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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형수님

  • 주설화는 불편한 기색으로 몸을 옆으로 움직였다. 동시에 귀를 긁는 것으로 빨개진 얼굴을 감추려 하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귀여웠다.
  • 담우석은 다시금 입을 열었다.
  • “설화야?”
  • “네.”
  • 주설화는 그제야 입을 열어 부름에 응했다.
  • 담우석이 한 번 불러보는 것으로 끝내는 줄 알았으나 그는 여전히 몸을 기울인 채로 질문을 이어갔다.
  • “더워? 왜 얼굴이 빨갛지?”
  • “음…조금이요. 근데 심하게 더운 건 아니에요.”
  • 주설화는 담우석이 다시금 민망한 속마음을 들추기라도 할까 봐 서둘러 화제를 전환했다.
  • “삼촌, 저희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
  • 담우석의 은은한 눈매는 주설화의 핑크빛 볼과 귀에서 한 바퀴 맴돌았다. 그런 뒤에서야 그는 다시금 정자세로 돌아갔다.
  • “친구가 리조트를 오픈했거든. 서울 외곽에 있어.”
  • 담우석이 자세를 고치자 주설화는 숨통이 트이는 기분을 느끼며 힘을 어느 정도 풀게 되었다.
  • 목적지에 도착한 차량은 입구에 세워졌다. 두 사람이 차에서 내렸을 때 가슴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흰색 셔츠의 단추를 풀어헤친 남자가 건장한 몸매를 뽐내며 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 흰색의 와이드 핏 바지를 입은 그는 쪼리를 신고 있었고 제 모습이 섹시하고 멋들어지다고 생각하기라도 하는 듯 긴 눈매를 치켜 올리며 시도 때도 없이 여자에게 추파를 던졌다.
  • 담우석의 옆에 서있는 주설화를 본 그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 “어머나, 세상에. 우석 형. 이분은-아…알겠다, 알겠어. 안녕하세요 형수님. 전 우석 형 친한 동생이에요.”
  • 주설화는 어색하게 손을 흔들며 해명했다.
  • “오해세요. 그런 거 아니고 전 이안이 친구예요. 저기 담우석 삼촌, 이안이가 있는 쪽으로 먼저 넘어갈게요.”
  • 말을 끝낸 뒤 주설화는 바로 도망가듯 자리를 떠버렸다.
  • 윤경훈은 멀어져 가는 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다 고개를 돌려 담우석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그의 입가에는 애매한 장난기가 담긴 미소가 걸려 있었다.
  • “삼촌? 우석 형, 색다른 접근인데? 형 이런 취향이 있을 줄은 또 몰랐네.”
  • 담우석은 설명을 건너 뛰고 제 갈 길을 갔다. 윤경훈은 뒤를 따라가면서 담우석이 방금 전 미녀를 바라보는 눈빛을 분명하게 포착하게 되었다.
  • 쯧쯧, 재밌는 상황이다!
  • 주설화는 피서하러 온 것은 알고 있었지만 수영할 곳까지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 이른 저녁, 무더위는 가라앉고 그리 덥지 않을 때 즈음, 주설화는 담이안의 강요로 그녀가 가지고 온 수영복으로 갈아입게 되었다.
  • “와우, 우리 설화.”
  • 담이안은 주설화가 비키니로 갈아입은 모습을 보며 오버스럽게 입을 틀어막으며 리액션을 했다. 그런 뒤 그녀를 안고 사심을 채우고 나서는 무작정 그녀를 방 밖으로 끌고 나갔다. 그녀가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지만 반드시 가게 만들었다.
  • 주설화는 작은 면적의 천 쪼가리가 부자연스러웠던 탓에 샤워 타월을 집어 몸에 둘렀다. 그녀는 혹시라도 누굴 마주칠까 봐 쫄고 있었다.
  • 하지만 두려워하는 것일수록 바로 닥치는 것이 국룰이었다.
  • 두 사람은 문을 나서자마자 방에서 걸어 나오는 담우석과 마주치게 되었다.
  • 그는 옅은 회색의 반팔티와 스웻팬츠를 입고 있었다. 살짝 젖은 머리칼로 보아 방금 막 샤워를 한 듯했다.
  • “작은 삼촌, 수영할래?”
  • 담우석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담이안이 입고 있는 대범한 수영복을 쳐다보다 뒤에 누군가 숨어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샤워타월로 감싸고 있는 상태였지만 길고 아름다운 다리를 감추지는 못한 주설화였다.
  • 담우석은 스치듯 눈이 반짝였고 그의 시선에 주설화는 입꼬리를 움직였다.
  • “담우석 삼촌.”
  • “작은 삼촌, 나랑 설화는 먼저 저쪽으로 가 있을게.”
  • 말을 끝내자마자 그녀는 주설화를 끌고 갔다. 가면서 주설화가 두르고 있는 샤워 타월을 벗기려고 잡아당겼고 주설화는 결국 당해내지 못해 몸을 노출하게 되었다. 뒤에 서있던 담우석은 여자의 하얗고 예쁜 긴 다리와 가는 허리, 예쁜 엉덩이와 훤히 드러난 등이 서서히 멀어져 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 담우석의 검은 눈동자는 돌연 불이 지펴졌다.
  • 그는 긴 다리를 뻗어 가며 천천히 걸어 나갔다.
  • 수영장 안에서는 잘생긴 남자들과 미녀들이 물장구를 치며 장난치느라 북적였다. 주설화는 수영을 할 줄 모르기도 했고 담이안의 친구들과도 친분이 없었기에 홀로 수영장 끄트머리에 걸터 앉아 발만 담그고 있었다.
  • 이때 누군가의 손이 그녀의 발을 잡았고 외마디 비명 소리와 함께 주설화는 풀에 풍덩 빠지게 되었다.
  • “꺄악…”
  • 그녀의 비명 소리는 얼마 가지 못하고 물을 먹으면서 묻혀버리게 되었다. 그녀를 끌어내린 남자는 크게 웃고만 있는 모습이었다.
  • 그리고 상황이 벌어진 곳에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웃음거리로 볼 뿐이었다.
  • 그들이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여기기 시작한 찰나 첨벙 소리와 함께 담우석이 풀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풀장 바닥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던 주설화를 구해 올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사람들 모두가 그녀를 둘러쌌고 담이안은 놀란 마음에 주설화의 이름을 연신 불렀다.
  • 담우석은 그 자리에서 즉시 결단을 내리고 고개를 숙여 인공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 “켁켁…켁…”
  • 물을 토해내던 과정에서 주설화는 사레가 들렸고 동시에 의식을 되찾게 되었다. 괴롭기 그지없었던 그녀는 불현듯 몸이 누군가에 의해 가볍게 들리며 자리를 뜨게 되었다.
  • 주설화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자신을 안고 있던 남자를 확인하게 되었다.
  • 헐!
  • “담우석 삼촌?”
  • 주설화는 방금 전 입술로 느껴졌던 촉감을 떠올리며 설마 담우석은 아니겠지 생각하게 되었다.
  • 그녀는 놀란 토끼 눈을 심하게 반짝였다. 담우석은 고개를 숙여 그 모습을 보더니 살짝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나라서 많이 실망했나 봐?”