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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대표님, 저 대표님과 결혼할래요

  • 모여정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 왼쪽 손목만 아플 뿐, 다른 데서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은 병원이 아니었다.
  • 두 보디가드는 침대 옆으로 다가와 무표정한 얼굴로 모여정에게 말했다.
  • “아가씨, 저희와 함께 가셔야겠습니다.”
  • “…”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나 죽고 과거로 돌아간 건가?’
  • “거울 좀 주시겠어요?”
  • 모여정은 크게 기뻤지만 그래도 확인이 필요했다.
  • 휠체어를 밀고 문까지 간 전강현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모여정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비웃음이 담겼다.
  • 보디가드는 전강현이 입을 열기 기다렸다.
  • 전강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휴대폰 한 대 쥐여줘.”
  • 휴대폰에는 카메라 기능이 있어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 한 보디가드가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를 클릭한 뒤, 모여정에게 건네주었다.
  • 휴대폰을 받아 든 모여정은 자신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눈앞에 안색이 조금 창백한 여자가 나타났다. 팔을 그어 피를 많이 흘린 탓에 창백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아무리 보아도 거의 죽어가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 오히려 스물대여섯 살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었다.
  • ‘나 환생했구나!’
  • 그녀는 3년 전으로 다시 돌아왔던 것이다.
  • 지금의 그녀는 부모님도 건재하고, 강천호와 결혼하기도 전인,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였다.
  • ‘모든 걸 돌이킬 수 있어.’
  • 그녀는 곁눈질로 보디가드 뒤에서 방문을 열고 나가려는 전강현을 보았다.
  • 전강현은 빠른 속도로 침대에서 뛰어내린 뒤, 휴대폰을 보디가드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
  • “대표님, 잠시만요!”
  • 모여정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바람처럼 뛰어나 전강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 전강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 모여정은 그의 눈빛에 몸을 흠칫 떨었지만 물러서지는 않았다.
  • “대표님.”
  • “말해!”
  • 그가 입을 열자 간결하고 차가운 한마디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들려왔다. 명령조가 담긴 어조였다.
  • 모여정은 손을 꼭 맞잡았다. 긴장할 때마다 튀어나오는 버릇이었다.
  • “대표님.”
  • “당장 끌어내!”
  • 그녀가 말을 더 하기 전에 인내심이 사라진 전강현이 차갑게 지시했다.
  • “대표님, 저랑 결혼해줘요! 저 대표님이랑 결혼할래요!”
  • 당황한 모여정은 급한 마음에 죽기 직전에 했던 생각을 그대로 말로 내뱉았다.
  • 그녀가 가장 힘들고 절망스러울 때, 전강현이 베풀어 줬던 선의를 봐서라도 그녀는 전강현과 결혼하고 싶었다.
  • 지금 그의 성격이 아무리 좋지 않고, 두 다리를 잃은 장애인에 냉혈한이라고 해도 그녀는 전강현과 결혼해 평생 그를 지켜주고 싶었다.
  • 방에 있던 사람들은 모여정의 말을 듣고 모두 입을 떡 벌렸다.
  • 전강현이 비웃으며 모여정을 바라보았다.
  • “이봐, 아까는 나와 결혼하기 싫다며 팔목까지 긋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 모여정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 “대표님, 저, 저…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저 대표님과 결혼하고 싶어요. 결혼해서 평생 대표님께 잘하고 싶어요.”
  • ‘평생 전강현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을 거야.’
  • “허 참!”
  • 전강현이 실소를 터뜨렸다.
  • “내가 두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이라 싫다며? 나 때문에 인생을 망칠 것 같다며? 나더러 전씨 가문의 권력으로 결혼을 핍박하지 말라고 할 때는 언제고?”
  • 모여정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 “… 안 싫어요!”
  • 지난 생에 강천호는 그녀가 임신했다는 핑계로 한 번도 그녀와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었다.
  • 모여희가 그녀의 아기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남자아기를 안고 그녀의 앞에 나타났을 때에야 모여정은 강천호가 그녀를 배려해서가 아니라 그녀의 몸에 손대기 싫어서 잠자리를 가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호텔에서 첫날밤을 보낸 날, 잔뜩 취했다가 깨어난 그녀는 옆에 누운 강천호를 보고 그저 연인 사이에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생각했다. 강천호도 그녀와 빨리 결혼하고 싶다고도 했고.
  • 하지만 그날 밤 그녀의 순결을 앗아간 사람은 강천호가 아니었다.
  • 그녀는 죽기 전까지 딸의 친부가 누구인지 몰랐다.
  • “모여정, 날 뭐로 보는 거야? 나 전강현은 당신이 결혼하자고 말만 하면 결혼해주는 사람이 아니야!”
  • 전강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모여정을 노려보며 말했다.
  • “당신의 집에 가서 혼사얘기를 꺼낸 것도 내 뜻이 반영되지 않은 일이었어. 나는 당신한테 그런 마음이 전혀 없다고!”
  • 모여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당장 나가!”
  • 모여정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예쁜 눈으로 전강현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 그러다 그녀는 전강현의 품에 와락 안겼다.
  • 그리고 빠른 속도로 전강현이 입고 있는 셔츠의 단추를 푼 뒤, 셔츠를 활짝 열어젖히고 전강현의 단단한 어깨를 깨물었다.
  • 전강현은 통증에 숨을 들이쉬었다.
  • ‘뭐야? 개처럼 왜 사람을 물어!’
  • 정신을 차린 전강현은 두 팔로 품에 안긴 여자를 확 밀쳤다.
  • 모여정은 그대로 벌러덩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 그제야 정신을 차린 보디가드는 멍한 눈길로 모여정을 바라보았다.
  • 전강현을 이렇게 대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 ‘이 여자, 용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 “전강현 씨, 지금 당신 몸에 제 잇자국이 남았으니 제가 당신을 책임질게요.”
  • 전강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전강현에게 생글생글 웃어보였다.
  • “당신이 제 제안을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제가 당신에게 시집가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요.”
  • 보디가드들은 바짝 말라드는 입술을 핥았다.
  • 속으로 모여정의 용기에 박수라도 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 전강현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 모여정은 다시 그의 앞으로 걸어가 두 손을 내밀어 그의 옷을 정리해 주었다.
  • 그러나 전강현은 그녀의 손을 탁 쳤다.
  • 그는 한참이나 모여정을 뚫어지게 노려보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 “모여정, 당신 정말 나와 결혼할 거야?”
  • 모여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 “네.”
  • 전강현이 냉소를 하며 물었다.
  • “후회 안 할 자신 있고?”
  • “자신 있어요!”
  • “주민 등록증 가져왔어?”
  • “차에 둔 가방 안에 있어요.”
  • “모여정, 마지막으로 돌이킬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지금 떠난다면 자살 소동을 벌인 일은 그냥 없었던 일로 넘어갈 거야.”
  • 그는 장애인이 된 데다 성격도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 그래서 그는 자신과 결혼하기 싫다고 하는 모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 그러나 모여정은 단호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 “대표님, 전 후회 안 해요. 당신과 결혼할 거예요!”
  • 전강현은 입술을 핥은 뒤, 싸늘하게 말했다.
  • “아래층으로 가서 날 기다려.”
  • 모여정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 전강현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 “결혼하자면서? 옷 입고 지금 당장 혼인신고 하러 가.”
  • 그는 모여정에게 돌이킬 수 있는 기회를 주었지만 모여정이 싫다고 했다.
  • ‘이렇게 뻔뻔스럽게 굴면서 결혼하겠다고 난리를 치니 한 번 결혼해 보지 뭐. 나랑 몇 일이나 사는지 두고 보자고.’
  • 모여정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 “지금 혼인신고하러 가는 거예요?”
  • “무서워?”
  • 모여정은 이내 고개를 번쩍 쳐들고 말했다.
  • “아니요.”
  • 그러나 그녀는 바로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 “대표님, 지금 저한테는 주민등록증밖에 없어요. 혼인신고하는데 주민등록증 말고 등기부등본도 떼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 “내 호적으로 옮기면 돼.”
  • 모여정: “…”
  • ‘박력 넘쳐!’
  • 모여정은 순순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 밖으로 나왔을 때, 그녀의 손에는 혼인신고서가 들려있었다.
  • 그녀는 모든 게 꿈만 같았다.
  • ‘나 정말 전강현과 결혼한 거야?’
  • 그녀는 한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꼬집어 보았다.
  • ‘아파!’
  • 그러나 잘한 일이라는 생각에 그녀는 웃음이 나왔다.
  • ‘살아 있으니 너무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