줬기에 그녀를 강제적으로 집에 데려오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함께 살게 되었으니, 그녀에게 두 세배로 잘해주고 싶었다.
  • “전씨 가문이랑 결혼하기 싫으면…”
  • “엄마, 저 전강현과 결혼할게요.”
  • 장혜민은 멈칫하더니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그녀가 열이 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장혜민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 “여정아, 전강현이 너한테 뭐라고 했어? 네가 천호 좋아하는 거 알아. 천호랑 결혼하는 건 반대지만, 싫은 걸 강제적으로 할 필요는 없어.”
  • 장혜민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 “전씨 가문이 우리 집을 망하게 하더라도 네가 전씨 가문에 들어가서 시집살이하는 건 싫어.”
  • 장혜민은 처음부터 전강현과 결혼하는 걸 반대했다. 남편인 모경서가 전씨 가문에게 미움을 사는 게 두려워서 결정권을 모여정에게 넘긴 것이다.
  • 결국…
  • 장혜민은 어렵게 데려온 친딸을 잃을 뻔했다.
  • “엄마, 저와 대표님…”
  • 똑똑.
  • 노크소리가 모여정의 말을 끊었다.
  • “엄마, 여정이 깼어요? 죽이랑 몇 가지 반찬 가져왔어요. 깼으면 좀 먹으라고 해요.”
  • 모여희였다.
  • 모여정은 눈에 분노가 가득한 채 표정이 굳어졌다.
  • ‘내 아이와 내 부모를 죽인 년!’
  • “언니!”
  • ‘부모님을 해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 그러고 널 꼭 모씨 가문에서 쫓아낼 거야. 모씨 가문의 딸 신분을 되찾고 말 거야! 네가 전생에 모든 걸 가졌으니 이번 생에는 너의 모든 걸 내가 망가뜨릴 거야. 전생처럼 너한테 빼앗길 수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