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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범

웅크린 범

푸르미르

Last update: 2021-11-04

제1화 벼락부자

  • 내 이름은 장우, 올해 23살이고 현재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 나는 대학을 나온 적이 없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입대를 했다. 집안이 가난해서 어쩔 수 없었다.
  • 내가 일곱 살이 되던 해, 아버지는 음주운전을 했다. 평생 술을 입에 대지도 않던 아버지는 고모부와 만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신호 위반을 한 화물 트럭과 맞닥뜨렸다. 화물 트럭 운전사는 핸들을 꺾으면서 피하려 했지만, 결국 옆으로 쓰러지게 되었고 차에 실은 수십 톤의 철강재가 흘러내리면서 폭스바겐 승용차를 종잇장처럼 깔아뭉갰다. 우리 부모님과 고모부 세 사람은 전부...
  • 그날 이후로 고모는 나의 보호자가 되었다.
  • 그리고 나는 새 옷을 입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전부 사촌 남동생의 헌 옷을 물려 입었다. 남동생보다 키가 큰 나는 마치 물에 젖어 줄어든 옷을 입은 것처럼 사계절 내내 발목을 드러내게 되었고, 심지어 겨울에는 무릎까지 동상에 걸렸다.
  • 사업을 하신 우리 부모님은 나에게 꽤 많은 돈을 남겨주셨지만, 그 당시 너무 어렸던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오랜 세월 동안 고모는 이미 재산을 거의 빼돌리다시피 했고, 결국은 내 명의로 별장 한 채만 남아 있었지만, 이를 매각하지 못한 그녀는 가족과 함께 별장으로 이사했다.
  • 나를 죽도록 증오한 고모는 사흘이 멀다 하게 나한테 손찌검을 했다. 내 열 번째 생일날, 술에 취한 그녀는 내 머리를 잡고 변기에 밀어 넣었고, 나는 그녀에 의해 변기에서 익사할 뻔했다. 나는 그 죽음으로 이르는 공포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 나중에 내 사촌 남동생, 즉 고모의 아들은 이 사실을 왜곡시켜 내가 집에서 변기 물을 마셨다면서 정신이 나갔다고 전교에 소문을 퍼뜨렸다. 학교 학생들은 뒤에서 몰래 나를 미친 사람 취급하면서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따라서 아무도 나를 상대하지 않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친구가 없었다.
  •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우리 반에 임연이라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그녀는 예쁘장한 얼굴에 촉촉한 눈망울, 잘록한 허리까지 가졌다.
  • 나는 수업 시간에 그녀를 자주 훔쳐보곤 했었고, 꿈속에서도 그녀가 나타났으며 멍하니 있을 때도 그녀 생각뿐이었다.
  • 하지만 나는 단지 마음속으로 그녀를 몰래 짝사랑했다. 그 당시 꽤 순정적이었던 나는 그녀에 대한 나쁜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내 마음속의 여신이었으며 다른 생각은 감히 할 수조차 없었다.
  •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나는 임연과 같은 버스를 타게 되었고 버스에 승객이 많지 않던 와중에 기술고 양아치 두 명이 그녀에게 들러붙었다.
  • 그 당시 나도 무서웠지만, 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게 앞으로 뛰쳐나가 양아치 두 명을 밀어내고 버스가 역에 도착한 틈을 타서 임연의 손을 잡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 얼마나 멀리 뛰어갔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결국 숨이 차서 멈춰 섰고 뒤를 돌아보니 임연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 그녀는 서둘러 내 손을 뿌리쳤다.
  • “이 손 놔.”
  • 나는 재빨리 그녀의 손목을 놓아주었고 임연은 손목을 만지면서 뒤로 물러섰다.
  • “너무 늦었어,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
  • “아니, 나 혼자 집에 갈 수 있어. 너, 너 따라오지 마... 그리고, 오늘 일은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마.”
  • 말을 마친 그녀는 마치 내가 그 양아치들보다 더 무섭다는 듯이 후다닥 도망쳤고, 나와 말을 섞는 게 그 양아치들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것보다 더 창피하다는 듯이 고맙다는 말 한마디마저 없었다.
  • 며칠 후, 수업 시간에 화장실을 간 나는 한 무리의 남학생들에게 둘러싸였고, 그들은 두말없이 나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그 당시 왜소하고 여윈 나는 그들을 상대조차 할 수 없었고 단지 머리를 감싼 채 빗발치는 주먹질에 내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 한바탕 두들겨 패던 그들은 내 머리채를 잡고 나를 일으켜 세웠고. 희미해진 시야를 뚫고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 “네 놈이 오줌을 잘 먹는다고 하던데 오늘 실컷 마시게 해주지.”
  •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들은 내 머리를 소변기에 밀어 넣었다.
  • 나는 혼비백산이 되었다. 만약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강제로 오줌을 마시게 된다면 망신이란 망신은 다 당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내가 어디를 가든 사람들은 나를 비웃을 것이고, 평생 그 누명을 씻을 수 없을 것이다!
  • “유호, 난, 나는 네 심기를 건드린 적이 없어. 우리는 같은 반 학생이잖아? 왜 나를 때리는 건데?”
  • 나는 내 머리채를 잡은 그 사람에게 애원했다.
  • “너 나를 화나게 한 적이 없지. 하지만 네 이놈은 우리 형님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임연을 찜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감히 그녀한테 치근덕거려? 저녁에 집까지 바래다준다고 조르기까지? 이미 두 눈으로 봤다는 사람도 있으니 잡아뗄 생각하지 마!”
  • “아니야, 양아치들이 그녀한테 들러붙어서 난 단지 그녀를 구하려 했어. 믿기 어렵다면 그녀한테 직접 물어봐.”
  • “하하, 당연히 그녀한테 물어봤지만, 착한 임연은 네가 맞을까 봐 너를 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 너 진짜 뻔뻔스럽구나, 얼굴이 두꺼울 뿐만 아니라 거짓말까지! 오줌이나 먹어라!”
  • “아, 아니야!”
  • 나는 죽을힘을 다해 반항했다. 비록 그를 이길 수 없었지만, 궁지에 몰린 사람은 초인간적인 힘이 생긴다고 했다. 결국, 내 머리를 똑바로 누르지 못한 5명의 남자는 나를 다시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
  • 나중에 선도부 사람이 나를 구해줬고, 갈비뼈 두 대가 부러진 나는 사흘 동안 고열에 시달렸지만, 고모는 병원비를 내지 않으려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나를 병원에 처넣었다. 결국, 나를 딱하게 여긴 착한 의사분이 고모네 집까지 찾아가서 며칠 동안 꾸중을 늘어놓고 나서야 그녀는 돈을 내놓았고 나는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 육체적인 고통에 비해 내 마음은 마치 칼에 찔린 듯 욱신거렸다. 나는 임연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궁금했다. 나는 그녀를 구해줬지만, 그녀는 결국 나를 배신했다.
  • 치료가 끝난 후, 나는 다시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 학교 선생님은 나를 설득하러 몇 번이고 찾아와 다시 학교로 돌아가 공부하라고, 나처럼 전교 10등 안에 든 학생이 공부를 포기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게다가, 공부를 빼면 나 같은 사람은 살길이 없다고 했지만, 나는 정말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게 무엇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 당시 나는 툭하면 며칠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무엇을 보든지 전혀 감흥이 없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때의 기분은 마치 지옥에 있는 것 같았다.
  • 부상이 완치되자마자 나는 만 18세가 되었다. 고모는 더는 나에 대한 보호 감독 의무가 없다며 나를 집에서 쫓아냈지만, 그곳은 내 별장이었으며 떠난다고 해도 그녀가 집에서 나가야 했었다! 결국, 세력이 미미한 나는 그녀를 이길 수 없었다.
  • 그때 마침 징병 중이었고 나는 곧바로 군에 입대했다. 내가 입대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첫 번째는 강한 체력을 키워 앞으로 그 누구도 나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는 것, 두 번째는 배를 채울 수 있고 잠을 잘 수 있는 곳이 있어 고모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 군 생활은 매우 단조롭고 규칙적이었고, 중대장과 전우들은 전부 친절했다. 그제야 나는 생각을 점점 더 넓게 가지게 되었고 예전보다 성격이 밝아지면서 더는 꽁해 있지 않았다.
  • 군 복무 2년 차에 중대장이 갑자기 나를 부르더니 나를 찾아온 자가 있다고 했다. 이 사람은 우리 부모님이 살아계셨을 때 그들의 변호사이자 제일 믿음직스러운 친구인 한훈이었다.
  • 한훈은 우리 아버지가 생전에 T 시티 상회 회장님이었으며, 그의 명의로 된 기업이 8개, 나이트클럽이 12개 그리고 크고 작은 부동산과 채권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주택관리사에서 줄곧 관리를 대신 했으며 아버지의 유언에 따르면, 내가 만 18세 성인이 되면 모든 것을 상속받기로 했다. 사실 그는 작년에 나를 찾아와야 했지만, 다른 일정 때문에 부득이하게 1년이 연기되었다. 이번에 나를 찾아온 목적이 바로 유산 상속 때문이었다.
  • “젊은이, 어서 서명해. 1년 늦게 T 시티 갑부로 되게 해서 이해를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