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린은 용모가 수려하고 생기가 넘치는 각양각색의 사람을 보았음에도, 눈앞의 사람의 풍격이 남다르다는 걸 바로 느꼈다. 군부대에서 자란 최시혁의 강한 이미지와는 달리 부드럽고 깔끔한 풍격이 더해진 것 같다. 신분이 범상치 않은 인물이든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유아린입니다. ”
송재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 정말 고마웠어요. 당신이 아니였었면 우주가 어디서 굶어 있고 추위에 벌벌 떨고 있을지도 몰랐을 텐데... ”
상대가 어린 남자아이의 가족임을 확인한 유아린은 마침내 마음의 큰 짐을 내려놓았다.
강인과 강호가 돌아와서 자신을 찾지 못하면 또 걱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서둘러 일어섰다.
“ 의사가 있으니 걱정 없이 일어나 보겠습니다. 동료가 기다리고 있어서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
송재하는 어리둥절해 나면서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이 여인이 일어서려고 하는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그녀에 대해 탄복했다.
“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찍고 있으니 물품이 많이 부족하시죠? 방금 로 의사가 저에게 말해 주었어요. 사전에 우주의 상처까지 청소해 주셨다고, 도와주신 보답으로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데요. ”
유아린은 손을 들어 거절하려 했지만, 감독과 강강커플의 바닥이 난 체력을 생각해보니 설레기도 했다.
어린 남자아이를 구한 것은 팀이 함께 결정한 것이라고 하지만 자신을 따라서 억울함과 고난을 겪게 만들어서 조금은 미안한 마음에 유아린은 몸을 돌려 송재하를 향해 감격의 미소를 지었다.
“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고 기꺼이 받겠습니다. ”
밖에 있던 감독이 이분들이 바로 어린 남자아이의 가족이라는 소식을 듣자마자 생선 비린내를 맡은 고양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흥분해 했다.
대본도 이렇게 쓸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일단 인터넷에 올려놓으면 더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끌수록 있는건 사실이었다.
오랫동안 야외에서 바람을 쐬고 햇볕을 쫓던 두 아이는 마치 처음으로 세상을 구경하곤 갓난아이처럼 무엇을 봐도 새롭게 느껴졌다.
송재하가 다가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저녁 준비를 마쳤으니 일단 식사부터 하실까요? ”
일행이 식탁에 오르자, 말로 표현할수록 없을 정도의 설레고 긴장한 감정이 맴돌았다.
테이블 위에는 꿈에서나 나올법한 별의별 요리들이 나란히 차려져 있었고 유아린은 침을 삼키는 그들의 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지으며 웃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이들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며 카메라를 가르켰다.
“ 귀요미들, 아이돌 체면을 좀 차려줄래? 지금 생방송이거든. ”
한참 허겁지겁 휩쓴 끝에 모든 사람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강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의자에 기대어 배를 움켜쥐고 입꼬리는 이미 귀에 걸려 있었다.
“ 역시 누나를 따라다녀야 고기 먹을 일이 생기네요. 옛사람들의 말이 틀린 적이 없어요. ”
“ 누나, 봐봐요. 시청자들이 칭찬해 주고 있어요. 역시 착한 사람에겐 좋은 보답이 있을 거라고요. ”
강호가 웃으며 유아린은 끌어당겨 스크린의 댓글을 보게 했다. 하지만 유아린은 여태껏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아 했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을 했다. 시청자의 여론은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었다. 1초 전 까지만 해도 그녀에게 욕설을 퍼붓다가 지금은 또 자신을 꽃처럼 치켜세우고는 그들의 행동에 전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 됐어. 걔가 검정강이면 넌 얼룩말이야,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잖아. ”
유아린은 눈앞의 새까맣게 탄 두 소년을 보면서 기분이 갑자기 좋아졌다.
이번에 급하게 결정해서 방송 출연을 하게 되면서 가장 큰 수확이 바로 이 두 보물을 알게 된 것이다.
“ 찰칵. ”
대문짝에서 소리가 나자, 사람들이 시선을 돌려 그쪽으로 향했다. 이때 최시혁과 박하은이 동반하여 나타났다.
비록 간단한 축하연에 지나지 않았지만 최시혁의 뼛 속까지 엄숙하고 단정하게 분위기에 맞는 옷차림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마치 군인의 가장 좋은 본보기가 된 듯 마냥. 박하은은 흰색의 드레스에 긴 생머리를 하고는 그의 옆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한층 더 자아냈다.
두 사람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은 마치 커플과도 같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오늘 모두 흰색 계열을 입었기 때문이다. 옷이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일부러 맞춰 입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 둘만 기다렸어. 어서 와! ”
박하은과 최시혁은 비록 말이 없었지만, 둘이 썸 타는 사이라는 건 이번 야외 생존에서 하나의 홍보 포인트 효과뿐만 아니라 팀 내에서도 인정하는 커플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자리는 붙어 있었다.
유아린은 고개를 달자마자 박하은의 음흉한 시선과 마주쳐 어이가 없어 했다.
겉으로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얼굴로 착하고 순진한 척 혼자 다 하면서 사실은 여우 같은 여자라는 것을 유아린은 직감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이 전형적인 직설남 최시혁과 박하은이라는 불여우의 조합이라. 생각만 해도 이 보기드문 조합은 충분히 그녀를 웃기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