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 아이를 업고 숲속을 거의 20분 동안 걸었다. 몸에는 약품이 비교적 충족한 것 외에는 다른 물품이 모두 바닥났다. 촬영 감독님 역시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았다.
자신의 키에 거의 반쯤 되는 풀숲을 헤친 유아린은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는 순간, 마냥 즐겁기만 했다. 역시 공든 탑이 무너지진 않구나, 그들이 정말 물이 있는 곳을 찾게 되었다.
강인, 강호는 너무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고, 유아린을 안고 제자리에서 돌고싶은 심정이었다.
강호가 뛰어오면서 말했다.
“ 누나 혹시 탐험가예요? 이렇게 은밀한 곳을 다 찾을 수 있다니요. ”
유아린은 쑥스러워하며 답했다.
“ 사실 물이 있는 곳은 은밀하지 않은데 우리 위치에서 찾으려니 좀 어려웠을 뿐이야. ”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풀숲에서 나와 강 옆의 작은 공터로 갔다. 강은 크지 않았고 반 미터 정도의 폭이지만 강물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아서 기름진 물고기 몇 마리가 보였다.
강인은 유아린의 다리에 상처가 있는 것을 고려해 아이를 데리고 먼저 쉬게 하고 두 사람이 머물 곳이 있는지 주변을 탐색하기로 했다.
아이를 받아 품에 안은 유아린이 당부했다.
“ 그럼 안전 조심하고 상황 있으면 빨리 돌아와서 알려줘. ”
“ 네, 누나. 푹 쉬세요. ”
두 사람이 간 뒤 작은 공터에는 두 사람과 존재감이 거의 없는 감독만 남았다.
유아린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감독을 돌볼 겨를도 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침낭을 펴고 아이를 올려놓고 방금 업혔을 때 나뭇가지에 긁혔는지 검사했다.
이 아이는 이제 겨우 열 살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는데, 옷차림으로 보아도 어떻게 보면 도시의 잘사는 도련님인데, 어떻게 홀로 인적이 없는 자연보호구역에 쓰러질 수 있었을까? 게다가 뽀송뽀송한 게 어릴 때부터 이렇게까지 고생한 적이 없었을 텐데 정말 불쌍하다.
남자아이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방송 후 반드시 가족에게 연락해 줄 것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10분쯤 지나도록 강강팀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아린은 주변을 어렴풋이 둘러보니 이 강변에서 터를 잡기가 어렵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급을 받는 것은 시간문제고, 그들 팀은 이러한 물자가 풍부한 자연환경에서 전진할 자원을 찾을 가능성이 엄청나게 컸다. 하지만 시급한 것은 그들 팀의 전진이 아니라, 이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제부터 계속 의식을 잃고 있었구나. 벌레에 물리고 비를 맞으면 쇠로 만든 몸이라도 쓰러질 수 있는데 이 아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유아린은 어찌할 바를 몰랐고, 약통에 든 간단한 해열제는 이런 증상에는 전혀 효과가 없는 듯했다. 그는 다급하게 감독에게 물었다.
“ 감독님, 다른 분들 언제 여기까지 올 수 있어요? ”
촬영 감독도 당황해하면서 답했다.
“ 잘 모르겠어요. 코스가 우리와 다를 수 있으니 총감독님께 연락해 볼게요. ”
감독이 한쪽에서 황급히 연락하는 모습을 보고 유아린도 쉬지 않고 먼저 물리적인 방법으로 열을 식혀주기로 했다.
그녀가 어린 남자아이의 이마에 물수건을 살짝 대려고 하자 옆 풀숲에서 무언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경계하며 뒤를 돌아본 유아린의 눈앞에는 바람막이 차림의 젊은 남자가 장비를 멘 채 힘겹게 풀숲을 헤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남자는 여기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춘 뒤 몇 초 동안 멍해 있다가 말을 건넸다.
“ 안녕하세요. 여기 관광객인데, 혹시... 이 정도 큰 남자아이 한 명 본 적 있나요? ”
이렇게 말하면서 손으로 비슷한 키의 위치를 짚고 있었는데, 바로 정신을 잃은 남자아이의 키와 비슷했다.
유아린은 너무 놀란 나머지 몸을 옆으로 살짝 돌리고는 그녀에 막힌 남자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물었다.
“ 얘를 찾고 있었나요? ”
남자는 침낭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던 순간 달려갔다.
“ 우주! ”
그는 흥분하며 손에 들고 있던 공구를 집어 던지고 앞으로 돌진해 아이 곁에 꿇어앉아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
“ 맙소사, 드디어 찾았습니다. 근데 왜 이러죠? 별일 없겠죠? ”
유아린은 뒤로 한 발짝 비켜주고는 말했다.
“ 지금 열이 나고 있어요. 구체적인 상황을 몰라서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근데 우리 제작진이 근처에 없어요... ”
남자는 살짝 충혈된 눈을 들어 진지하게 말을 건넸다.
“ 살려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따라오세요. 저희 텐트가 근처에 있어요! ”
유아린은 주저 없이 일어나 물건을 치우고 정체불명의 남자를 따라 텐트로 갈 준비를 하고는 촬영 감독에 말을 건넸다.
“ 일단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금방 찾아올게요. ”
감독이 응하자 세 사람의 모습은 풀숲 속으로 사라졌다.
이건 강인, 강호와 완전 다른 방향이었다. 몇 백 미터를 걸어간 유아린은 크고 튼튼한 캠핑 텐트가 눈 앞에 펼쳐지자 뚱뚱한 중년 남자가 안에 앉아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세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중년 남자가 황급히 물었다.
“ 우주를 찾았어요? 잘 됐어요! 잘 됐어! ”
젊은 남자가 아이를 업고 서둘러 텐트 안으로 들어가자 유아린이 따라 들어갔다. 그는 아이를 내려놓고 중년 남자에게 말했다.
“ 로 선생님, 빨리 보세요. 우주가 계속 고열로 쓰러져 있었다는데 괜찮으세요? ”
“ 급해 하지 마요, 제가 한번 볼게요. ”
로 선생님은 장비를 꺼내 조금씩 검사를 시작했다. 우주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작은 상처라도 놓칠세라 꼼꼼히 진행되었다. 검사하는 동안 어른들의 눈길은 온통 어린 남자아이에게 쏠린 채 아무 일 없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로 선생님이 남자아이의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렸을 때, 벌레에 물린 자국이 보여 두 남자는 모두 숨을 들이마셨다.
2분간 대충 검사한 뒤, 로 선생님은 땀을 뻘뻘 흘린 끝에 청진기를 떼고 젊은 남자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을 건넸다.
“ 다행히도 괜찮아요. 우주는 단순 감기에 걸려 고열이 났을 뿐 중독 증세가 아닙니다. 벌레에 물린 적은 있지만, 독소는 이미 효력을 잃어, 큰 지장이 없습니다. ”
유아린도 남자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다행이군요... 깜짝 놀랐어요. ”
로 선생님은 고개를 돌려 치료 약을 받아 들고 젊은 남자에게 말했다.
“ 이제 애를 찾아왔으니 아버지가 걱정하지 않게 불러들여요. ”
남자는 그 말을 듣고 일어나서 답했다.
“ 그럼, 로 선생님에게 우주를 좀 부탁드려요. ”
“ 괜찮습니다. ”
유아린이 남자를 따라 텐트를 나오면서 마음의 큰 짐이 놓였다.
남자가 한쪽으로 가서 전화를 걸었는데 몇 마디 안 되는 짧은 내용이었다.
돌아와서 그는 장비를 벗고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다듬으면서 유아린 곁으로 왔다.
유아린은 이제야 눈앞의 정체불명의 사람을 자세히 보게 되었다. 큰 키에 하얀 피부, 오뚝한 콧날, 움푹 들어간 눈언저리에 미인 점이 하나 더 있었다.
그는 안도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두 눈에는 눈앞의 여인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했다. 늘씬한 손을 내밀며 예의 있고 따뜻하게 말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