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때밀이 영상

• 소이녕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 “제가 나가면 혼자 씻을 수 있겠어요?”
• ‘앞을 못 보잖아.’
• 심강운은 말이 없었다.
• 하지만 주변의 공기가 더욱 차갑게 변한 것 같았다.
• 심강운이 화났다는 걸 눈치챈 소이녕은 조심스럽게 때 타월을 벗어두고 떠났다.
• “그럼 조심해요. 무슨 일 있으면 저 부르고요!”
• 욕실에서 나온 소이녕은 초조한 마음에 자꾸만 욕실로 시선이 갔다.
• ‘욕실이 미끌거리는데 혹시나 넘어지면 어떡해?’
• 이제 막 신혼인 그녀는 남편을 잃고 싶지 않았다.
•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때, 휴대폰 벨소리가 들렸다.
• 친구 강아정이 보내온 영상이었다.
• 여상 이름은 ‘공부할 것’이었다.
• ‘공부할 것? 기말시험도 멀었는데 왜 공부 자료를 보내온 거지?’
• 소이녕은 의아한 마음으로 그 영상을 클릭했다.
• “응… 아…”
• “으응…”
• 영상을 누르자 한 여자가 한 남자의 몸 위에 엎드려 있는 영상이 재생되었다.
• !!!
• 순간 소이녕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다급히 영상을 끌려고 했다.
• 하지만 웬일인지 휴대폰이 먹통이 되어 눌러지지 않았다.
• 그녀가 허둥거리고 있을 때, 욕실 문이 열렸다.
• “으응…”
• 욕실에서 나온 심강운의 귓가에는 야릇한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 심강운이 어두운 얼굴로 물었다.
• “지금 뭐 하는 거야?”
• 당황한 나머지 소이녕은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
•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휴대폰을 이불 안에 넣었다.
• 소리가 작아지긴 했지만 영상 속의 여자는 더욱 오버스럽게 신음을 흘렸다.
• “뭐야…”
• 심강운이 미간을 찌푸린 채로 소이녕을 노려보았다.
• “저… 때밀이 영상을 보고 있었어요!”
• 소이녕은 서툰 움직임으로 이불을 꾹 누르며 말했다.
• 그 말에 심강운의 표정이 구겨졌다.
• “… 때밀이 영상?”
• “네.”
• 소이녕은 이불 위에 앉아 이마에 흐른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
• “남자가 여자의 때를 밀어주는 영상인데 힘을 과하게 줘서 그런지 여자가 소리를 지르고 있네요.”
• 심강운: “…”
• ‘날 장님으로 볼 뿐만 아니라 바보로 보잖아?’
• 방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 영상 속의 여자가 내는 신음소리가 간간히 들려오긴 했다. 소이녕은 속옷만 입은 채로 이불 위에 앉아 있었다.
• 어두운 스턴드 빛이 그녀의 하얀 피부를 비추자 야릇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 심강운은 가빠지는 호흡만큼이나 표정이 어두워졌다.
• 소이녕의 이마에서도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 그녀는 이불을 깔고 있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라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 다행히도 그 영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이 났다.
• 그녀는 땀방울을 닦고 뜨거워진 휴대폰을 이불 안에서 꺼냈다.
• 심강운은 침대 옆에 앉아 야릇한 표정으로 물었다.
• “그 둘은 때 다 밀었대?”
• 소이녕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 “네, 끝났어요. 때를 너무 힘줘서 밀면 안 좋네요.”
• 심강운: “…”
• 그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소이녕은 영상을 삭제한 뒤, 강아정에게 화난 얼굴로 문자를 보냈다.
•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난처했는지 알아!]
• 강아정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
• [도와줬더니 고마운 줄도 모르고! 너 남편이 장애인이라며! 그래서 내가 특별히 여성상위 영상을 보내줬잖아. 잘 배웠어?]
• 소이녕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 [너 진짜 죽을래?]
• 심강운은 맹인이니 소이녕도 그에게 숨기지 않았다.
• 그래서 그녀와 강아정의 문자 내용을 심강운도 모두 볼 수 있었다.
• [아까 영상을 끌려고 할 때 휴대폰이 갑자기 먹통이 된 거야. 다 들었지 뭐야! 뭐 하냐고 물어보는 걸 겨우 둘러 넘겼어. 다행히 앞을 못 보는 장님이기에 망정이지, 창피해 죽는 줄 알았어.]
• 심강운: “…”
• [하하하, 귀요미. 너 너무 웃겨!]
• [너 진짜 죽을래!]
• [황금 같은 너의 첫날밤을 방해하지 않고 난 이만 빠질게. 잘생긴 맹인 남편이랑 뜨거운 밤 보내!]
• 심강운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 ‘잘생긴 맹인 남편? 말 참 듣기 싫게 하네.’
• 소이녕은 심호흡을 한 뒤,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를 보며 말했다.
• “시작하죠.”
• 남자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 소이녕은 어느새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 그녀는 앞에 있는 이 남자와 안 지 스물네 시간도 지나지 않았지만 남자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눈치챌 수 있었다.
• 하지만 첫날 밤을 꼭 보내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첫날밤을 보내지 않으면 앞으로의 결혼생활이 불행해진다는 것이었다!
• 그녀는 심강운을 와락 덮치고는 두 손으로 그녀의 목을 끌어안은 뒤,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 핑크빛 입술에서 혀가 서투르게 나와 그의 입안을 헤집었다. 그리고 아이가 푸딩을 먹듯 이리저리 움직였다.
• 심강운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 소이녕의 진지한 표정을 보니 그와 잠자리를 가지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
• 심강운은 그녀의 가는 허리를 감싸고 물었다.
•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 소이녕은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당신은 제 남편인데 당연히 후회하지 않죠.”
• 심강운은 그윽하게 그녀를 보더니 나지막하게 물었다.
• “아파도 괜찮아?”
• “네.”
• 그녀는 입술을 꼭 다물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심강운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
• “이런 일은 남자가 리드하는 거야.”
• *
• 이튿날 아침,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두 고용인이 잠이 덜 깬 눈으로 심씨 저택 대문을 열었다.
• “새 사모님이 어리숙해 보이던데. 도련님도 몸이 불편하시고. 두분 어제 무사히 밤을 치렀을까?”
• “그런 것 같던데. 어제 당직을 선 경호원 말로는 사모님의 신음소리를 들었대.”
• “처음에는 소리가 아주 컸는데 이불 속으로 자리를 옮겨서 그런지 소리가 작아졌대. 하지만 아주 뜨거운 밤을 보낸 것 같은데.”
• “정말? 사모님 순진해 보이시던데 화끈하시네…”
• 두 고용인은 수다를 떨며 주방의 방향으로 걸어갔다.
• “굿모닝이에요!”
• 동그란 얼굴에 커다란 안경을 한 소녀가 핑크색 앞치마를 두르고 죽을 떠서 식탁에 올려놓고 있었다.
• “벌써 출근하세요?”
• 분위기는 아주 어색했다.
• 두 고용인은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 소이녕이 자신들이 한 대화를 듣지 못했다는 것을 확신한 뒤에야 둘은 다급히 그녀의 손에서 물건을 받아들었다.
• “사모님, 이렇게 일찍 일어나셨어요?”
• 소이녕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시계를 보았다.
• “이른 시간 아니에요! 벌써 여섯 시가 넘었다고요!”
• 그녀는 간밤에 잘 못 잔 탓에 늦게 일어난 것이었다.
• 고용인은 당황했다.
• ‘지금 우리가 출근을 늦게 했다고 뭐라고 하시는 건가?’
• 고용인은 황급히 부엌으로 가서 식사 준비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들어가 보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 삶은 계란과 반찬 몇 가지, 그리고 노릇하게 구워진 계란후라이까지.
• 고용인은 깜짝 놀랐다.
• “사모님, 이것들 모두…”
• “제가 한 거예요!”
• 소이녕이 웃으며 대답했다.
• “남편이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평소에 할머니께 해드리던대로 했어요.”
• 말을 마친 그녀는 계란후라이를 담은 접시를 두 고용인에게 밀어주었다.
• “두분 이렇게 빨리 출근할 줄 모르고 아침을 더 준비하지 않았어요. 먼저… 이거 드실래요? 저희 건 제가 또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