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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오르지 못할 나무를 오르려고?

  • 천소미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술잔을 흔들며 말했다.
  • “돈이 없는 건 불쌍한 게 아니야. 불쌍한 건 바로 네가 네 주제를 모른다는 거야. 돈이 없으면 조용히 찌그리고 살아. 오르지 못할 나무를 오를 생각만 하지 말고. 지금 네 모습 얼마나 우스운지 알아?”
  • 사람들이 나를 곤란하게 할까 봐 임연은 연신 나한테 눈치를 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였다.
  •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쳐다보며 그들의 얼굴을 머릿속에 기억해두었다. 마지막으로 천소미의 예쁘장한 작은 얼굴을 보는 순간 침이라도 뱉고 싶은 심정이었다.
  • 천소미 같은 여자들은 그야말로 역겨운 여자들이다. 입으로는 항상 좋은 얘기만 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을 높은 위치에 있는 공주라고 여기면서 돈이 없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천한 사람이라 그녀와 말을 섞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내가 아무리 난처한 기색을 드러내도 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허리도 펴지 못하고 배를 움켜쥔 채 나를 가리키며 웃었다.
  • “내가 이 술을 마시지 않으면 보내지 않을 거야?”
  • 내가 물었다.
  • 유호는 숨을 헐떡일 정도로 웃더니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 “이 술 얼마나 비싼 술인지 알아? 한 병에 20만 원이 넘어.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싶다고 말해. 어디서 잘난 척이야.”
  • 천소미는 친절을 베푸는 척하며 말했다.
  • “만약 네가 더 이상 임연과 연락을 하지 않고 일을 그만둔다면 이 술 모두 너한테 줄 수 있어. 너 지금 경비원이지? 내가 다른 일자리도 알아봐 줄게. 아마 지금 하는 일보다 최소 10만 원은 더 줄 거야.”
  • “10만 원. 하하.”
  • “10만 원이 적어? 장우, 너 너무 주제도 모르고 나대지 마.”
  • 천소미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 나는 껄껄거리며 큰소리로 웃었다. 그 소리에 다들 조용히 나만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 “10만 원 좋지. 부잣집 아가씨가 직접 나한테 내려주신 건데 적다고 하면 안 되지.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바닥에 무릎을 꿇고 받고 싶어.”
  • 나의 말투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천소미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팔짱을 끼었다. 나에게 혼을 내려던 그때 나는 술잔을 들고 이렇게 말했다.
  • “한 병에 20만 원이라고? 그럼 이 한 잔도 엄청 비싸겠네?”
  • 천소미는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 “이상한 소리 지껄이지 마. 술 한 병뿐만 아니라 상 위에 놓여있는 술 네가 다 가져가도 돼.”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술잔을 높이 들어 천소미의 머리 위로 부어버렸다.
  • “너무 비싸서 난 차마 못 마시겠어. 소미 아가씨나 많이 드셔.”
  • 그러고는 일부러 술잔을 뒤집어 흔들며 한 방울도 남김없이 그녀의 머리 위로 부어버렸다.
  • 가뜩이나 섹시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젖기까지 했으니 더욱 섹시해 보였다. 그녀가 몸에 걸치고 있는 옷감들을 합쳐보면 내가 입은 티셔츠보다도 적을 것이다. 술이 그녀의 얼굴을 타고 가슴 쪽으로 흘러내렸고 가슴 쪽의 옷감이 젖어 탱탱하고 동그란 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 내가 이런 짓을 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그들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천소미가 누구인가? 그녀는 여자애들의 일인자이다. 지금 T 시티의 건달계에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여자 건달이다. 얼마나 많은 건달들이 그녀의 한 마디에 그녀의 바지 밑에서 모든 것을 바치며 최선을 다하는지 모른다.
  • 하지만 보잘것없고 찌질한 나 장우가 그런 그녀에게 제대로 망신을 주었다.
  • 나는 쿨하게 말했다.
  • “사실 이 술 내가 마셔도 되고 마시지 않아도 돼. 그런데 내가 마시지 않으면 못 간다고 했잖아. 만약 내가 마시지 않으면 정말로 못 가게 하는지 확인하고 싶었어. 아 참, 깜빡하고 얘기 못했네. 사실 나도 가기 싫어. 여기 있는 사람들과 들춰내야 할 옛일들이 있거든.”
  • 천소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 정도였다. 그러고는 두 주먹을 꽉 쥐고 큰소리고 말했다.
  • “당장 가서 패버려!”
  • 그녀의 명령 한 마디에 자리에 있는 남자들이 동시를 나를 향해 뛰어왔다. 진주호가 유호에게 슬쩍 눈치를 주자 유호를 포함한 네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뒤춤에서 쇠몽둥이를 꺼내들고 나를 향해 달려왔다.
  • 진주호는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
  • “미친 듯이 패버려! 다리를 부러뜨려도 괜찮아.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다 책임져!”
  • 나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다가 가장 먼저 돌진해오던 그 사람의 옷깃을 덥석 잡았다. 그 사람이 중심을 잃은 틈을 타 나는 그 사람이 손에 쥐고 있던 쇠몽둥이를 빼앗아 힘껏 휘둘렀다. 그러고는 쇠몽둥이로 두 번째로 나를 향해 돌진해오던 사람의 무릎을 세게 내리쳤다. 그들이 아프다고 외치기도 전에 나는 잡고 있던 사람을 앞으로 밀치면서 모든 사람들을 밀쳐냈다.
  • 나는 엉덩이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한 무리의 사람들은 나의 머리카락도 건드리지 못했다.
  • 진주호는 나의 실력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싸움을 잘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지난번 나한테 혼났던 기억이 떠올랐는지 갑자기 두려움에 찬 표정으로 뒤로 한발 물러섰다.
  • 나는 턱을 쳐들고 말했다.
  • “너 이렇게나 겁이 많은 놈이었어?”
  • 이번에는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갈 방법이 없자 그는 막무가내로 소리쳤다.
  • “다 가서 덤벼, 씨X. 봐주지 말고.”
  • “잠깐.”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목을 비틀며 말했다.
  • 진주호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으로 가득 찼고 유호는 매서운 말투로 말했다.
  • “씨X, 이제 와서 비는 건 너무 늦었어!”
  • 나는 핸드폰을 임연에게 던져주고는 웃으며 말했다.
  • “핸드폰을 깨뜨릴까 봐 네가 먼저 갖고 있어. 나 얘네들이랑 한바탕 놀고 올게.”
  • 유호네 무리들은 나를 완전히 때려죽일 생각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이 힘차게 휘두르는 쇠몽둥이가 여러 차례 나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다행히 모두 요리조리 피해버렸다.
  • “하, 저 새끼 죽여버려! 그리고 이게 바로 잘난 척한 대가라는 걸 알게 나중에 찍어둬.”
  • 하마터면 얼굴을 맞힐 뻔한 쇠몽둥이를 내가 아슬아슬하게 피하자 운이 좋아 피한 건 줄 알던 유호는 으쓱거리며 지시를 내렸다.
  • 나는 아무 말 없이 몇 차례 움직이다 보니 그들의 힘과 속도를 단번에 다 알아챘다.
  • 그때 유호가 휘두르는 몽둥이를 피하지 못한 나는 순간 멍해졌다. 그 모습을 본 유호는 너무 좋아 어쩔 줄을 몰라 하더니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나를 내리치려 하였다. 바로 그 전광석화의 순간에 나는 가볍게 스텝을 밟고 유호의 손목을 꽉 잡았다. 그러고는 그가 얼이 빠진 틈을 타 냉큼 발로 차버렸다.
  • 유호가 아직 아프다는 소리도 채 지르기 전에 나는 몸을 낮춰 뒤에서 공격해 오던 사람을 업어치기 해버렸다. 그 사람의 비명소리와 함께 그대로 탁자에 내리꽂았다.
  • 나의 움직임은 매우 빨랐다. 내가 부대에서 훈련했던 격투 기술과 그들이 패싸움을 하면서 익힌 조무래기 기술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조금 전에 내가 일부러 피한 건 그저 그들의 스피드를 알고 싶었을 뿐이다. 만약 힘을 너무 강하게 주어 누구 하나라도 죽게 된다면 일이 복잡하게 되기 때문이다.
  • 고작 1분이라는 시간 동안 룸 안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버렸고 여자들은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다.
  • 나는 진주호를 소파에서 들어 올렸다. 그때 진주호의 입술은 이미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 “뭐 하려는 거야?”
  • 나는 말했다.
  • “아까 나보고 점을 보라고 하지 않았어? 그럼 내가 봐줄게. 오늘 나한테 얻어맞는지 한 번 봐볼까?”
  • “날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기만 해봐. 나 JE 그룹의 아들이야. 너네 회사 고객이라고. 날 건드렸다간 우혁더러 널 해고시키라고 할 거야!”
  • 나는 거들떠볼 가치도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 “너도 이제는 성인인데 어떻게 아직도 고등학교 때 하던 짓을 할 수가 있어? 부끄럽지도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