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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제수씨가 이렇게 예쁜 사람인 줄 몰랐네

  • 소이녕이 뭐라고 해명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심강운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 그는 그녀의 두 팔을 잡고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은 채, 마음껏 키스를 퍼붓고 있었다.
  • 차가운 숨결에 소이녕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 그녀는 영혼까지 이 키스에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았다.
  • 심강운은 그녀를 풀어주고 사악하게 웃었다.
  • “당신, 이제는 좀 만족해?”
  • 소이녕은 심장이 쿵쾅거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 그녀는 몸부림을 쳐서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으나 또다시 그의 품에 갇히고 말았다.
  • 둘 사이의 거리는 아주 가까웠지만 또 아주 위험했다.
  • 소이녕이 계속해서 버둥거렸지만 심강운은 여전히 그녀를 풀어주지 않았다.
  • 결국 소이녕이 먼저 힘이 풀려버렸다.
  • 그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말했다.
  • “힘이 왜 이렇게 세요…”
  • 결혼하기 전에 심 회장은 그녀를 불러 심강운의 몸이 약하기에 그를 잘 보살펴야 한다고 당부했었다.
  • 그래서 소이녕은 심강운도 그녀의 할머니처럼 몸이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가는 허리를 잡고 있는 남자의 커다란 손을 보았다.
  • 건강하다고 자부하는 그녀는 지금 ‘환자’인 남자 하나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 입을 삐죽 내민 채, 뾰로통하게 있는 그녀의 모습은 꼭 마치 복숭아 같았다.
  • 심강운은 피식 웃고 그녀가 편히 앉도록 살짝 풀어주었다.
  • “난 눈만 안 보일 뿐, 다른 곳은 멀쩡하고 건강해.”
  • 그리고 사악하게 웃으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 “그곳도 건강한데 한 번 느껴볼래?”
  • 소이녕은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다.
  • 그녀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다급히 저었다.
  • “아니요! 싫어요!”
  • 심강운은 장난치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그녀의 귓불을 깨물었다.
  • “싫다고? 내 아이를 낳을 거라고 하지 않았어?”
  • “그… 그건… 아이를 낳을 거긴 하지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 소이녕은 당황한 나머지 횡설수설했다.
  • 심강운의 성격은 그녀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가 정말 차에서 덮칠까 두려웠다…
  • “아무튼 지금은 안 돼요!”
  •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난폭하고 위험했다.
  • 소이녕은 그의 시선에 겁을 먹었다.
  • 그가 당장이라도 자신을 덮칠 것 같았다.
  • 소이녕은 겁먹은 토끼처럼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그를 보며 말했다.
  • “안 돼요…”
  • 심강운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물었다.
  • “정말 싫어?”
  • “네…”
  • 소이녕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당신은 제 남편이라서 저한테 무슨 짓을 해도 되긴 하지만… 엉엉엉, 차에서는 하지 마세요! 기사 아저씨도 있는데 창피하잖아요…”
  • 소이녕은 뼛속까지 유교 걸이었다.
  • 그녀는 이런 난폭한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 심강운은 피식 웃었다.
  • “기사더러 차에서 내리라고 하면 되지.”
  • “그… 그래도 안 돼요… 차가 흔들린 일이 뉴스에도 났는 걸요.”
  •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 “안방의 침대에서 하면 안 돼요… 침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바닥에서 해도 되고요…”
  • 심강운은 그녀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 “하지만 당신은 내 잠자리 기능을 의심하는 것 같은데?”
  • “아니, 아니에요!”
  • 소이녕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 “약, 약을 잘못 가져온 거예요. 그 약은 당신을 주는 게 아니에요.”
  • ‘날 주는 게 아니라고?’
  • 심강운은 미소 어린 얼굴로 물었다.
  • “그럼 누구에게 주는 약인데?”
  • 소이녕: “…”
  • 이 대답이 더욱 야릇한 것 같았다.
  • 다급한 나머지 그녀는 친구를 팔기로 했다.
  • “제 친구 아정이의 거예요. 아정이가 그러는데 남자친구가 침대에서 영 힘을 못 쓴다고 그래서 병원에 가 약을 뗐거든요. 제 거랑 헷갈렸나 봐요.”
  • 강아정이 그녀에게 이런 골칫거리를 만들어 줬으니 그녀도 강아정을 팔아버렸다.
  • 소이녕이 진지한 얼굴로 헛소리를 늘어놓는 걸 보자 심강운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 그의 기분이 풀린 걸 눈치챈 소이녕은 그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 “정말 잘못 가져온 거예요. 제가 어떻게 당신의… 그걸 의심하겠어요?”
  • 그녀의 목소리는 꿀을 바른 것처럼 달콤했다.
  • 이때, 차가 멈추었다.
  • 심강운이 덤덤하게 말했다.
  • “30분 줄 테니 들어가서 옷 갈아입고 나와.”
  •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지막했지만 소이녕은 그가 아까보다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화가 풀렸나 보네!’
  • 그녀는 다급히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차에서 내렸다.
  • 집으로 걸어가던 그녀는 무언가 떠올라 고개를 돌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 “당신은 안 내려요?”
  • 심강운은 덤덤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 “왜 차에서 안 내리냐고 묻는 걸 보니 침대로 가서 아까 하려던 걸 계속 할 생각인가 본데?”
  • 심강운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소이녕은 나는 듯한 속도로 별장에 뛰어갔다.
  • 그녀의 활기 넘치는 뒷모습에 심강운은 두 팔을 머리 뒤에 올려놓고 옅게 미소 지었다.
  • *
  • 소이녕은 이씨 아줌마와 함께 드레스룸에서 십 분 넘게 서성이다가 겨우 옷을 골랐다. 여성스러운 누드 핑크 드레스였다.
  • 드레스로 갈아입은 뒤, 이씨 아줌마는 드레스와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해주었다.
  • 소이녕은 어제 결혼식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드레스를 입고 메이크업을 받는 것이었다.
  • 그녀는 거울 속의 인형 같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아 뱅글뱅글 돌았다.
  • 이씨 아줌마가 그녀를 웃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 “사모님, 곧 30분이 되어가요.”
  • 소이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핸드백을 들고서 힐 신은 발로 조심스럽게 문을 나섰다.
  • 그녀는 차에 오르자마자 흥분한 얼굴로 심강운에게 자랑하려고 했다.
  • 하지만 남자의 눈을 두르고 있는 검은 천을 본 순간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 ‘심강운은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내가 아무리 예쁘게 꾸며도 보이지 않을 거고 날 칭찬하지도 않을 거야.’
  • 그녀는 조금 기운 빠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이제 가요.”
  • 심강운은 덤덤하게 그녀를 힐끗 보고 말했다.
  • “운전해.”
  • 차가 떠나기 시작했다.
  • “이씨 아줌마는 참 안목이 좋아.”
  • 심강운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부드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 “당신 지금 아주 예쁠 거야.”
  • 소이녕은 바로 생기가 돌았다.
  • “네, 맞아요. 이씨 아줌마가 옷 고르는 안목은 짱이에요!”
  • 그녀는 흥분한 얼굴로 자신이 입은 옷이 얼마나 예쁜지 설명했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은 채, 자신의 몸을 만지게 했다.
  • “여기가 리본인데 어때요? 예쁜 것 같죠?”
  • “그리고 여기는 허리라인인데 어때요? 진짜 날씬해 보인다고요…”
  • 길 가는 내내, 그녀는 심강운의 손을 잡고 자신의 몸 이곳저곳을 만지게 했다.
  • 가끔씩 그의 손이 그녀의 매끄러운 피부에 닿을 때도 있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흥분한 얼굴로 말을 늘어놓았다.
  • 심강운은 그녀의 신난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 ‘바보.’
  • 소이녕은 긴 수다에 입안이 마를 때쯤 차가 멈추었다.
  • 기사는 빠른 움직임으로 휠체어를 펼치고 문을 열어 심강운을 부축해 앉혔다.
  • 소이녕은 놀란 얼굴로 으리으리하고 화려한 궁전 같은 저택을 바라보았다.
  • 그녀는 심강운이 살고 있는 별장이 아주 화려한 줄 알았다.
  • 그런데…
  • “강운이 네가 본가에는 어쩐 일이냐? 참, 잊을 뻔했네. 너 어제 결혼했지? 와이프 데리고 할아버지 뵈러 왔어?”
  • 비아냥이 섞인 남자의 목소리에 소이녕은 미간을 찌푸린 채,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 저택 앞에서 검은색 옷을 입은 남자가 팔짱을 낀 채, 웃음기 어린 얼굴로 그녀와 심강운을 보고 있었다.
  • 그녀와 눈이 마주친 남자는 전혀 거리낌 없이 눈썹을 찡긋하며 말했다.
  • “이분이 바로 어제 새로 들어온 제수씨인가?”
  • 소이녕은 갑자기 온몸에 오한이 느껴졌다.
  • 소이녕은 심씨 가문 가족사진에서 이 남자를 본 적이 있었다. 그는 심강운의 삼촌 댁 아들이자 심강운의 사촌 형 심문한이었다.
  • ‘멀쩡하게 생겼는데 말은 참 경박하게 하네!’
  • 심문한은 그들 쪽으로 걸어오더니 더욱 대담한 눈빛으로 소이녕을 훑어보았다.
  • “제수씨가 이렇게 예쁜 사람인 줄 몰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