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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첫 만남

  • 세 사람이 아이를 업고 숲속을 거의 20분 동안 걸었다. 몸에는 약품이 비교적 충족한 것 외에는 다른 물품이 모두 바닥났다. 촬영 감독님 역시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았다.
  • 자신의 키에 거의 반쯤 되는 풀숲을 헤친 유아린은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는 순간, 마냥 즐겁기만 했다. 역시 공든 탑이 무너지진 않구나, 그들이 정말 물이 있는 곳을 찾게 되었다.
  • 강인, 강호는 너무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고, 유아린을 안고 제자리에서 돌고싶은 심정이었다.
  • 강호가 뛰어오면서 말했다.
  • “ 누나 혹시 탐험가예요? 이렇게 은밀한 곳을 다 찾을 수 있다니요. ”
  • 유아린은 쑥스러워하며 답했다.
  • “ 사실 물이 있는 곳은 은밀하지 않은데 우리 위치에서 찾으려니 좀 어려웠을 뿐이야. ”
  •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풀숲에서 나와 강 옆의 작은 공터로 갔다. 강은 크지 않았고 반 미터 정도의 폭이지만 강물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아서 기름진 물고기 몇 마리가 보였다.
  • 강인은 유아린의 다리에 상처가 있는 것을 고려해 아이를 데리고 먼저 쉬게 하고 두 사람이 머물 곳이 있는지 주변을 탐색하기로 했다.
  • 아이를 받아 품에 안은 유아린이 당부했다.
  • “ 그럼 안전 조심하고 상황 있으면 빨리 돌아와서 알려줘. ”
  • “ 네, 누나. 푹 쉬세요. ”
  • 두 사람이 간 뒤 작은 공터에는 두 사람과 존재감이 거의 없는 감독만 남았다.
  • 유아린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감독을 돌볼 겨를도 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침낭을 펴고 아이를 올려놓고 방금 업혔을 때 나뭇가지에 긁혔는지 검사했다.
  • 이 아이는 이제 겨우 열 살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는데, 옷차림으로 보아도 어떻게 보면 도시의 잘사는 도련님인데, 어떻게 홀로 인적이 없는 자연보호구역에 쓰러질 수 있었을까? 게다가 뽀송뽀송한 게 어릴 때부터 이렇게까지 고생한 적이 없었을 텐데 정말 불쌍하다.
  • 남자아이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방송 후 반드시 가족에게 연락해 줄 것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 10분쯤 지나도록 강강팀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아린은 주변을 어렴풋이 둘러보니 이 강변에서 터를 잡기가 어렵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급을 받는 것은 시간문제고, 그들 팀은 이러한 물자가 풍부한 자연환경에서 전진할 자원을 찾을 가능성이 엄청나게 컸다. 하지만 시급한 것은 그들 팀의 전진이 아니라, 이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 그래서 어제부터 계속 의식을 잃고 있었구나. 벌레에 물리고 비를 맞으면 쇠로 만든 몸이라도 쓰러질 수 있는데 이 아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 유아린은 어찌할 바를 몰랐고, 약통에 든 간단한 해열제는 이런 증상에는 전혀 효과가 없는 듯했다. 그는 다급하게 감독에게 물었다.
  • “ 감독님, 다른 분들 언제 여기까지 올 수 있어요? ”
  • 촬영 감독도 당황해하면서 답했다.
  • “ 잘 모르겠어요. 코스가 우리와 다를 수 있으니 총감독님께 연락해 볼게요. ”
  • 감독이 한쪽에서 황급히 연락하는 모습을 보고 유아린도 쉬지 않고 먼저 물리적인 방법으로 열을 식혀주기로 했다.
  • 그녀가 어린 남자아이의 이마에 물수건을 살짝 대려고 하자 옆 풀숲에서 무언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 경계하며 뒤를 돌아본 유아린의 눈앞에는 바람막이 차림의 젊은 남자가 장비를 멘 채 힘겹게 풀숲을 헤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 남자는 여기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춘 뒤 몇 초 동안 멍해 있다가 말을 건넸다.
  • “ 안녕하세요. 여기 관광객인데, 혹시... 이 정도 큰 남자아이 한 명 본 적 있나요? ”
  • 이렇게 말하면서 손으로 비슷한 키의 위치를 짚고 있었는데, 바로 정신을 잃은 남자아이의 키와 비슷했다.
  • 유아린은 너무 놀란 나머지 몸을 옆으로 살짝 돌리고는 그녀에 막힌 남자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물었다.
  • “ 얘를 찾고 있었나요? ”
  • 남자는 침낭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던 순간 달려갔다.
  • “ 우주! ”
  • 그는 흥분하며 손에 들고 있던 공구를 집어 던지고 앞으로 돌진해 아이 곁에 꿇어앉아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
  • “ 맙소사, 드디어 찾았습니다. 근데 왜 이러죠? 별일 없겠죠? ”
  • 유아린은 뒤로 한 발짝 비켜주고는 말했다.
  • “ 지금 열이 나고 있어요. 구체적인 상황을 몰라서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근데 우리 제작진이 근처에 없어요... ”
  • 남자는 살짝 충혈된 눈을 들어 진지하게 말을 건넸다.
  • “ 살려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따라오세요. 저희 텐트가 근처에 있어요! ”
  • 유아린은 주저 없이 일어나 물건을 치우고 정체불명의 남자를 따라 텐트로 갈 준비를 하고는 촬영 감독에 말을 건넸다.
  • “ 일단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금방 찾아올게요. ”
  • 감독이 응하자 세 사람의 모습은 풀숲 속으로 사라졌다.
  • 이건 강인, 강호와 완전 다른 방향이었다. 몇 백 미터를 걸어간 유아린은 크고 튼튼한 캠핑 텐트가 눈 앞에 펼쳐지자 뚱뚱한 중년 남자가 안에 앉아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 세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중년 남자가 황급히 물었다.
  • “ 우주를 찾았어요? 잘 됐어요! 잘 됐어! ”
  • 젊은 남자가 아이를 업고 서둘러 텐트 안으로 들어가자 유아린이 따라 들어갔다. 그는 아이를 내려놓고 중년 남자에게 말했다.
  • “ 로 선생님, 빨리 보세요. 우주가 계속 고열로 쓰러져 있었다는데 괜찮으세요? ”
  • “ 급해 하지 마요, 제가 한번 볼게요. ”
  • 로 선생님은 장비를 꺼내 조금씩 검사를 시작했다. 우주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작은 상처라도 놓칠세라 꼼꼼히 진행되었다. 검사하는 동안 어른들의 눈길은 온통 어린 남자아이에게 쏠린 채 아무 일 없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로 선생님이 남자아이의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렸을 때, 벌레에 물린 자국이 보여 두 남자는 모두 숨을 들이마셨다.
  • 2분간 대충 검사한 뒤, 로 선생님은 땀을 뻘뻘 흘린 끝에 청진기를 떼고 젊은 남자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을 건넸다.
  • “ 다행히도 괜찮아요. 우주는 단순 감기에 걸려 고열이 났을 뿐 중독 증세가 아닙니다. 벌레에 물린 적은 있지만, 독소는 이미 효력을 잃어, 큰 지장이 없습니다. ”
  • 유아린도 남자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다행이군요... 깜짝 놀랐어요. ”
  • 로 선생님은 고개를 돌려 치료 약을 받아 들고 젊은 남자에게 말했다.
  • “ 이제 애를 찾아왔으니 아버지가 걱정하지 않게 불러들여요. ”
  • 남자는 그 말을 듣고 일어나서 답했다.
  • “ 그럼, 로 선생님에게 우주를 좀 부탁드려요. ”
  • “ 괜찮습니다. ”
  • 유아린이 남자를 따라 텐트를 나오면서 마음의 큰 짐이 놓였다.
  • 남자가 한쪽으로 가서 전화를 걸었는데 몇 마디 안 되는 짧은 내용이었다.
  • 돌아와서 그는 장비를 벗고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다듬으면서 유아린 곁으로 왔다.
  • 유아린은 이제야 눈앞의 정체불명의 사람을 자세히 보게 되었다. 큰 키에 하얀 피부, 오뚝한 콧날, 움푹 들어간 눈언저리에 미인 점이 하나 더 있었다.
  • 그는 안도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두 눈에는 눈앞의 여인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했다. 늘씬한 손을 내밀며 예의 있고 따뜻하게 말을 건넸다.
  • “ 방금 인사할 틈도 없었네요. 처음 뵙겠습니다. 송재하라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