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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만족해요?

  • 그녀가 펼치는 어색한 발연기에 박기성은 그녀의 꿍꿍이를 단번에 간파했지만 이 상황이 재미있었다.
  • “작은삼촌...”
  • 남자의 예리한 눈빛은 그녀의 속셈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손지현은 간이 콩알만 해져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 그런데 갑자기 발이 허공에 붕 뜨면서 그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박기성이 그녀를 번쩍 안아 든 것이었다.
  • 손지현은 다급하게 박기성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의 넓고 따뜻한 가슴과 코끝에 전해지는 향기에 손지현은 얼굴이 화끈거렸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 ‘대놓고 이런다고? 조금 전까지도 점잖았는데?’
  • “발 아직도 아파요?”
  • 머리 위로 박기성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게...”
  • 손지현이 침을 꿀꺽 삼켰다.
  • “안... 안 아파요...”
  • 박기성의 옆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으니 안구가 정화되는 것 같았다.
  • “하하...”
  • 박기성은 전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인파를 뚫고 술집 문 앞에 세워진 차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 ‘이 남자 대체 무슨 뜻이지?’
  • 손지현은 여전히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차에 올라타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가 목소리를 내려는데 박기성이 운전기사에게 분부했다.
  •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가요.”
  • ‘이... 인터컨티넨탈 호텔? 거긴 5성급 호텔이잖아!’
  • 호텔 꼭대기 층의 스위트룸에 들어온 후 박기성은 손지현을 침대 위에 던져버리고는 곧장 욕실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있던 손지현은 족히 1분이 지나서야 점차 정신을 차렸다.
  • ‘내가... 지금 박기성을 꼬셔서 호텔로 왔어?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쉽네? 함정은 아니겠지?’
  • 하지만 손지현은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박우재가 바람피우던 모습만 생각하면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술기운이 올라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전혀 두려움이 없었고 심지어 살짝 기대되기도 했다.
  • 박기성의 비주얼이 워낙에 뛰어나니 하룻밤을 함께 보내도 밑질 건 없었다! 게다가 박기성은 박우재의 삼촌이라서 쓰레기 같은 남자에게 복수하기도 딱이었다.
  • 손지현은 가방 안을 뒤적이며 뭔가를 찾았다. 박기성이 욕실에서 나오기 전에 먼저 약을 먹을 생각이었다.
  • 대학교 때 남자친구를 사귀었는데 짐승만도 못한 그 자식이 글쎄 강제로 그녀와 관계를 가지려 했던 것이다. 그녀가 미친 듯이 발버둥 쳐서 다행히 남자의 뜻대로 되진 않았지만 그 이후로 그녀는 트라우마가 생겼고 이성과의 스킨십을 매우 꺼렸다.
  • 박우재와 결혼한 후 그녀는 받아들이려 노력했지만 매번 중요한 순간에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다. 박우재는 늘 괜찮다고 그녀를 위로하고는 혼자 다른 방에 가서 자곤 했다.
  • 박우재가 이해할수록 손지현은 죄책감이 점점 커졌다. 해외에 이런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있단 소식을 듣고 친구에게 한 병 사다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원래는 1주년 결혼기념일 날에 이 약을 먹을 생각이었다.
  • 그런데 되레 박우재가 그녀에게 커다란 ‘서프라이즈’를 안겨주었다.
  • 손지현은 가방을 다 뒤졌지만 그 약을 찾지 못했다. 나중에야 집에서 나올 때 가방을 바꿨고 약이 원래 가방에 있었다는 게 떠올랐다.
  • 바로 그때 욕실 문이 갑자기 덜컹 열리면서 박기성이 나왔다. 손지현은 남자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 ‘작은삼촌 대박인데?’
  • 박기성은 이런 여자를 수도 없이 많이 봐왔다. 불빛 아래 박기성의 낯빛이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는 수건으로 머리를 대충 닦고는 손지현을 내려다보며 바싹 다가갔다.
  • “만족해요?”
  • “네... 네...”
  • 그의 매력적인 남성미에 흠뻑 빠진 손지현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한참 동안 넋을 놓고 있다가 다시 허우적댔다.
  • “저기... 뭐 좀 살 게 있어서 나갔다 올게요.”
  • 이따가 중요한 순간에 헛구역질하여 그의 몸에 토하면 큰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