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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작은삼촌과의 만남

  • 스카이 캐슬 클럽은 본 시에서 가장 손님이 많은 유흥주점이고 여러 스타일의 손님으로 붐비는 곳이다.
  • 손지현은 바 카운터에 앉아 위스키 몇 잔을 들이켰다. 머릿속에 온갖 나쁜 생각들이 신속하게 퍼져나갔다.
  • ‘애만 낳으면 되잖아? 그럼 차라리 잘생긴 남자를 만나면 애도 더 예쁠 텐데!’
  • 플로어에서 춤을 즐기는 사람들을 물색하다가 그녀의 시선이 멀지 않은 곳의 훤칠한 남자에게 머물렀다.
  • 남자의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키와 비주얼은 단연 눈에 띄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빼곡히 둘러싸여 있었고 그의 뒤로 양복 차림의 몇몇 남녀가 있었는데 아주 위엄이 넘쳤다.
  • ‘쟤로 정했어!’
  • 마음을 굳힌 손지현은 깊은숨을 들이신 뒤 머리를 뒤로 넘기고는 하이힐을 신은 채로 남자에게 또각또각 걸어갔다.
  • “어지러워!”
  • 남자 옆을 지나가던 순간 손지현은 일부러 발을 헛디뎌 넘어진 척하며 맨 앞에 있는 박기성의 품에 와락 안겼다.
  • 힘 있고 커다란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그녀를 부축했다.
  • 그녀는 낯설고 차가운 남자의 품에 안겨 강렬한 남성 호르몬의 기운을 마음껏 느꼈다. 놓지 않으려고 꽉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점점 풀리기 시작했다.
  • “향이 너무 좋아요...”
  • 박기성의 차가운 눈매가 일그러졌고 뒤에 서 있던 실장과 경호원들이 입을 쩍 벌렸다.
  • 백주대낮에 여자가 이렇게나 적극적이라니!
  • “저기요, 자중하시죠.”
  • 남자의 목소리가 어찌나 차가운지 주변의 기온마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 익숙한 목소리에 멈칫한 그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박기성의 싸늘한 두 눈과 마주친 순간 그녀는 등골이 오싹했고 심장 박동마저 멈춘 것 같았다.
  • 그녀는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코앞의 남자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는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 “자... 작은삼촌?”
  • ‘세상에나, 내가 무슨 벌 받을 짓을 했다고 나한테 이러는 거야! 여기서 왜 우재의 작은삼촌인 박기성을 만나냐고!’
  • 박기성이 박 회장이 입양한 아들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박 회장은 슬하에 아들이 없어 박기성이 어릴 때 해외로 유학을 보내 관리학을 배우게 했다. 그러고는 환갑 생신날 박씨 가문의 상속권을 박기성에게 주었다.
  • 그는 경원시 권력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독신남으로 불렸고 다른 사람의 존경을 받는 거물이다.
  • 시어머니는 박우재가 승진하려면 작은삼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서 그에게 잘 보이려고 아부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는 그녀를 대꾸할 시간조차 없었다.
  • 하여 박기성을 만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고 그와 이렇게 가까이한 것도 처음이다.
  • 그의 또렷한 이목구비는 싸늘한 분위기를 풍겼고 상대의 모든 걸 꿰뚫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수척한 몸매는 그의 매정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 “작은삼촌... 죄, 죄송해요.”
  • 손지현이 ‘작은삼촌’이라고 두 번 불러서야 박기성이 반응했다. 그는 찌푸린 얼굴로 손지현을 놓고는 조금도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떠나려 했다.
  • 그는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여자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 “작은삼촌, 잠시만요!”
  • 상황에 따라 그에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그녀는 차라리 마음 굳힌 대로 계획을 실행하려 했다. 박기성 같은 든든한 배후가 생기는 것도 나쁠 건 없었다.
  • “저... 오늘 기분이 안 좋아서 술 좀 많이 마셨어요. 이렇게 위험한 곳에 절 혼자 내버려 두고 가실 건가요?”
  • 손지현은 입술을 앙다물며 가여운 척했다.
  • 그녀는 몰래 박기성의 표정을 살폈다. 그가 여전히 흔들림이 없자 그녀는 아픈 척하며 자신의 발목을 어루만졌다.
  • “아까 발목을 삐어서... 아프단 말이에요.”
  • 조금 전까지 무덤덤하던 박기성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그의 입꼬리가 씩 올라가면서 조금은 구미가 당긴 듯 눈빛이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