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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연예 효과를 좀 더하다

  • 이런 생각이 들자 그녀의 얼굴에는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환한 미소가 감돌았다.
  • “ 자, 검정강, 스테이크 먹어봐, 내가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닌데, 이 집 쉐프가 만든 스테이크는 1급이야. 얼룩강, 너도 먹어봐. ”
  • 유아린의 이런 모습이 최시혁의 눈에는 이미 변질된 모습으로 보였다.
  • 역시 지조 없는 여자였어. 자신과 이혼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제작진에서 어린 애들이나 꼬시고 다니고, 것도 모자라서 한꺼번에 두 명이나?
  • 그녀와 이혼을 결정한 것은 역시 옳은 선택이었다.
  • “ 시혁아, 이 집 두부찜이 맛있다던데, 한번 먹어봐. ”
  • 그렇게 방자하게 웃다니, 설마 내가 그렇게도 못나서 저 염치없는 두 어린애보다 못하겠어? 나와 이혼한 게 그렇게 좋니?
  • 맞은편에서 웃음이 끊이질 않고 화목해 보이는 세 사람을 보고 최시혁은 볼수록 화가 나서 칼 같은 눈썹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 “ 시혁아, 너 왜 그래? ”
  • 박하은의 관심어린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그는 유아린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시선을 천천히 돌렸다.
  • “ 아, 괜찮아. 요즘 일이 좀 많아서 피곤한 것 같아. ”
  • 박하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조금전 최시혁의 시선이 줄곧 유아린의 몸에 바짝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보았고 자신의 부름조차 그의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 그들은 쇼윈도부부 아니었어? 왜 최시혁이 유아린을 엄청 의식하는 것 같지?
  • “ 자, 자, 이번 프로그램의 원만한 완성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건배합시다! ”
  • 감독의 인사말에 사람들은 저마다 술잔을 부딪치며 저마다 미소를 짓고 있지만, 속으로는 뭔가 모를 긴장감이 맴돌았다.
  • ......
  • “ 뭐? 이게 뭔 일이야? PR팀 사람들은 밥만 축내는 거야? ”
  • 이미영이 방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박하은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와서 한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노크했다.
  • “ 하은 씨, 저에요. ”
  • 그녀가 문을 열자마자 맞은편에서 커피잔이 날아올 줄이야. 다행히도 그녀는 재빨리 몸을 피해 커피잔이 그녀의 귓가를 스치며 비스듬히 날아가더니 ‘퍽’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부딪혀 갈색 커피 자국이 튀었다.
  • “ 이게 다 무슨 일이냐. 이제 막 귀국했는데 도대체 뭐 하는 거냐고. ”
  • 이때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박하은의 모습은 예술가다운 지성과 우아함이 전혀 없었고, 그녀의 머리는 볏짚처럼 흩어져 있었다. 눈밑에는 커다란 다크서클이 걸려 있었고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 하지만 이미영에게 있어 눈앞의 폭주 패턴의 박하은은 미친 사람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다. 심지어 어떤 순간에 그녀는 네티즌의 말처럼 박하은이 정말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 누구도 예상치 못한 막판에 송재하의 나타남으로 인터넷 여론이 극적으로 뒤집혔고, 심지어 이 일로 인해 HC 플랫폼의 인터넷 생중계가 연예 뉴스의 헤드라인을 한꺼번에 휩쓸 줄 아무도 몰랐다.
  • “ 유아린 언니, 정말 얼굴도 아름답고 마음도 착한 사람이네요. 그녀가 쓴 소설 인물들도 정직하기 그지없는데, 꼭 그 주인을 닮은 것 같네요. ”
  • “ 맞아요, 거기에 비교하면 박하은은 너무 심하고 얄미웠어요. 내가 정말 때려죽이고 싶을 정도였어요. ”
  • “ 박하은은 정말 너무 이기적이었어. 그까짓 임무를 완성하려고 한 생명을 포기하다니? 이런 사람은 반드시 하차 시켜야 해. ”
  • “ 흥, 얼마 전에 외국에서 금방 귀국했다고 들었는데 오자 바로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을 하다니, 외국에서 못 뜨니까 돌아와서 뜨려고 하는 수작인가? 예쁜 껍데기만 갖고 있어. ”
  • “ 이번에 출연진들은 전부 뜨는 인물인데, 최시혁, 강강팀, 심지어 유아린 여신까지 전부 업계에서 쟁쟁한 인물들이 나오는데 신비한 게스트라고 하더니 참 뻔뻔하다. ”
  • “ 학업을 마치고 귀국한 여자애일 뿐, 그냥 좀 이기적인 것 빼고는 별 다른 흠이 없는데, 너희는 왜 이렇게 악랄하게 욕을 해, 형제들 입만 놀리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라고! 안 치고 뭐해! ”
  • “ 그녀가 다시는 방송에 못 나오게 신청할 테야. 이런 하수인이 내 앞에 나타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
  • “ 맞아! 연예계에서 퇴출시켜야 해! 외국 아빠 품으로 돌아가! ”
  • “ 출연 금지해! ”
  • ......
  • 한때 아이를 구하지 않겠다는 박하은의 결정이 프로그램이 종방 될 때까지도 끝나지 않았고 사태가 오히려 더욱더 커져만 갔다.
  • 인터넷에서는 유아린에 대한 찬양과 박하은에 대한 비난으로 매체의 실시간 검색어와 헤드라인을 장시간 점령했다.
  • “ 하은 씨,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막고 있으니까 화 좀 풀어요. 시청자들이 마침 여기에 관심을 쏠리는 바람에, 시간이 지나면 다들 잊기 마련이에요. 그때 가서... ”
  • “ 잊어? ”
  • 박하은은 눈앞의 이미영을 우스갯소리를 하듯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 내가 어렵게 따온 발판인데, 그냥 구렁텅이 안으로 떨어진 마당에 나더러 가만히 있으라고? ”
  • 박하은은 눈을 크게 부릅뜨고 이미영을 노려보고 있었고 온통 붉은색의 거미줄로 가득 차 있던 눈은 보기에 음산하면서 공포스러웠다.
  • “ 하지만, 이건 단지 하나의 프로그램뿐이에요. 시청자는 하나의 방송으로만 보고 있을 뿐, 아무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
  • 이미영이 계속해서 말했다.
  • “ 방금 뭐라고 했어? ”
  • 이미영은 그녀가 이렇게 묻자 어리둥절해 하며 자신이 또 어떤 말로 그녀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하는 수 없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 “ 이건 단지 하나의 프로그램이고 아무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요. ”
  • “ 프로그램? ”
  • 그녀는 번잡한 줄 속에서 실오리를 뽑아낸 듯 갑자기 이상한 미소를 지었다.
  • “ 그래, 이건 하나의 프로그램뿐이고, 프로그램이니 당연히 대본이 있을 텐데, 대본이 있으면 당연히 설정도 있다는 것을 내가 잊었어. ”
  • 이미영은 눈앞 여자의 안색이 변화하는 놀라운 과정을 목격하고는 심방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것 같았다.
  • “ 너, 당장 가서 그럴싸한 댓글 알바부대를 찾아와. 그저 대본 아니야? 이 프로그램에 조금 더 예능적인 효과를 줘야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