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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결판

  • 유호는 바닥에서 일어나 몽둥이를 쥐고 진주호를 구하려 하였지만 감히 다가가질 못하고 몽둥이만 쥔 채 멀리서 큰 소리로 말했다.
  • “장우, 네 주제나 알고 좀 나대. 얼른 보스를 놓지 못해?”
  • 나는 고개를 확 돌려 새빨개진 눈으로 유호를 노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 “유호, 우리 사이의 일은 나중에 천천히 결판을 내자고.”
  • 사실 난 유호를 다치게 할 마음은 없었다. 어찌 됐든 예전에 군인의 배지를 어깨에 달았던 사람이라 군기가 뼛속 깊이 박혀들어가 있어 전역을 했어도 절대로 함부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 하지만 오늘 임연 앞에서 망신을 제대로 당한 진주호는 내가 자신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걸 알고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구겨진 체면을 다시 찾으려 했다.
  • “오늘 날 손가락 하나라도 건드리기만 해봐. 건드렸다간 앞으로 T 시티에 발을 붙이기는커녕 이 늑대 나이트 노래방을 걸어나갈 수 없을지도 몰라.”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놓아주었다. 진주호는 내가 겁에 질려서 그를 놓아준 줄 알고 더욱 제멋대로 나대기 시작하였다. 그러고는 옷깃을 정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 “씨X, 씨X 새끼...”
  •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술병 하나를 집어 들고 그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내가 그런 행동을 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진주호는 혼비백산하여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그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더니 너무 놀라 바지에 오줌까지 싸버렸다.
  • 그러나 술병에 부딪히지는 않았고 그의 머리와 고작 1센티미터 정도 떨어진 벽에 부딪혔다.
  • “아아악 악 악!”
  • 진주호는 계속 소리를 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를 툭툭 치더니 그제서야 내가 겁을 주려고 일부러 그랬다는 걸 눈치챘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망신을 당할 대로 다 당했기 때문이다!
  • 나는 손을 털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남자든 여자든 전부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 “됐어, 이만 갈게. 나중에 괜히 나한테 시비만 걸지 않으면 더 이상 볼 일은 없을 거야. 어찌 됐든 우린 같은 급의 사람이 아니니까.”
  • 나는 웃으며 말했다.
  • “천소미.”
  • 천소미는 진작에 창백해진 얼굴로 멍하니 서서 어쩔 줄을 몰라 하였다. 친구들과 투닥거리면서 이런 장면을 한 번도 목격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내가 말을 하려던 그때 임연이 나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 “소미를 난처하게 하지 마.”
  • 그녀의 말에 순간 마음이 여려진 나는 천소미를 쳐다보며 말했다.
  • “지금 계획하고 있는 회사 말이야, 이젠 그만둬. ZY 그룹은 절대로 너와 손을 잡지 않을 거야. 임연아, 가자 이제.”
  • 룸을 나선 임연은 여전히 넋이 나간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걱정 어린 얼굴로 말했다.
  • “너 이번에 아주 큰 사고를 쳤어. 얼른 가자, 진주호는 널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 어떡해. 너 얼른 가. 내가 소미한테 부탁해볼게. 그래도 소미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니까.”
  •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무섭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걱정 가득한 얼굴에 조금 더 놀리면서 관심 어린 말을 몇 마디라도 더 듣고 싶어졌다.
  • “내가 만약 얻어맞으면 사장님한테 가서 휴가 좀 내달라고 해줘.”
  • 나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 임연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 “지금 이 상황에 농담이 나와?”
  • 나는 귀를 기울여 주변의 발걸음 소리를 확인하고는 임연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길로 들어갔다. 임연이 나한테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 나는 이렇게 말했다.
  • “천소미가 진짜 너의 친한 친구야? 설마 너 혼자 헛물만 캐고 있는 거 아니지?”
  • “진짜야, 사실 걔 좋은 사람이야. 그냥 가끔 성격이 이상해서 그래.”
  • 그녀의 말에 나는 억지로 웃었다.
  • “그래. 그럼 어디 한 번 지켜보자고.”
  • “뭘 지켜봐?”
  •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복도 끝에서부터 대충 일곱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좁은 복도가 순식간에 물샐틈없을 정도로 붐볐다. 딱 보아도 나를 찾아온 사람들이 분명했다.
  • 나는 임연을 등 뒤로 보내고 물었다.
  • “너희들은 천소미가 보냈어 아니면 진주호가 보냈어?”
  • 그들의 우두머리는 스포츠머리에 오른쪽 어깨에는 용 문신이 그려져있었다. 그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노란 이빨을 드러내며 크게 웃었다.
  • “주호 형님이 널 손 좀 봐주라고 하더라고.”
  • 나는 긴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천소미가 너의 친구가 맞긴 맞는가 보네.”
  • 만약 천소미가 자신의 체면 때문에 사람을 시켜 나와 임연을 손 좀 보라고 했다면 그게 무슨 친구란 말인가!
  • 임연은 두려움에 떨며 울면서 말했다.
  • “쟤네 사람 너무 많아. 우린 절대 이길 수 없어. 얼른 경찰에 신고하자.”
  • 나는 말했다.
  • “내가 먼저 가서 얘기해볼게.”
  • “얘기한다고?”
  • 임연은 너무나도 조급한 나머지 눈물까지 흘렸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119에 신고하려는 그녀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스포츠머리한테 말했다.
  • “당신은 여기 경호원이야 아니면 고객이야?”
  • 사실 저런 사람들은 딱 봐도 늑대 나이트를 지키는 건달들이다. 노래방들마다 저런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
  • 그 노란 이빨 건달은 쇠몽둥이를 들고 고개를 꼿꼿이 쳐들고 나를 보며 말했다.
  • “네가 우리 늑대 나이트에서 사고를 쳤다면서? 우리가 다 죽은 송장으로 보여?”
  • “그럼 너희들은 다 경호원이란 말이네?”
  • 그때 나의 뒤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진주호와 유호가 서로 부축하며 달려오고 있었다. 진주호는 쿠션으로 젖은 바지를 가리고 있었고 그 모습은 정말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 유호는 대용 형님을 부르더니 이렇게 말했다.
  • “대용 형님, 저 새끼가 행패를 부린 새끼예요. 절대로 도망하게 해서는 안 돼요!”
  • 나는 이렇게 말했다.
  • “네가 경호원이면 그럼 한훈의 연락처가 있겠네? 이게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니까 손을 쓰기 전에 한훈한테 전화해서 물어봐 봐. 내 이름은 장우야.”
  • 유호는 욕설을 퍼부으며 말했다.
  • “씨X 새끼가 지금 이 상황에서도 잘난 척을 해?”
  • 하지만 노란 이빨 건달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 “네가 어떻게 우리 사장님의 이름을 알아?”
  • 체면이 깎일 대로 깎인 진주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유호만 남을 등에 업고 위세를 부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 “대용 형님, 쟤 말 듣지 말고 얼른 가서 혼쭐을 내줘요. 무슨 일이 생기면 저희 주호 형님이 다 책임 지실 거예요.”
  • 하지만 노란 이빨 건달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 “전화할 시간은 있어.”
  • 그러고는 냉큼 한훈한테 전화를 걸었다.
  • “한훈 형님, 저 용이인데요. 제가 지금 노래방에 있는데 네네, 일이 조금 생겨서요. 쟤 이름이 장 뭐였지? 장우라는 자식이 형님 이름을... 네네, 죄송합니다. 형님. 제가... 네네, 알겠습니다.”
  • 전화를 끊은 노란 이빨 건달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 모든 상황을 지켜본 임연은 걱정되고 불안한 나머지 계속 나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 노란 이빨 건달의 부하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는 두 눈을 부릅 뜨며 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 “장우라고?”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노란 이빨 건달의 안색이 달라진 걸 눈치챈 유호는 나의 얼굴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 “대용 형님, 이 새끼 절대 가만두지 말아요.”
  • 유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노란 이빨 건달은 바로 그에게 퍽 하고 따귀를 날렸다. 소리가 우렁찰 뿐만 아니라 너무 세게 때린 나머지 유호는 제자리에서 휘청이기까지 하였다.
  • 그 모습을 본 진주호도 순간 멍해졌다. 그러고는 다급하게 뒤로 물러나 혼란을 틈타 사람들 속을 빠져나갔다.
  • 어차피 진주호를 진짜로 때릴 수도 없어서 딱히 잡지도 않았다. 게다가 오늘 바지에 오줌까지 쌌으니 재벌 2세들 사이의 웃음거리가 되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 “대용, 대용 형님...”
  • 유호는 얼굴을 움켜쥐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노란 이빨 건달은 또다시 따귀를 날렸다.
  • 그 뒤로 노란 이빨 건달은 마치 선풍기가 돌아가는 것처럼 유호의 얼굴을 좌우로 사정없이 내리쳤고 팽이를 돌리는 것처럼 후려갈겼다. 게다가 그 누구도 그를 막으려 하지 않았다.
  • 노란 이빨 건달은 이렇게 말했다.
  • “이 씨X 새끼들이 감히 내 구역에서 사고를 쳐? 이젠 더 살고 싶지 않은가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